본문 바로가기

스포츠둥지 기자단

부자(父子)열전. 아들이 아버지의 대를 이어 운동선수로 활약한 사례는?

 

 

 

글 / 김성수 (스포츠둥지 기자)

 

       최근 개그콘서트에선 ‘아빠와 아들’ 이라는 코너가 큰 인기를 몰고 있다. 식탐이 많은 아버지와 아들이 먹는 것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웃음을 자아내는 코너다. 이렇듯 인간에게는 유전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부모의 특성이 자식에게도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운동선수들 역시 마찬가지로 아버지가 우수한 운동DNA를 가지고 있는 운동선수라면 아들 역시 그것을 물려받아 운동선수의 길로 들어서기도 한다. 그래서 이번엔 아들이 아버지의 대를 이어 운동선수로 활약한 사례를 알아보고 그것과 연관된 다양한 스토리들도 함께 알아보고자 한다.

 

1. 켄 그리피 시니어, 켄 그리피 주니어

 

켄 그리피 시니어와 켄 그리피 주니어 부자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유명한 ‘부자(父子) 선수’ 이다. 1973년 신시내티 레즈에 입단하며 메이저리그 선수 생활을 시작한 아버지 시니어는 1970년대 신시내티의 자랑이던 붉은 기관총 타선의 일원으로 맹활약했다. 당시 스파키 앤더슨, 피트 로즈 등 훌륭한 선수들과 함께 뛰었던 시니어는 신시내티의 5번 지구우승, 4번의 내셔널리그 우승, 2번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이후 그는 뉴욕양키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시애틀 매리너스에서도 활약했다.

 

아들인 켄 그리피 주니어는 1987년 시애틀에 입단했고 1989년에 메이저리그 개막전에 출전하며 본격적으로 메이저리그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만19세라는 어린나이에 데뷔한 주니어는 첫 시즌부터 주전으로 자리 잡았고, 이후 10년 연속 골든글러브 수상, 10년 연속 올스타전 참가, 3회 홈런왕을 기록하며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로 자리 잡았다.

 

훗날 아버지가 뛰었던 신시내티 레즈에서도 뛰었던 주니어는 통산 630개의 홈런으로 메이저리그 전체 홈런 기록 5위에 올랐고, 2010년에 은퇴를 선언했다. 이 부자가 관심을 모으는 이유는 역대 최초로 부자가 한 경기에 같이 출전한 기록을 남겼기 때문이다. 주니어가 시애틀의 유망주로 각광받던 1990년 시애틀이 선수 생활 말년을 보내던 시니어를 영입한 것이다. 시애틀에서 함께 뛰게 된 아버지와 아들은 아버지가 잡을 수 있는 플라이볼을 아들이 전력 질주해서 대신 잡아내기도 했고, 2번 타자로 출장한 아버지와 3번 타자로 출장한 아들이 백투백 홈런을 날리는 등 다양한 명장면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2. 바비 본즈, 배리 본즈

 

메이저리그에서 유명한 또 다른 부자 선수. 바로 바비 본즈와 배리 본즈다. 이들은 켄 그리피 시니어, 켄 그리피 주니어 부자처럼 같이 선수 생활을 하진 않았지만, 두 부자 모두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활약했다.

 

1964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입단한 바비 본즈는 1969년부터 자신의 존재감을 뽐낸다. 그해에 그는 32개의 홈런, 90타점, 45개의 도루를 기록한 것이다. 이후에도 호타준족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바비는 총 5회에 30(홈런)-30(도루)달성, 3회의 올스타전 참가, 3회의 골든글러브 수상 등 최고의 선수로 자리 잡았다. 또 그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두 번째로 300(홈런)-300(도루)를 달성하며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기도 했다.

 

 

바비가 메이저리그에서 전성기를 달릴 무렵 당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클럽 하우스에는 바비의 아들이 선수들의 귀여움을 독차지 하고 있었다. 바비는 자신의 아들 역시 훌륭한 야구 선수가 되길 원했고, 아들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바비는 팬들에게 자신의 사인을 받기 직전, 아들의 사인을 먼저 받게 했고, 팀 내 또 다른 슈퍼스타인 윌리 메이스에게 대부를 부탁했다. 그 아들의 이름은 바로 메이저리그 통산 756개의 홈런을 날리며 전체 홈런 기록 1위에 빛나는 배리 본즈.

 

배리는 이미 고등학교 시절부터 팀을 2년 연속 주대회 우승으로 이끌고 자신은 전미고교 MVP에 뽑히는 등 두각을 나타냈다. 이후 애리조나 주립대를 거쳐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 입단한 배리는 팀을 3회 지구우승 시키고 고향팀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입단했다. 이후 배리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소속으로 3회의 30(홈런)-30(도루) 달성, 단일 시즌 최다 홈런 기록(73개)을 남겼고, 또 아버지가 기록하지 못했던 40(홈런)-40(도루), 400(홈런)-400(도루)을 기록하며 아버지를 뛰어넘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스타가 됐다. 하지만 배리는 최고의 스타 이름값이라도 하는 듯 선수 시절 거만한 모습을 보여줬다. 배리는 좋지 못한 성격 탓에 LA 올림픽 대표로 선발되지 못했고, 샌프란시스코 소속 시절엔 팀 동료인 제프 켄트와 불화를 빚어 팀 분위기에 악영향을 주기도 했다. 배리가 이러한 성격을 갖게 된 원인이 아버지인 바비의 탓이라는 주장도 있다. 바비가 아들의 자부심을 키워주기 위한 교육 방식이 너무 지나쳐 오만한 성격까지 함께 왔다는 얘기다. 하지만 적어도 기록에서 만큼은 바비와 배리는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누구도 넘보지 못할 기록을 남겼다.

 

 

3. 체사레 말디니, 파올로 말디니

 

 

 축구로 눈을 돌려보면 최고의 부자 선수로 체사레 말디니와 파올로 말디니가 눈에 들어온다. AC밀란의 레젠드 수비수로 알려져 있는 아버지 체사레 말디니는 현역 시절 팀을 4회 리그 우승으로 이끌었고, 팀 최초의 유러피언컵(챔피언스리그 전신)우승을 견인하는 등, 최고의 수비수로 활약했다. 은퇴 후에는 감독으로도 이름을 날리게 되는데 그는 이탈리아 대표팀(1998), 파라과이 대표팀(2002)을 이끌고 월드컵에 출전하기도 했다.

 

아들인 파올로 말디니 역시 아버지처럼 AC밀란에서 활약했다. 프로 생활 24년 동안 AC밀란을 떠나지 않았던 그는 챔피언스리그 5회 우승, 리그 7회 우승 등을 경험하며 아버지 이상의 족적을 남겼고, 파올로는 이탈리아 대표팀으로도 맹활약하며 A매치에 126경기에 출전하는 등 이탈리아 특유의 빗장 수비에도 한몫 했다.

 

이 부자가 특별한 이유는 쉽게 이루기 힘든 기록을 남겼기 때문이다. 1963년 체사레는 주장 완장을 달고 AC밀란을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이끌었고, 정확히 26년 후인 1989년엔 아들인 파올로가 AC밀란을 또 한번 챔피언스리그 정상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파올로는 2003년 주장완장을 차고 또 다시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서며 아버지와 아들이 같은 팀을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이끔과 동시에 주장 자격으로 정상의 기쁨을 맛보며,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그리고 지난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엔 이탈리아 대표팀 감독(아버지)과 선수(아들) 자격으로 출전하기도 했다. 2009년 파올로는 은퇴를 선언했고 AC밀란은 그의 등번호인 3번을 영구 결번했다. 하지만 현재 AC밀란의 유스로 활약하고 있는 말디니의 두 아들인 크리스티안과 다니엘이 1군 무대에 오를 시엔 3번을 달 수 있도록 했다. 이들 중 한명이라도 AC밀란 1군에 모습을 드러낸다면 무려 3대가 같은 팀에서 뛰게 된다. 이런 놀라운 모습이 나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렇게 부자가 함께 운동선수로 뛰며 스포츠 역사에 기록을 남긴다는 것도 스포츠를 보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앞으로 어떤 부자 선수들이 스포츠 역사에 자신들의 이름을 남길지도 관심사다.

 

 

 

ⓒ 스포츠둥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