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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고교야구, 대학야구야- 너 어쩜 이렇게 재미있니?”

 

 

글 / 서우리 (스포츠둥지 기자)

       

        꽃피는 춘삼월에 봄소풍보다 주말리그와 춘계리그를. 따사로운 오월엔 황금사자기와 KBO총재기를. 정신 없는 시험기간에도 하계리그를. 황금 같은 여름방학 역시 청룡기와 대통령기를. 이렇게 야구시즌 내내 고교야구와 대학야구를 즐겨 보는 필자에게 사람들이 물었다. “그거 왜 보러 가니?”, “뭐가 그렇게 재미있어?”

 

‘와- 야구장이 참 평화롭네’. 이것이 첫 느낌이었다. 응원, 박수, 음악소리와 많은 사람들로 가득 찬 프로야구의 경기장과는 대조적인 분위기였다. 그리고 ‘이거 장난이 아니구나. 치열하네’ 라는 생각 이 들었고 점점 아마추어 야구 특유의 분위기와 매력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하나하나 재미를 발견하며 어느새 다음 대회는 언제 열리나 기다리는 아마야구의 팬이 되었다.

 

 

KBO총재기 대학야구 결승전에 건국대학교 학생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 서우리

 

 

파이팅 넘치는 현장, 그들의 기운을 받아라!

“괜찮아, 괜찮아!” “가자 가자!” “나이스 볼! 네 볼만 생각해!” “좋아, 포기하지 말고!” 대학야구와 고교야구가 열리는 현장에서 들을 수 있는 소리다. 아마추어 야구경기가 열리는 곳에는 팬들의 함성에 앞서 선수들간의 격려가 있다. 서로 힘내라는 격려를 경기 중에도 소리 내어 주고 받으며 분위기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것이다. 또 이닝이 끝날 때마다 함께 모여 파이팅을 외치기도 하고, 호수비가 나오거나 위기 상황을 극적으로 막았을 때는 진심으로 기뻐하며 환호하는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곤 한다. 야구를 보며 일종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부분이다.

 

반대 상황도 역시 존재한다. 실책을 하거나 찬스를 무산시켰을 때는 그만큼 아쉬워하는 모습도 겉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플레이 하나하나에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그들의 감정이 관중들에게 보여지면 보는 사람은 경기에 더욱 몰입하게 되는 효과가 있다. 롤러코스터를 무표정으로 타는 사람과 잔뜩 찡그린 울상으로 타는 사람을 볼 때 후자의 경우가 더 감정이입에 효과 적인 것과 같다. 그래서 아마추어 야구경기에서는 그라운드 위의 선수들에게 더 공감하여 함께 기뻐하고 함께 아쉬워할 수 있는 것이다.

 

 

‘일구일생 일구일사’의 투혼 그리고 전력질주
지난해 말에 개봉한 영화 ‘퍼펙트게임’에는 ‘일구일생(一球一生) 일구일사(一球一死)’라는 명대사가 등장한다. ‘공 하나에 살고 공 하나에 죽는다’라는 의미다. 아마추어 야구경기에서는 이처럼 공 하나 하나에 살고 죽는 전력투구를 볼 수 있다. 프로 선수는 오늘의 기록이 하나하나 모여서 연봉을 좌우한다. 그러나 아마추어 야구선수들은 오늘의 기록이 하나하나 모여 그들의 미래를 좌우한다. 공 한구 한구의 기록이 모여 프로에 가느냐 못 가느냐가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이처럼 미래를 짊어지고 공을 던지는 그들이 얼마나 전력으로 투구를 하는지는 그들의 기합소리에서 느낄 수 있다. 온 힘을 다해 공을 던지면서 자연스레 터져 나오는 기합소리는 아마추어 야구 경기에서 조금만 집중하면 쉽게 들을 수 있다. 그들은 공 하나하나에 절실함을 실어 던지는 것이다.

 

 

고교야구 선수가 1루에 헤드퍼스트슬라이딩으로 들어가고 있다. © 서우리

 

 

투수뿐만이 아니다. 타자들도 역시 한 타석 한 타석의 기록이 그들의 미래를 만드는 발판이 된다. 그래서 한 번이라도 더 살아나가기 위해 그들은 평범한 땅볼과 외야플라이에도 항상 전력질주를 한다. 아마추어 야구 경기에서 1루까지 설렁설렁 뛰는 타자를 찾기란 문워크로 뛰는 타자 찾기보다 어려울 것이다. 누가 봐도 아웃인 상황에서도 그들은 헤드퍼스트슬라이딩을 감행(?)하며 살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 절실하게 던지고 절실하게 치고 달리는 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가끔은 저절로 박수가 나오기도 한다.

 

 

저렴한 입장료로 하루 종일 야구 경기를!

고교야구와 대학야구의 경기는 프로야구 경기보다 훨씬 저렴한 입장료로 좋은 좌석에서 볼 수 있다는 경제적인 매력까지 지니고 있다.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는 날에는 4만원 이상을 지불해야 앉을 수 있는 테이블석도 고교야구 청룡기 대회에는 1만원에 이용할 수 있다. 게다가 고교야구는 초, 중, 고등학생할인, 대학야구는 대학생 할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학생들에게는 더더욱 저렴하게 야구를 즐길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게다가 아마추어 야구경기는 하루에 적게는 두 경기, 많게는 네 경기가 열리곤 하는데 한 경기의 입장료만 지불하면 그 날 열리는 모든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 저렴한 가격에 많은 경기를 즐길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어디 있을까?

 

 

미래의 프로선수를 미리 볼 수 있는 곳

마지막으로 당신이 지금 가장 좋아하는 프로야구 선수의 학생 시절로 돌아가 그들의 옛모습을 볼 수 있다면 어떻겠는가? 설레지 않은가? 그들이 친 첫 홈런, 그들이 거둔 첫 승을 직접 볼 수 있는 곳이 있다면 가보고 싶지 않은가? 그 기회가 바로 고교야구와 대학야구가 열리는 현장이다. 미래의 프로선수가 될 인재들을 미리보고 그들의 인상 깊은 플레이를 직접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언젠가 한국 프로야구에 이승엽의 홈런 기록을 뛰어넘는 선수가 등장했을 때, ‘아, 저 선수가 고등학교 때 친 첫 만루홈런 공을 내가 잡았었지’ 라고 추억할 수 있다면 야구팬으로서 로맨틱하지 않은가.

 

 

직접 아마야구의 매력을 느끼고 싶다면

필자가 소개한 고교야구와 대학야구의 매력에 마음이 흔들렸다면 당장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이번 8월 30일 개막전을 시작으로 9월 8일까지 10일 동안 진행되는 ‘세계 청소년 야구 선수권 대회’이다. 이 대회가 고등학생들의 WBC라고 불리는 만큼 10일 동안 전세계의 청소년대표 선수들이 모여 치열한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그들의 경기가 지닌 매력을 직접 느껴보고 싶다면 대회 기간 동안 잠실구장과 목동구장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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