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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독재자는 스포츠를 사랑한다? 스포츠가 독재에 악용된 사례

 

 

글 / 김성수 (스포츠둥지 기자)

 

 

 

        스포츠는 많은 국가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세계인들은 스포츠를 통해 건강을 유지하고,  메이저 스포츠대회는 세계 평화와 화합에 기여하고 있다. 이렇게 긍정적인 부분만 있었으면 좋겠지만, 스포츠가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는 다는 것에 착안해 과거 독재자들은 스포츠를 자신의 권력 유지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현재는 독재정치가 많이 사라지면서 노골적으로 스포츠를 독재에 이용하려는 모습은 많이 사라졌지만, 연이은 세계대전으로 어지러웠던 시절엔 스포츠가 악용된 경우가 있었다. 그럼 지금부터 스포츠가 독재에 악용된 사례들을 알아보자.

 

 

 

 

 

무솔리니

  역사상 최악의 독재자로 불리는 무솔리니와 히틀러. 그들은 각각 파시즘과, 나치즘을 주창하며, 유럽 현대사의 악당으로 남아 있는 인물들이다. 1922년 10월 30일 무솔리니 내각이 출범하며 정권을 잡은 무솔리니는 유럽에서 축구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음을 느끼고, 축구를 활용해 대중 조작 및, 노동자들의 정치적 관심 분산을 유도했다. 무솔리니 정권은 축구 경기를 할때 반드시 파시스트식 경례를 하도록 의무화했고, 국제 경기에서 승리하면 체제의 승리인 것처럼 선전했다. 그리고 볼로냐에 커다란 축구경기장을 건설했는데 이는 축구 발전보다는 파시스트들의 영광을 기리기 위해 건설했다는 색채가 강했다. 1934년엔 월드컵까지 개최해 전 세계적으로 자신들의 체제를 알릴 기회를 얻었고, 파시스트들은 자신들의 대표팀을 강하게 하기 위해 이탈리아에서 뛰던 아르헨티나 출신의 선수들에게 거액을 주고 이탈리아 대표까지 뛰게 했는데, 이는 아르헨티나의 강한 반발을 불러 오기도 했다.

 

또 대회가 열리기 전에 무솔리니는 선수들에게 우승을 할 경우, 엄청난 상을 내리겠다고 약속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엄벌을 내리겠다고 했다. 이에 자극받은 선수들은 승리하기 위해 매 경기 거친 플레이를 펼쳤고, 스페인과의 4강전에선 7명의 스페인 선수와 4명의 이탈리아 선수가 부상으로 실려나가는 끝에 재경기를 펼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결승에 올라온 이탈리아가 만난 상대는 체코. 하지만 체코는 순순히 이탈리아에 우승컵을 내주려 하지 않았고, 후반 초반 선제골을 넣으며 무솔리니의 표정을 굳게 만들었다. 당황한 이탈리아는 동점골을 넣기 위해 노력했지만, 골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경기가 약 8분여 남았을때 이탈리아 관중들은 잔인하게도 ‘죽어라’ 라고 외쳤다. 하지만 결국 이탈리아의 동점골이 터졌고, 연장전에서 역전골까지 성공시키며 힘겹게 2-1로 승리할 수 있었다. 이렇게 이탈리아는 2회 월드컵에서 우승한 국가로 역사에 기록됐지만, 체제 홍보를 위해 억지 우승을 차지했다는 점에선 비판의 대상으로 남아있다. 
 

히틀러
  독일 나치당의 총수이자, 악의 탄생이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악명 높은 독재자인 히틀러 역시 스포츠를 활용했다. 그에겐 1936년 베를린 올림픽 개최권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에겐 故 손기정 선생이 일제 식민지 시대의 울분을 달래는 마라톤 금메달을 안겨준 대회라고 기억되고 있지만, 히틀러는 전 세계인이 바라보는 올림픽을 이용해 나치를 선전했다. 그는 베를린 서쪽에 나치가 좋아하는 신고전주의 양식에 11만명이 수용가능한 매머드급 경기장을 지어 나치의 우수성을 알리고자 했고, 베를린 거리엔 오륜기와 나치의 깃발이 가득했다. 개막식에선 11만 관중석을 가득 채운 관중들이 나치식 경례로 히틀러를 맞이했고, 금메달을 딴 독일 선수들 역시 시상대에서 나치식 경례를 했다. 그리고 히틀러는 올림픽 기간 동안 유색인종 차별 완화 정책을 펼치며, 이미지 개선에도 신경 썼다.

 

올림픽 후에도 히틀러의 스포츠를 활용한 만행은 그치지 않았다.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의 출발점이 되는 폴란드 침공을 벌여 폴란드 전역을 점령하자 나치는 축구 경기를 벌이기로 한다. 폴란드내에서 독일 대표팀이 폴란드 대표팀을 완벽하게 이겨 독일의 우월성을 확실히 각인시키겠다는 것이 계획이었다. 하지만 상황은 만만치 않았다. 당시 폴란드는 193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브라질과 대등한 경기를 펼칠 정도로 강한 팀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치는 폴란드 대표팀에게 “패배한다면 상을 주겠지만, 이길 경우 모두 총살시키겠다”는 무시무시한 협박을 한다. 하지만 폴란드 대표팀 선수들은 무너진 조국을 위해 최선을 다했고, 결국 3-2로 승리한다. 협박대로 나치는 선수들을 그 자리에서 총살시키는 만행을 저질렀다. 훗날 2차대전 에서 패망한 독일이 과거를 반성하고 독일 수상이 폴란드 대통령 앞에서 무릎을 꿇기도 했지만, 최악의 독재자라 불리는 히틀러도 체제 선전을 위해 스포츠를 악용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아르헨티나 군사독재정부
  월드컵은 1978년 또 다시 독재자의 악용으로 얼룩졌다. 1978년 월드컵을 개최한 아르헨티나는 군사독재정부가 집권 중이었고, 당연히 이 독재 정권은 월드컵을 이용했다. 아르헨티나는 1940년대 풍부한 천연자원과 농업으로 세계에서 손꼽히는 부국이었지만 1946년 대통령에 당선된 후안 페론과, 그의 아내 에바 페론이 시행한 정책은 아르헨티나가 위기에 빠지는데 단초를 제공했다. ‘에비타’라는 애칭으로 유명한 에바 페론은 사생아로 태어나 가난하고 어려운 어린시절을 보낸 탓인지, 사회적 약자들을 배려하는 정책을 펼쳤다. 취지는 좋았지만, 지나친 복지정책으로 아르헨티나의 경제는 무너져 갔고, 결국 아르헨티나는 쿠데타와 독재가 지속되었다. 1976년. 쿠데타로 비델라 장군이 정권을 잡을 당시 아르헨티나는 폭력, 고문이 자행되었고, 국민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이러한 상황을 무마하고,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선 스포츠 행사만큼 좋은 것은 없었다. 아르헨티나의 불안정한 상황탓에 다른 곳에서 월드컵을 개최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었지만, 1978년 월드컵은 예정대로 아르헨티나에서 열렸다. 이후 아르헨티나 월드컵은 온갖 비리와 음모론이 판을 쳤다. 아르헨티나와 헝가리의 첫 대결에선 아르헨티나의 거친 플레이를 심판이 눈감아주고 석연찮은 판정으로 헝가리선수 두명이 퇴장당하는 끝에 아르헨티나가 승리한 것이다. 게다가 두 번째 경기인 아르헨티나와 프랑스의 경기에서도 심판의 애매한 판정으로 아르헨티나가 페널티킥을 얻자 아르헨티나의 심판 매수설이 돌았다.

 

2차리그 에서도(당시 월드컵은 1차 조별예선을 치르고 2차 조별리그를 통해 결승진출국을 가렸다.) 의혹이 가는 부분이 있었다. 아르헨티나는 페루에 4골차 이상으로 이겨야 결승에 진출할 상황이었고, 아르헨티나는 페루에 6-0 대승을 거두며 결승진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당시 페루 선수들의 플레이는 무언가 엉성했고, 경기 직전 비델라 대통령이 페루 라커룸을 방문한 점, 아르헨티나 정부에서 페루에 곡물 지원과 부채 탕감을 지원했다는 점에서 아르헨티나에 의혹의 시선이 쏠리기도 했다. 어쨌든 결승전에 진출한 아르헨티나가 만난 상대는 네덜란드. 자국의 우승을 바라보기 위해 관중석을 가득 메운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총과 폭죽으로 갖은 소음을 내며 광기 어린 모습을 보여줬고, 그간 쌓인 울분을 모두 쏟아내려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결승전에서도 역시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거친 플레이로 일관했고, 주심은 이번에도 모른체했다. 결국 네덜란드를 3-1로 꺾은 아르헨티나는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다. 갖은 의혹과 아르헨티나가 보여준 억지스러운 모습은 다른 출전국들의 거센 비난을 받기에 충분했지만, 월드컵 첫 우승이라는 감격은 아르헨티나 국민들의 불만을 어느 정도 달랠 수 있었다. 하지만 억지 우승에 대한 대가(?)인지 아르헨티나는 또 다시 위기를 맞는다. 1982년 영국과 벌인 포클랜드 전쟁에서 패한 것이 원인이었다. 독재가 계속되고 있는 과정에서 무리하게 일으킨 전쟁은 결국 아르헨티나를 수렁에 빠뜨렸고, 세계 대부분의 국가 역시 영국의 편을 들며 아르헨티나는 국제적인 고립 상태에 놓이기도 했다.

 

 

 

 

 스포츠가 가지고 있는 대중성은 독재자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 덕에 스포츠는 본래의 목적보단 독재자의 정권 유지 수단 내지 선전물로 이용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스포츠의 순기능이 이런식으로 이용되어서는 곤란하겠다. 앞으로는 독재가들의 악용으로 얼룩진 스포츠가 더 이상은 생겨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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