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포츠둥지 기자단

한국 양궁역사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글 / 제갈현승 (스포츠둥지 기자)

 

         런던올림픽에서 한국 양궁은 다시 한 번 '효자'종목, 양궁강국으로서 위상을 세계에 널리 알렸다. 일각에서는 한국 양궁의 독주체제가 무너지고 다수의 메달 획득에 회의적이라 예상했지만 한국양궁대표팀은 경쟁자들을 차례로 이겨내며 남자 단체전 동메달, 여자 단체전 금메달, 남자 개인전 금메달, 여자 개인전 금메달을 얻는 쾌거를 기록하였다.


1점차이로 승부가 갈라서는 양궁이니 만큼 운이 많이들 작용한다고 하지만 그 1점을 위해서 양궁대표팀은 피나는 노력과 땀의 결실로 맺어진 것이다. 물리적으로는 1점에 불과하지만 경쟁자들이 수 십년째 못 넘어서고 있는 큰 산인 것이다. 

 

이렇게 보는 이 조차도 슛팅 순간 떨게 만드는 양궁을 88년 서울 올림픽부터 굳건히 양궁강국으로서 지키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양궁의 'KEY' 기보배 ⓒ 대한체육회

 

 

- 활을 잘 쏘는 민족이라서 양궁을 잘한다? NO

흔히들 한국 양궁의 우수성을 찾는데 있어서 ‘우리가 활을 잘 쏘는 민족이다’, ‘외세의 침략에 대비해 활을 쏘는 능력이 있어왔다’라며 말하곤 한다. 하지만 한국 양궁의 위력은 이러한 ‘역사적 DNA’보다도 체계적인 훈련법과 선수육성, 훈련 개발등의 조건이 갖추어져 한국양궁의 역사를 쓴 것이다.


실제로 유럽형 활인 양궁은 신체적으로 동양인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게 되어있다. 활 시위를 당길 때 동양선수보다 서양선수가 팔 길이가 전체적으로 길어 일직선으로 쭉 뻗을 수가 있어 동양인이 시위를 당기기엔 서양인보다 힘든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한국양궁에서 ‘역사적DNA’를 논하는 것은 어느 정도 연관성이야 있겠지만 올림픽 성적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없다.

 

 

- 기본적인 훈련 프로그램
한국 양궁의 강한 이유는 초등학교부터 양궁기술에 대한 기본적인 기술을 훌륭하게 습득하였다. 이러한 배경에는 우리나라 양궁 지도자들이 1980년대 '궁우회'라는 조직을 결성하여 활동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 조직에서 양궁 기술과 관련된 내용들을 수 없이 토론하면서 양궁의 기본적인 슈팅 기술을 정립하여 선수들에게 적용시켰다. 그 결과 지금은 우리나라 양궁선수들의 슈팅 기술은 흠 잡을 곳 없이 견고하다.


 

또한 기본적으로 양궁은 ‘멘탈리티’싸움이 강하다.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것인데 국가대표팀에 선발된 선수들을 여러 훈련을 통하여 혹독하게 다룬다. 이를 테면 UDT훈련, 최전방 보초, 번지점프 등을 통해 담력을 길러내어 진정한 국가 대표선수로 길러내는 것이다.

 

 

 어느 상황에 닥쳐도 이겨낼 수 있게끔 훈련하는 대표팀(야구장에서 훈련) ⓒ 대한양궁협회

 


- 파벌없는 깨끗한 국가 대표 선발시스템

실력과 원칙대로의 양궁선발 때문에 스포츠 종목 중 파벌이 없는 종목이다.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은 1년 동안 남녀 랭킹 1등에서부터 100등까지만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주며, 10개월 동안 7차전까지 치룬 후 남녀대표를 선발하게 된다. 1위부터 100위까지의 실력이 크게 나지 않기 때문에 자만하다가는 대표팀에서 떨어질 수 도 있다. 올해 대표팀에서 늦깍이로 데뷔한 최현주선수도 이 같은 공정하고 합리적인 원칙에 따라 선발된 것이다. 하지만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컨디션 난조를 보이면서 대표팀에서 제외하자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한국 양궁이 지켜낸 공정한 선발규칙으로 최현주선수를 런던까지 끌고 올 수 있었다. 그리고 결국 여자 단체전 7연패라는 어마어마한 업적을 쌓는데 보탬이 되었다.

 

 

시드니올림픽 당시 여자 개인전 금, 은, 동은 모두 한국이었다 ⓒ IOC

 

 

 - 미리 예측하는 경기규칙과 대비

지금쯤이면 양궁대표팀은 또 다시 다음대회를 미리 준비 하고 있을 것이다. 한국의 독주체제를 막기 위하여 수시로 변경하는 양궁의 룰 때문에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갖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한다. 이를테면 이번 런던올림픽은 개인전 교대발사의 발사 시간이 기존 30초에서 20초로 줄었다. 베이징 올림픽 때는 경기 룰이 8개월 전에 바뀌는 경우도 생겼다.(기존의 40초에서 30초로 변경) 그만큼 실수확률을 높이면서 실력차를 줄이겠다는 국제양궁연맹의 목적이다. 1발을 쏘는 데 허용되는 시간, 세트제, 화살 발수 등 모든 상황에 대비해 양궁대표팀은 훈련한다.

 

 

11개국에서 활약 중인 한국 코치들 ⓒ 연합뉴스

 

- 해외로 나가는 한국 양궁 지도자들

한국 양궁의 우수성을 배우고자 하는 팀들이 많아 각 국에서는 한국 지도자들을 영입하는데 애를 쓰고 있다. 실제로 37개 참가국 중에 11개국이 한국 지도자를 영입하여 수준과 기술을 높이는데 있다. 멕시코의 경우 사상 처음으로 메달획득을 이루었고, 대회를 거듭날수록 실력차가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다. 따라서 우리 대표팀으로서는 기술과 노하우를 빼앗긴다는 점도 있지만 역으로 꾸준한 정상에서의 위협을 받음으로써 항상 더 노력하고 훈련개발에 매진하는 강점도 있는 것이다.

 

 

매 번 올림픽마다, 양궁은 ‘무조건 금’이라는 생각에 그들이 얼마나 훈련을 열심히 하고 체계적으로 길러져 온 사실을 안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또한 정상을 지속적으로 유지한 채로 신화를 써내려 가는 것은 대단한 업적이다. 양궁의 종주국도 아니며, 신체적 조건의 불리함을 극복하고 세계 정상에 우뚝 선 양궁 대표팀은 피와 땀이 맺힌 훈련과 갖가지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정상에서 내려오지 않는 것이다. 다음 올림픽에도 양궁대표팀의 선전을 기대해 본다.

 

 

 

 

<88올림픽부터 런던올림픽까지 한국양궁대표팀 기록>

88 서울올림픽 대회

여자개인

여자단체

남자개인

남자단체

1위 김 수 녕(한국)

2위 왕 희 경( “ )

3위 윤 영 숙( “ )

1위 한 국

2위 인도네시아

3위 미 국

1BARRS (미국)

2위 박 성 수(한국)

3ECHEEV (소련)

4위 전 인 수(한국)

1위 한 국

2위 미 국

3위 영 국

92 바르셀로나 올림픽

여자개인

여자단체

남자개인

남자단체

1위 김 수 녕(한국)

2위 왕 희 경( “ )

3위 윤 영 숙( “ )

1위 한 국

2위 인도네시아

3위 미 국

1BARRS (미국)

2위 박 성 수(한국)

3ECHEEV (소련)

1위 한 국

2위 미 국

3위 영 국

96 애틀란타 올림픽

여자개인

여자단체

남자개인

남자단체

1위 김 경 욱 (한국)

2HEYING (중국)

3SADOVYCHA (우크라이나)

1위 한 국

2위 독 일

3위 폴란드

1HUISH (미국)

2PETERSSON(스웨덴)

3위 오 교 문 (한국)

1위 미 국

2위 한 국

3위 이탈리아

2000 시드니 올림픽

여자개인

여자단체

남자개인

남자단체

1위 윤 미 진(한 국)

2위 김 남 순( “ )

3위 김 수 녕( “ )

1위 한 국

2위 우크라이나

3위 독 일

1WEATHER(호주)

2WUNDERLE (미국)

3ALTEN(네덜란드)

 

1위 한 국

2위 이탈리아

3위 미 국

 

2004 아테네 올림픽

여자개인

여자단체

남자개인

남자단체

1위 박 성 현(한 국)

2위 이 성 진( “ )

3WILLIAMSON (영국)

1위 한 국

2위 중 국

3위 대 만

1GALIAZZO(이탈리아)

2YAMAMOTO (일본)

3CUDDIHY (호주)

1위 한 국

2위 대 만

3위 우크라이나

2008 베이징 올림픽

여자개인

여자단체

남자개인

남자단체

1Juan Juan(중국)

2위 박 성 현(한국)

3위 윤 옥 희(한국)

1위 한 국

2위 중 국

3위 프랑스

1Victor(우크라이나)

2위 박 경 모 (한국)

3Bair (러시아)

1위 한 국

2위 이탈리아

3위 중 국

2012 런던 올림픽

여자개인

여자단체

남자개인

남자단체

1위 기 보 배

2위 로만(멕시코)

3위 아비티아(멕시코)

1위 한국

2위 중국

3위 일본

1위 오 진 혁(한국)

2위 타카하루(일본)

3위 다이 샤오샹(중국)

1위 미국

2위 이탈리아

3위 한국

 

 

참고자료 : 서거원 저, 따뜻한 독종
               김병현 저, 국가대표 심리학
               대한양궁협회 홈페이지

 

 

ⓒ 스포츠둥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