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기 대학야구 결승] 역전에 역전을 거듭한 경기! 호랑이의 발톱은 날카로웠다!

 

 

 

글 / 서우리 (스포츠둥지 기자)

 

 

궂은 날씨에도 경기장을 찾은 건국대(좌)와 고려대(우) 응원단 ⓒ서우리

 

 

고려대 vs 건국대, 누구도 놓칠 수 없는 결승전!

지난 14일 목동구장에서는 올 해 처음으로 우승에 도전하는 고려대와 두 번의 2등은 없다며 KBO총재기 대회에 이어 다시 한번 우승에 도전하는 건국대가 결승에서 만났다. 날은 흐렸지만 우승을 향한 양팀 선수들과 관중들의 열기에 경기장은 뜨거웠다.

 

 

선취점은 고려의 4번타자 김경도에게서
건국대의 3루타-스퀴즈 번트로 이어지는 작전은 대성공

 

상대적으로 투수자원이 풍부한 건국대가 마운드에서는 더 앞설 것으로 보였지만 고려대의 타력은 1회부터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선취점은 16강부터 꾸준한 활약을 펼친 4번 김경도에게서 나왔다. 1회초 2사 2루 상황에서 건국대 선발 문경찬의 2구째를 밀어친 타구가 안타가 되며 2루 주자를 불러들였다. 무엇보다 선취점이 중요한 결승전에서 귀중한 한 점이었다.

 

역투하고 있는 건국대 선발 2학년 우완 문경찬 ⓒ서우리

 

그러나 건국대는 곧 동점을 내며 균형을 맞췄다. 2회말 1사에 고려대 선발 안성무를 상대로 건국대 5번 조정원이 좌월 3루타를 쳤고 이후 6번 홍창기의 스퀴즈 번트로 주자 득점하며 동점을 이루게 되었다. 이 때 고려대의 번트타구 처리가 미흡하며 타자주자도 1루에서 세잎이 되었고 역전 기회까지 잡은 건국대였지만 도루자와 삼진으로 추가점은 내지 못하였다.

 

건국대는 곧 이은 3회말 선두타자의 볼넷 출루에 이어 번트, 그리고 1번 조수행이 제대로 당겨친 타구가 우중간을 가르는 3루타가 되며 역전까지 성공했다. 1사 3루 상황에서 또 한 번 스퀴즈번트가 성공하며 점수는 3-1, 쐐기점을 박는 듯 했다. 건국대는 3회까지 안타 두 개가 모두 3루타, 그리고 3점 중 2점이 스퀴즈번트로 낸 점수였다. 건국대에게는 운까지 따르는 듯 보였다.

 

4회초 고려대는 2점 뒤진 상황에서 선두타자로 나온 4번 김경도가 내야안타와 상대실책으로 2루까지 갔고 이후 7번 김진영의 우전 안타 때 멋진 슬라이딩으로 홈으로 들어오며 1점을 추가했다. 점수는 어느새 3-2 1점차 상황. 그러나 곧바로 4회말 건국대 역시 선두타자 4번 이창진이 내야안타로 출루한 후 7번 금동현의 좌중간 안타 때 득점하며 다시 2점차로 도망가는 건국대였다.

 

 

주자 만루, 역전 3타점 2루타! 찬스에 강한 호랑이!

 

고려대를 승리로 이끈 손명기(좌), 김주한(중), 김경도(우) ⓒ서우리

 

그러나 하이라이트는 5회초에 나왔다. 4-2로 뒤지던 고려대는 5회 1사 이후 교체 된 건국대 좌완 투수 이성욱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1번 김준완이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으로 출루한 후 2번 사공엽의 안타와 3번 문상철의 플라이 아웃으로 2사에 주자는 1,2루. 그리고 오늘 2타수 2안타의 김경도는 몸 맞는 공으로 출루하며 2사 만루의 상황이 되었다. 이 때 5번 손명기가 4구째를 밀어친 것이 좌익수 오른쪽에 떨어졌고 이 타구는 펜스까지 굴러가며 1루주자 김경도까지 홈으로 들어가는 주자 일소 3타점 2루타가 되었다. 4-2에서 4-5로 역전하는 2루타였다. 고려대에게는 4회부터 이번 대회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김주한이 마운드에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의미 있는 역전타였다.

 

 

강한 타선의 힘으로 8-5의 승리를 거둔 고려대 ⓒ서우리

 

이후 건국대는 역전의 기회가 여러 번 있었지만 번번히 득점으로 이어가지 못했고, 8회에 1점씩 주고받은 후 9회에 2점을 추가로 내어주며 8-5의 스코어로 아쉬운 패배를 맞게 되었다. 특히 6회말 무사 1,2루의 상황에서 팀 내 최고 타점과 타율을 기록중인 이창진에게 번트를 대게 하는 초강수를 두고도 후속타자가 범타로 물러나며 득점하지 못한 게 가장 아쉬운 기회였다. 고려대에게는 김주한이 완벽한 위기관리 능력을 선보이며 건국대에게 역전을 허용하지 않은 점이 승리의 큰 밑거름이 되었다.

 

수비에서는 양팀 좌익수(건국대 홍창기, 고려대 사공엽)가 번갈아 호수비를 선보이며 결승전을 찾은 많은 관중에게 멋진 볼거리를 선사하기도 했다.

 

 

“몸에 맞고라도 나가자는 생각이었어요”

결승타의 주인공, 수훈상 고려대 4학년 손명기

 

5회 3타점 2루타를 친 후 2루에 나가 있는 고려대 손명기 ⓒ서우리

 

이 날 결승타의 주인공은 5회 2사 만루에서 3타점 2루타를 친 손명기였다. 손명기는 만루상황에서 어떤 생각으로 타석에 들어섰냐는 질문에 “좌투수 였기 때문에 몸 쪽 공이 오면 피하지 않고 맞고라도 나가자는 마음으로 타석에 들어섰다. 불리한 볼카운트여서 배트 중심에만 맞추자는 생각으로 바깥쪽 변화구를 쳤는데 운좋게 중심에 맞아 뻗어나가면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 고 했다.

 

고려대는 지난 해 좋은 성적을 내고 우승까지 했던 것에 비해 올해는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지난 해 졸업한 투수들이 전력에서 빠지며 이제는 약팀이 아니냐는 평도 듣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보란 듯이 우승하며 여전히 강팀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앞선 대회와 달리 이번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손명기는 “매 대회 때마다 마음가짐은 똑같지만 이번엔 특히 첫 게임부터 다들 하고자 하는 마음이 강해서 더 잘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주자가 스코어링 포지션에 나갈 때 마다 한방씩 쳐주고 꾸준히 적시타를 만들어 준 것을 결승전 승리의 요인으로 꼽기도 했다.

 

앞으로의 목표는 “올해 졸업하기 전에 고연전을 승리로 가져가는 것이고, 개인적으로는 제 갈 길, 프로 가는 것.” 라고 밝혔다. 닮고 싶은 선수를 묻는 질문에 주저하지 않고 KIA의 김상훈 선수를 꼽으며 “고등학교, 대학교 다 저의 선배님이신데 고등학교 때부터 존경하고 닮고 싶은 선수다.”고 답했다.

 

 

결승전 전 타석 출루! 타격상, 홈런상 2관왕! 고려의 4번 타자 3학년 김경도

 

홈런상과 타격상을 거머쥔 고려대 3학년 김경도 ⓒ서우리

 

좌타자인 김경도는 마지막 타석에서 좌투수를 상대로까지 안타를 만들어 내며 이 날 3타수 3안타, 1볼넷, 1사구로 전타석 출루하며 고려대의 공격을 이끌었다. 좌투수에 대한 대비도 있었느냐고 묻자 “특별한 대비는 안 했지만 투수가 실투를 던 졌고 평소 잘치는 코스로 들어와서 제 스윙을 한 것이 안타가 된 것 같다.” 고 했다. 이번 대회에서 홈런상과 더불어 17타수 9안타, 0.529의 타율로 타격상까지 2관왕을 차지하는 활약을 하며 MVP후보로 꼽히기도 한 그는 아쉬울 만도 한데 상은 전혀 노리지 않았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비결로는 “하계리그가 시작하기 전부터 꾸준히 타격 연습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고, 그 후에도 웨이트와 배팅연습을 열심히 했다. 연습을 많이 하니 자신감이 생겼다. 모두 연습의 결과다.”고 밝혔다. 고려대가 약체로 평가받는 것이 속상했다는 김경도는 이번 대회에 지금 선수들로 우승을 이루면 다들 놀랄 것 같아서 더욱 집중했다고 한다.

 

한편 우승할 수 있었던 최고의 비결로는 “감독, 코치님들께서 선수들을 잘 이끈 리더십 덕분이다. 감독님, 코치님이 계셨기에 저희가 잘 할 수 있었던 것.” 고 했는데 실제로 김경도는 닮고 싶은 선수로 고려대의 조경환 코치를 꼽기도 했다.

 

이어 올해의 목표는 3할을 치는 것인데 목표보다 희망사항으로 대표팀에 선발되고 싶다는 소망을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김경도는 3년 전 고등학교 3학년 때 당시 재학 중이던 덕수고의 우승과 함께 청소년 대표에 선발되어 국가대표로도 우승을 했던 경력이 있다. 다시 한 번 그 때의 영광을 꿈꾸는 그였다.

 

 

이번 대회 홀로 4승을 거둔 무쇠 팔!

최우수 선수상, 우수투수상의 고려대 1학년 김주한

 

홀로 4승을 거두며 최우수 선수, 우수투수상의 고려대 1학년 김주한 ⓒ서우리

 

 

고려대 1학년 김주한은 이번 대회 팀이 치른 5경기 중 4경기에 등판 해 4번 모두 승리투수가 되며 4승이나 거두는 기록을 남겼다. 게다가 준결승전에서 9이닝 동안 126개를 던지고도 다음 날 결승전에 또 나와 5.2이닝 동안 65개의 공을 던지는 등 강철 체력, 무쇠 팔을 자랑했다. 힘들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피곤하긴 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오늘따라 컨디션이 좋았다. 마운드에선 힘든 거 모르고 던졌다.”며 1학년다운 패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 날 경기에서 1점차 상황에 무사 1,2루의 위기를 맞기도 한 김주한은 “당시엔 역전 되도 괜찮으니까 아웃카운트만 늘리자는 생각으로 맞춰 잡으려 했는데 던지다 보니 실점하지 않고 넘어갈 수 있었다.”고 밝혔다.

 

앞으로 남은 대학생활 동안 안주하거나 만족하지 말고 더 실력을 늘려서 발전하고 싶다는 김주한은 앞으로의 발전가능성에 더욱 기대되는 선수이다. 우완 투수임에도 특이하게 좌완인 류현진을 존경한다고 밝혔는데 이유를 묻자 “부드러운 폼과 자신감 있는 피칭을 배우고 싶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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