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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환호성 없는 퓨처스 리그,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글 / 서우리 (스포츠둥지 기자)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이 포수의 글러브에 꽂히고, 심판의 ‘스트라이크’ 판정이 나오면 한쪽에선 환호성이 한쪽에선 아쉬움의 탄식이 울려 퍼지는 그라운드. 공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며 빠져드는 야구의 매력은 올해에도 많은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 해 프로야구는 총 681만28명, 경기당 평균 1만2081명의 관중 수를 기록하며 역대 최다관중기록을 세웠다. 올해 총 65경기를 치른 시점까지 누적관객 101만1006명, 경기평균 1만5553명으로 매 경기 지난 해보다 약 2000명이나 많은 수의 사람들이 야구장을 찾고 있다.

 

 

관중도, 응원도, 환호성도 없는 야구장?

그러나 이렇게 뜨거운 프로야구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관중도, 응원도, 환호성도 없이 경기를 하는 프로선수들이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바로 프로야구 2군리그, 퓨처스리그의 이야기다.

 

퓨처스리그는 올 시즌부터 제 9구단 NC다이노스가 합류하며 총 9개 구단의 프로 2군 선수들과 경찰청, 상무까지 11팀에서 약 400여명의 선수가 뛰고 있는 리그다.

(구체적인 경기 수와 리그 운영방식은 다음의 링크 참고 http://me2.do/GXM7UvU)

 

그러나 스스로 야구를 좋아한다고 자부하는 야구 팬들 중에서도 퓨처스리그 경기가 어디에서 열리는지, 일정은 어떻게 되는지 등의 정보에 대해 아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씨앗을 뿌리지 않고는 수확을 할 수 없고, 뿌리가 제대로 박혀있지 않으면 나무가 꺾이는 것처럼 퓨처스리그가 1군 리그를 받쳐주지 못하면 프로야구는 유지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퓨처스리그는 가만히 놔두기만 해도 황금알을 만들어내는 거위가 아니다. 투자와 관심이라는 양분 없이 화수분야구가 만들어지길 기대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리그 전체적인 발전을 위해서라도 구단의 투자와 인식변화 그리고 팬들의 관심이 절실한 시점이다.

 

현재 퓨처스리그는 열악하다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이다. 지난 해 KBS의 다큐멘터리 ‘3일’에서 퓨처스리그 선수들에 대해 방영한 ‘나는 프로야구 선수다’에서도 라커룸 없이 야구장 밖에서 유니폼을 갈아 입고 식사도 패스트 푸드 제품으로 대신하는 모습을 보았다. 심지어 한화 이글스는 2군 선수들의 전용구장 조차 없는 실정이다. 직접 가 본 퓨처스리그는 말 그대로 그들만의 리그라고 느껴졌다. 어떤 날은 관중 두 세 명이 전부인 날도 있을 정도다. 어쩌면 시설이나 지원보다 그들을 더 힘들게 만드는 것은 이러한 관심의 부재일지 모른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을 통해 퓨처스리그를 활성화할 수 있을까?

 

 

미국과 일본은 1군리그와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산하리그
미국과 일본의 경우에는 우리나라의 퓨처스리그와는 다르게 독립리그 형태로 2군리그가 운영된다. 정확히는 일본이 미국의 시스템을 벤치마킹 한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두산 베어스 1군과 그 산하의 2군은 모두 한 구단에 속해있다. 그러나 일본의 이스턴리그, 미국의 트리플A, 더블A 등의 마이너리그와 1군 리그는 계약관계를 통해 맺어져 있는 구조로 산하 리그는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오릭스 블루웨이브 아래에 사파스 고베(오릭스의 2군 팀명), 뉴욕 양키스 산하에 스크랜튼 윌키스 배어(뉴욕양키스 산하 트리플A)가 있는 것과 같다.

 

이런 시스템에서는 산하의 팀에 투자하고 관리하도록 계약이 맺어져 있고 대신 그 팀에서 선수를 수급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다. 그러므로 이스턴리그나 마이너리그는 그 운영에 있어서 매우 독립적이다. 사파스 고베는 단지 오릭스 1군의 후보선수로서 훈련하는 것이 아닌 그 지역에 독립적인 연고를 가지고 그들의 영역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미국과 일본은 2군 리그 역시 지역 팬들에게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으며 경기의 중계권과 스폰서 계약, 광고 효과 등을 통해 수익까지 창출한다.

 

 

지역밀착형 운영으로 퓨처스리그의 활성화를

현재 우리의 퓨처스리그 시스템을 미국과 일본처럼 당장 바꿀 수 없다면 배울만한 장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지역 밀착형 시스템이다. 일본과 미국의 2군 리그가 인기를 끌게 된 것도 지역밀착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1군 팀의 연고가 없는 지역에 2군 팀을 만들어 굳이 멀리까지 가지 않아도 야구를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팀 명에 지역 명을 넣거나 지자체와 협력하여 야구장 시설을 정비, 지역 방송과의 경기 중계권 계약 등 지역 사회와의 협력이 2군 리그 활성화에 주요한 영향을 끼쳤다.

 

이 지역밀착의 좋은 예를 올 시즌 한국 퓨처스리그에서도 찾을 수 있다. 바로 제 9구단 NC다이노스이다. 창원을 연고지로 하는 NC다이노스는 올 시즌부터 퓨처스리그에 합류했는데, 지난 4월 14일부터 열린 3일간의 홈 개막전에서 약 2만명의 관중을 끌어 모았다. 다른 퓨처스리그 경기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관중 수이다. 여기에는 창원시와의 협력이 큰 몫을 했다. 열악하기 그지없던 마산구장에 창원시에서 100억원을 투자해 리모델링을 했고, 깔끔하며 경기 관람에 최적화 된 창원구장은 많은 팬들을 발길을 향하게 했다.

 

이처럼 NC다이노스의 예를 참고하여 다른 구단들도 지역과 협력하는 퓨처스리그를 만든다면 리그 활성화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 함평, 이천, 구리, 송도, 강진, 상동 등 모든 퓨처스리그 구장은 1군 리그의 연고가 없는 지역에 있다. 그러므로 각 지역 주민들과 지자체와의 협력을 통해 시설을 개선하고 주변 지역의 더 많은 사람들이 구장을 찾을 수 있도록 한다면, 분명 퓨처스리그 선수들의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고, 프로야구 전체에 긍정적인 효과로 작용될 것이다.

 

 

반짝 관심이 아닌 지속적 관심으로 이어져야

올해는 지난 해 일년 간 퓨처스리그 중계가 열 번 이내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4월 한달 간 7번이나 중계될 만큼 리그에 대한 관심도가 상승했다. 그러나 이는 앞서 말한 NC다이노스의 경기가 절반일 만큼 그 영향이 크다. 따라서 NC가 1군에 합류하게 되면 또다시 퓨처스는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므로 퓨처스리그에 조금씩 모아지고 있는 관심이 계속해서 유지되도록 각 구단과 협회의 리그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현재 몇몇 구장은 차가 없이는 가기 어려운 위치에 있기도 하고, 어떻게 찾아가야 하는지 제대로 된 안내조차 찾을 수 없는 구장도 있다. 구단의 공식홈페이지에서도 퓨처스리그의 전용구장에 가는 길을 찾을 수 없는 상황이다. 어떤 구단은 이제서야 퓨처스리그의 경기기록을 공식 홈페이지에 기재하기 시작하기도 했다. 700만 관중을 목표로 하는 한국 프로야구가 그저 관중 수만이 아닌 진정 강한 내공을 지니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각 구단이 깨닫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많은 야구 팬들에게 퓨처스리그 만이 가진 재미를 알리고 싶다. 퓨처스리그 선수들은 그 곳에서 잘한다고 해서 연봉산정에 큰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 곧바로 1군에 등록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매 경기, 한 타석, 공 하나하나에 열정을 다해 임하고 있다. 퓨처스 리그의 해설을 맡았던 한 해설위원은 퓨처스 리그의 승패 기록이나 순위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지만, 그들은 분명 한 경기 한 경기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퓨처스 리그는 이처럼 순수한 열정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기회다. 가끔은 큰 앰프소리와 응원행렬에서 벗어나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파이팅 넘치는 경기를 보고 싶다면 퓨처스리그에 주목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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