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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색(色)없는 K리그, 경기장을 치장하라!

 

 

 

 

글 / 문영광 (스포츠둥지 기자)

 

 

     지난 3월, 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의 새로운 홈 경기장인 인천 축구전용경기장이 개장했다. 건축 당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고, 개장과 동시에 언론과 축구팬들로부터 극찬을 받은 경기장이다. 이곳에서 필자가 가장 눈여겨 본 부분은 바로 좌석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인천을 상징하는 푸른색과 검정색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 좌석의 컬러이다. 본부석 맞은편 좌석에는 팀 명칭의 영문 표기인 ‘INCHEON UNITED'라는 문구를 보기 좋게 수놓았다. 단지 이 컬러만으로도 팀의 정체성을 표현하기에 충분해 보였다. 관중들이 경기장에 들어서는 순간 자신이 인천 유나이티드의 일원임을 느낄법한 그런 아우라를 품고 있다.

 

 

 

축구의 본고장인 유럽에서는 이미 대부분의 이른바 명문 구단들이 오래전부터 경기장 좌석이나 시설물을 자신들의 팀을 상징하는 컬러와 동일하게 맞추어 설치하고 있다. 최근에는 심지어 경기장 외관까지도 자신들을 상징하는 색으로 치장하는 클럽들도 있다.

 

이처럼 경기장 내외부의 컬러를 통일하는 것이 과연 어떤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이 답을 위해 현재 국내 최고의 축구 전문가 중 한명이자 해설가 및 칼럼리스트인 박문성 해설위원에게 그 효과에 대해 물어보았다.

 

“일종의 컬러 마케팅이다. 구단의 아이덴티티와 연결되는 일이기도 하다. 유럽 축구팀들은 길게는 100년 넘은 역사를 자랑하는데 한 세기 동안 관통한 고유한 팀 컬러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팀 컬러를 유니폼은 물론 경기장 내외관 등 구단과 연결된 모든 것에 통일적으로 적용함으로서 구단의 아이덴티티를 강화하는 것이다. 팀의 애칭 자체가 색상에서 빗대어 나온 것이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레즈, 블루스 등이다. 팬들에게는 구단과 서포터즈간의 일체감을 형성해주는 강력한 효과를 내고 구단 상품과 관련한 컬러 마케팅에 손쉽게 활용할 수 있어 구단 수익 사업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렇듯 구단은 경기장을 자신들을 상징하는 컬러와 동일하게 치장함으로써 자신들의 정체성(Identity)을 나타내고, 팬들의 충성도를 더욱 끌어 올릴 뿐 아니라 이를 통해 수익 사업까지도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된다.

 

 

컬러를 효과적으로 활용한 유럽의 경기장

 

경기장 컬러와 관련하여 박문성 위원이 직접 방문했던 경기장 중 최고라고 생각하는 경기장은 어디냐는 질문에 박 위원은 ‘알리안츠 아레나(Allianz Arena)’를 꼽았다.

 

“개인적으로 최고로 꼽는 경기장은 독일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이다. 이 구장은 바이에른 뮌헨과 1860뮌헨, 독일대표팀이 경기를 하는 곳이기도 하다. 바이에른 뮌헨의 홈경기 때에는 붉은 색 조명으로, 1860뮌헨의 홈경기 때에는 파랑색 조명으로, 독일대표팀이 경기할 때는 흰색 조명으로 경기장 외관을 바꾸는 매우 환상적인 경기장이다.”

 

 

 

 

실제로 알리안츠 아레나는 이를 통해 홈팀이 어떤 팀인지를 나타내주는 단순한 안내에서 그친 것이 아니다. 경기장은 화려한 컬러를 통해 지역의 랜드마크로 성장하여 수많은 관광객들이 다녀가는 관광 명소로 자리매김 했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인상 깊게 본 경기장은 네덜란드 명문 클럽 AFC 아약스의 암스테르담 아레나(Amsterdam Arena)’이다. 아약스는 엠블럼에 그려져 있는 팀의 상징인 그리스 신화의 아이아스(Aias)를 경기장 좌석에 위엄 있게 수놓았다. 또한 응원석과 피치 사이의 콘크리트 내벽을 감각적인 그라피티 아트(Graffiti Art)로 대체하고 있다. 이곳은 유럽의 명문 구단들이 경기장 내의 색상 조화에 얼마나 신경 쓰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K리그 경기장 컬러? 아직은 글쎄... 방법은 없을까?

 

그렇다면 국내 사정은 어떠한가? 아쉽게도 인천 축구전용경기장을 제외한 K리그 15개 클럽의 모든 홈 경기장은 인천의 그것과 같은 미(美)를 지니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일례로, 필자는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 들어설 때마다 그 웅장함에 한 번, 웅장함에 비해 매우 뛰어난 시야와 피치와의 근접성에 또 한 번 놀란다. 하지만 세 번째는 회색빛의 좌석을 보고 놀란다. 정확히 말하면 실망한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서울 월드컵경기장의 회색빛, 아니 콘크리트빛을 띠고 있는 경기장 내부는 세계 최고수준의 축구장이라는 말이 무색해질 정도다.

 

물론,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서울 월드컵경기장 만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K리그 각 구단의 담당자들도 컬러에 대한 중요성을 어느 정도는 실감하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선이 어려운 이유는 법적인 제약이 우선적으로 따르기 때문이다. 박문성 위원 역시 법적 한계에 따른 문제를 지적한다.

 

“법적인 문제이다. 법적으로 우리나라에선 체육시설을 지자체만이 소유할 수 있다. 스포츠 구단들은 빌려 쓰는 방법 밖에 없다. 임대해 쓰고 있으니 경기장의 컬러를 바꾸는 등의 활용에 있어 구단의 마케팅 활동에 제약이 많은 것이다. 월세나 전세로 사는 사람이 집 주인 동의 없이 집의 구조를 바꾸지 못하는 것과 똑같은 일이다.”

 

국내에서는 구단이나 개인이 자가 소유 경기장에서 수익 활동을 할 수 없다. 또한, 경기장 시설을 소유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비업무용 부동산으로 취급되어 고율의 세금 등 불합리한 정책이 적용된다. 민자로 경기장을 짓고서도 국가에 기부채납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다.

 

이렇게 경기장의 사용자와 실소유주가 다른 상황에서 많은 예산을 들여 경기장에 색을 입힌다는 것은 양 측 모두에게 손해로 다가오는 듯하다. 모기업 자본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구단 측에서는 자기 집도 아닌데 굳이 돈을 들여가며 하려 들지 않는다. 지자체 입장에서도 향후의 이익수준이 반신반의한 상황에서 많은 예산을 들이려 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것을 극복하고 점차적으로 경기장의 컬러를 되찾기 위한 방법으로 박 위원은 “법을 손질하기 어렵다면 장기 임대 형식 등의 방법으로 구단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말한다. 쉽게 말해 경기장 자체가 구단 소유가 될 수 없는 대신에 길게 빌려줘서 직접 구단이 투자하고 거둘 수 있도록 해주자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지난 2010년 2월 개정된 스포츠산업 진흥법에 의해 지자체가 프로 스포츠 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25년 이내의 기간 내에서 경기장을 임대할 수 있게 되었다. 구단이 경기장을 장기적으로 임대할 경우, 경기장을 마치 자신의 집처럼 치장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될 것이다. 지자체는 짧은 안목의 임대료 수익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구단의 마케팅 노력이 결실을 맺을 때 비로소 함께 누릴 수 있는 더 큰 무언가를 바라보고 손을 맞잡을 수 있는 현명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형형색색의 피어난 꽃이 대지를 물들이는 이 봄, “날 좀 보소”라고 외치는 듯 화려함을 자랑하는 봄꽃에 맞서 우리 경기장도 아름다운 색으로 물들여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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