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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미란이 언니! 미란이 언니! 미란이 언니!”

 

 

 

 

글 / 이아영 (스포츠둥지 기자)

 


      뿌듯하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을 보고 있노라니! 2012년 4월 29일, 경기도 평택 이층 문화체육관에는 월드스포츠스타 “장미란”을 만나기 위해 수많은 관중이 몰려들었다. 장미란은 런던올림픽 예선전인 아시아 역도 선수권에 출전하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공식 경기에 모습을 나타냈다.

 

아시아 대륙의 올림픽 예선전이니 만큼 시합장의 열기는 이미 올림픽에 와있는 느낌이었다. 베이징 올림픽 이후 국내에는 역도를 아끼는 많은 팬들이 생겼다. 경기장에는 여기 저기 선수를 응원하는 플랜카드와 응원도구가 눈에 들어왔는데 몸도 꽤나 좋으신 응원단의 정체는 바로 역도의 매력에 빠져든 역도 동호인들이었다. 보는 재미뿐만 아니라 하는 재미도 쏠쏠하다는 그들은 매주 토요일 함께 모여 역도 훈련을 한다고 했다. 대한역도연맹은 열정적인 동호인들을 위해 공식적으로 “동호인 역도경기대회”를 개최할 정도로 역도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베이징 올림픽 전과 비교하여 훨씬 높아졌다. 어린 꼬마들도 부모님의 손을 잡고 역도 경기장에 발을 들여 놓는다. 근데... 어라? TV에서 본 그 언니를 알아 본건지 반가운 마음에 장미란 선수를 애타게 부른다. 역시 올림픽 금메달의 위력은 정말 대단한가보다.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다.]
 장미란 선수는 이처럼 자신을 응원하러 와준 관중들 발걸음에 보답이라도 하듯 화끈하게 금메달 3개를 선사했다. 장미란의 이번 대회 우승은 그녀를 기다려온 역도 팬들에게는 물론이거니와 스스로에게도 큰 의미가 있었는데 바로 대한민국 여자 역도 사상 최초로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이미 올림픽, 세계선수권, 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이 있었지만 그 중 가장 규모가 작은 시합인 아시아 선수권에서만 유독 우승 경험이 없었다. 사실상 아시아 선수권 대회는 더 큰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서 굳이 출전하지 않았던 경기였던지라 우승할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인상 125kg, 용상 165kg, 합계 290kg으로 3관왕을 차지한 장미란 선수의 경기 기록은 사실 자신의 최고 기록(326kg)에 36kg이나 모자란 중량이었다. 최고 기록에 도전하지 않은 것은 올림픽을 석 달 앞둔 그녀의 컨디션을 되찾고 국제 경기에 대한 감을 잡기 위한 것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그녀와 나란히 유력한 우승후보로 점쳐졌던 러시아의 타티아나 카시리나(21)와 중국의 주룰루(24)는 베이징 올림픽 당시 장미란이 세운 세계신기록(326kg)을 2012유럽선수권, 2011파리세계선수권에서 차례로 갈아치운 주인공들이지만 최종참가명단에 이름이 올라오지 않아 사실상 장미란의 우승은 따 놓은 당상이었다. 결과는 예상대로였지만 불안한 장면이 잠깐 연출되었다. 용상 경기 2차 시기 두 번째 동작인 져크(Jerk)에서 기구를 뒤로 떨어뜨리고 만 것. 라이벌이 없어서 여유로운 경기 진행을 예상했지만 왼쪽 어깨 부상이 완치 되지 않았던 것인지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하지만 3차시기에 재도전해 깔끔하게 들어 올린 그녀는 역시 프로다웠다. 진작 이렇게 가볍게 들어올릴 수 있었는데 말이다.

 

경기 후 그녀는 “건방지게 들릴 수도 있지만 이미 금메달을 따봤으니 이번에는 메달 욕심보다는 기록에 욕심을 내고 싶다“며 급성장한 신예들과의 경쟁보다는 자신에게 집중을 하겠다고 말했다. 역시 노장다운 카리스마였다. 그녀의 당돌한 포부는 전혀 건방져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이번 런던 올림픽 도전은 “역도 종목 사상 최초 올림픽 2연패”의 가능성과 더불어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다. 그녀의 이름을 걸고 만든 “장미란 재단”의 이사장으로서 출전하는 것이다. 이제는 받은 것을 나누어 줄 때라는 생각이 들어 오래전부터 마음속으로 간직해왔던 꿈을 재단으로 설립함으로써 이제부터 실현하려고 한다는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그녀. 최고의 자리는 오르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힘든 것을 알기에, 그녀와 함께 걸으며 우리도 그녀를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로즈란을 도와라!]
 올림픽은 운동선수들의 꿈의 무대이다. 매치 중에 Big! 매치인 올림픽 경험은 아네테 이후로 이번이 3번 째 도전이다. 4년마다 한 번씩 돌아오는 올림픽이기에 벌써 12년이라는 세월동안 올림픽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올림픽 3회 연속 출전은 정말 대단한 기록이다. 그녀가 여성이며 벌써 30세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지금껏 세계 최정상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장미란 선수의 관절에 존경심을 표하고 싶다. 최고의 자리는 오르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어렵기 때문에 그녀의 심리적 부담감 또한 무거울 것이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한국팀 여자 선수들의 평균 나이는 26.1살이며 남자 선수들은 28.8살이다. 장미란은 남자 선수들의 평균 나이보다도 1.2살이나 더 많으면서 여자선수 중 가장 연장자로 출전한 것이다. 어쩌면 그녀의 은퇴 무대가 될 지도 모르는 런던올림픽 무대에서 우리는 아름다운 피날레를 보길 기대한다. 우리가 이루지 못한 기적 같은 꿈을 대신 이루어주었던 국민 영웅의 모습을 다시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이제 협조 좀 해야 할 때가 오지 않았을까? 세계에서 가장 힘이 센 여자 선수를 가진 역도 정상국가인데 경기에 대한 에티켓을 배워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 선수들을 적극 아껴주고 응원하고 싶다면 그들의 마음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자.

 

 

 

 

[합죽이가 됩시다. 합!!!]
 지금부터 우리는 역도 경기를 함께 보고 있다고 생각을 하자. 이제 선수가 워밍업장에서 걸어 나온다. 무대를 오르기 전 코치의 지시를 들으며 정신을 가다듬고 있다. “후하~ 후하~” 호흡을 고르며 무대에 드디어 올랐다.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이다 보니 국내 팬들의 환호성이 경기장을 가득 울린다. 탄산마그네슘 가루를 손바닥 구석구석 꼼꼼히 바른 후 이제 기구 앞으로 다가와 선다. 선수들은 보통 이 타이밍에 기합을 넣는데 이 때 함께 환호를 하면 자신감 상승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제 마지막으로 호흡을 가다듬으며 양 손은 기구를 잡은 후 자세도 이제 들어 올릴 준비가 다 된 듯싶다. “바로 여기!” 이 순간 우리는 모두가 합죽이가 되어야 한다. 양궁 선수가 활을 한 발, 한 발 쏠 때 모두가 숨을 죽이는 것처럼 말이다. 컨디션이 아주 좋고 경기에 몰입된 수준이 아주 좋다면 선수는 이 순간 수많은 잡음에도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경험도 할 수 있지만 컨디션이 좋지 않다거나 몰입도가 낮을 경우 작은 소리에도 예민해져 집중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선수의 집중을 위해 잠시 동안 ‘정숙’상태를 유지해주는 것은 중요하다.

 

[때 이른 환호성은 참아라.]
 선수들은 무대 위에서 인상 세 번, 용상 세 번의 시기를 완성하기 위해서 엄청난 훈련량을 소화해낸다. 하지만 아무리 연습을 잘하고 왔을지라도 무대에서의 찰나의 실수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한다. 선수의 경기력을 좌우하는 요인들로는 크게 내부적 요인, 외부적 요인이 있는데 내부적 요인은 선수 스스로 컨트롤이 가능할 수 있지만 외부적 요인은 주변 환경적 요인이기 때문에 선수가 컨트롤하기 힘들다. 예를 들어서 날씨, 심판판정, 상대방의 반칙, 장비 등이 있다.

 

역도 경기에서 선수의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바로 때 이른 관중들의 환호소리다. 용상 경기의 경우 기구를 좁게 잡고 목에 올렸다가 머리 위로 들어 올리는 동작 때문에 선수가 목에 올리는 동작을 성공하면 두 번째 동작을 채 하기도 전에 큰 환호성을 지른다. 선수 입장에서는 매우 당황스럽다. 아직 두 번째 동작을 하려면 더 자신을 컨트롤해야 하는데 벌써 환호성이 터지다니……. 난감하다. 지켜보고 있는 입장에서도 부디 이 흥분된 상황에 집중이 흐트러지지 않길 기도할 뿐이다. 어떤 지도자는 “관중들을 말릴 수만 있다면 말리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개개인의 경기 몰입 수준이 각각 다르기는 하지만 그래도 때 이른 환호성은 하는 것 보다는 안하는 것이 선수가 경기를 온전히 수행하는데 도움을 주는 일이다. 성공한 이후 선수와 함께 소리 지르며 기뻐하자! 기쁨이 두 배가 될 것이다!

 

 

 

[우리 편을 보호하라.]
 올림픽 무대에 서는 주인공들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표선수들이다. 우리는 그들을 보호해야 한다. 대한민국에서 최고 기량을 가진 우리 선수들은 올림픽을 석 달이나 앞두고 있지만 벌써 수많은 기자들의 방문으로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런던올림픽을 준비하는 모 종목의 국가대표 선수의 SNS에는 수시로 찾아오는 기자들 때문에 휴식시간도 온전히 쉴 수 없어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음을 호소했다. 몇 번이고 똑같은 질문에 답을 해야 하고 더 이상은 안 된다고 단호히 잘라내어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며 취재하는 소수의 기자로 인해 우리 선수들이 괴로워하고 있다. 옆에서 지켜보는 지도자들과 가족들은 뜨거운 관심에 감사하면서도 시달리는 기분을 동시에 느낀다. 선수는 몸이 무기다. 휴식 없이 돌아가는 기계도 과하게 사용하면 망가지는데 사람이라고 오죽할까? 대형 시합 앞두고 과열을 올리고 있는 시기이니 만큼 잘 쉬도록 협조하자. 우리 편이다. 방해는 금물이다. 올림픽 끝나고도 원 없이 사인 해주고, 사진 찍어주고 방송에 자주 나올 수 있다. 우리는 궁금하고 보고 싶지만 조금만 더 참으며 기다리자.

 

 

이번 아시아 선수권에는 여자 7명(임정화, 조유미, 양은혜, 김수경, 문유라, 임지혜, 장미란), 남자 7명(고석교, 지훈민, 원정식, 사재혁, 김광훈, 김민재, 김철민, 전상균)의 선수들이 출전했다. 올림픽에 최종 선발되는 선수는 여자 4명, 남자 6명으로 선발이 될 예정이다. 선수들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올림픽 준비하면서 아쉬움 없이 최선을 다하고 싶은 그들에게는 국민들의 파이팅 넘치는 응원과 사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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