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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폴더/스포츠경영

골프장 캐디를 다시 생각하다

                                                                           글/서천범(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

골프장에서 캐디(일명 골프경기보조원)는 골프장은 물론이고 골퍼들에게 중요한 존재로 인식되고 있지만, 골퍼들이 의무적으로 캐디를 동반해야 하고 캐디피도 팀당 10만원에 달하면서 캐디가 꼭 필요한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골프장 캐디는 골프장에서 하는 일이 적지 않다. 캐디의 역할은 골퍼들의 경기에 참가해 4~5시간 소요되는 골프경기를 조언하고 돕는 것이다. 즉 골퍼들에게 사전운동을 시키고 골프코스를 안내하면서 전동카트를 운전하며 골퍼들에게 맞는 골프채를 갖다주고 그린에서 라이도 봐주고 짓궂은 골퍼들의 농담에도 짜증내지 않고 응해줘야 하고... 이처럼 다양하고 숙련된 작업을 하기 위해서 캐디가 필요하지만 골퍼들의 수준이 높아지고 골프가 대중화되는 지금까지 캐디 동반을 의무화하는 것에 골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골프장측에서 볼 때 캐디는 골프장 서비스의 최접점에서 골퍼들을 상대하기 때문에 골프장 이미지에 큰 영향을 미치고 골프팀의 회전율을 높여 이용객수를 많이 받게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중요하다. 다시 말하면 골프장 캐디는 골퍼들의 니즈(needs)를 충족시키기보다는 골프장측의 매출 증대와 이미지 제고를 위해 활용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고객만족경영을 내세우고 있는 골프장측에서는 골퍼들이 캐디동반을 원하지 않을 경우, 셀프 플레이(self play)를 하도록 길을 터주는 것이 합리적이다. 하지만 골프장측은 자기들의 욕심 때문에 여전히 캐디동반 플레이를 강요하고 있는데, 이 경우에는 당연히 캐디피를 크게 인하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골퍼들이 골프장 캐디들에게 지출되는 금액을 보자. 한 팀당 캐디피는 2004년 8만원에서 현재는 10만 700원으로 25.9%나 인상되었다. 이 때문에 배(그린피)보다 배꼽(캐디피)가 더 큰 골프장들도 나타나고 있다. 또 골퍼들이 캐디들에게 지급된 캐디피 총액은 2004년 3,041억원에서 2011년에는 6,160억원으로 2배 급증했다. 이처럼 많은 캐디피가 지불되면서 전체 골프장 이용료에서 차지하는 캐디피 비중이 2004년 11.1%에서 2011년에는 12.1%로 높아졌다. 전국 423개 골프장(일부 군 골프장 제외)에서 일하고 있는 캐디수는 약 3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처럼 캐디에게 지불되는 돈이 엄청남에도 불구하고, 골퍼들은 ‘울며겨자 먹기’ 식으로 캐디동반 플레이를 하고 있다. 골프장측은 캐디피가 골프장의 수입이 아니라 캐디들의 수입이기 때문에 골프장측과는 상관없다고 방관하고 있다. 그렇지만 골프장들은 이직이 잦은 캐디들의 이동을 억제하기 위해 ‘캐디등급제’를 시행하면서 캐디피를 올린 주체들이다.

한편 캐디의 法的 지위는 애매하다. 근로기준법에서는 골프장측의 지시를 받고 일을 한다는 점에서 캐디를 근로자로 분류하고 있지만, 노동관계법에서는 캐디가 매번 플레이어를 도와주면서 그 대가로 캐디피를 지급받는다는 점에서 자영업자로 분류하고 있다. 그렇지만 캐디와 골프장의 실질적인 관계를 보면, 일하는 대가로 받는 캐디피를 골퍼가 골프장을 대신하여 지급하는 형식을 취할 뿐 모든 근무여건이나 고용관계의 시작, 종료 등에 있어서는 골프장과 종속관계에 있음이 분명하다(대구지방법원 2006. 7. 11일 선고). 따라서 골프장들은 골프장의 지시를 받고 일하는 캐디들의 직업안정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고용노동부에서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사회적기업’을 만들도록 권장하고 있는데, 이 사회적기업에서 직원을 채용해 캐디 등 골프장 직원으로 인력을 파견해 비정규직인 캐디들을 근로소득자로 전환시키는 일에 골프장들이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골프장 캐디는 골프가 우리나라에 고관대작들이 즐기는 고급·사치성 스포츠로 도입되면서 함께 채용되어 왔고 이 때문에 캐디직업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다. 캐디들도 일당제로 캐디피를 받으면서 직업안정이 되지 않아 미래가 불안하고, 골프장측도 캐디들이 언제 이직할지 몰라 불안하며, 골퍼들은 캐디가 필요없음에도 불구하고 캐디를 동반해야 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적기업을 통해 캐디들을 공급받으면서 캐디들의 직업안정을 꾀하고, 골퍼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고객만족경영을 실천하기 위해서 셀프 플레이를 도입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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