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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폴더/스포츠경영

우리에게도 제레미 린과 같은 창의적 플레이가 필요하다

 

 

/ 김성겸(동서대학교 교수)


  최근 몇 년간 NBA 중계를 국내 스포츠채널에서 방송하지 않고 있다. 자연스럽게 플레이오프 기간을 제외하면 NBA 소식에 관심이 줄어들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 NBA 관련 스포츠뉴스와 온라인의 각종 NBA 매체에 귀가 번뜩이고 있다. 바로 뉴욕 닉스의 대만계 농구선수 Jeremy Lin(제레미 린) 때문이다. ‘농生농死’하던 예전에 비해서는 많이 애정이 줄었다고 하지만 아직 나에게 최고의 스포츠는 농구인 까닭일까? 요새는 농구 관련 뉴스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Linsanity(린에게 미쳤다)', 'Lin-Possible(린이라면 무조건 가능하다)' 등의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도대체 왜 린에 이토록 열광하는 것일까? 린은 태생적으로 인간승리의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전무후무한 동양계 가드, 하버드 대학 출신 등은 린을 더욱 이슈화 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성적이 뛰어나다. 제레미 린은 최근 선발 출장한 경기에서 MVP급 기록을 보이고 있다. 특히 토론토 랩터스와의 원정경기에서 경기 종료 0.5초를 남기고 3점슛을 성공시킨 후 포효하는 장면은 강렬한 짜릿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위 내용은 ESPN에서 ‘Notable Point Guards’ 라고 소개된 매직존슨, 아이재이아 토마스, 존 스탁턴, 제레미 린의 선발출장 데뷔 7경기 기록 내용이다. 제레미 린이 얼마나 대단한 기록을 만들어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매일 ESPN뉴스의 많은 부분이 그의 이야기가 차지하고 있고, 또한, 그의 등번호 17번 닉스 유니폼을 구하기 힘든 상황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여기에 뉴욕 닉스의 소유주 그룹 매디슨 스퀘어 가든 (MSG)는 뉴욕 증시에서 크게 상승하고 있는 등 사회․문화 전 분야에 걸쳐서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이러한 린은 동양인에게 ‘기적을 이룬 롤 모델’로, 미국인들에게 ‘불가능을 넘어선 신비의 스타’로 당분간 뜨거운 사랑을 받을 전망이다.


  아시아인들의 빅리그 진출은 다양한 분야에서 이루어져왔다. 야구의 박찬호, 노모, 이치로, 축구의 차범근, 박지성, 나카다, 육상의 류시앙, 수영의 박태환 등 동북아시아 권에서 좀처럼 나오기 힘든 세계적 스타들이다. 이들이 신체적 불리함을 극복하고 세계 최정상권의 스타로 성장한 스토리를 우리는 많이 알고 있다. 그러나 Jeremy Lin은 가장 힘들 것이라던 NBA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겨가고 있다. 


  그동안 한국인 선수들에게 미국 프로농구(NBA)의 진입장벽은 매우 높았다. 서장훈 선수가 여러 이유로 약 1년간 미국농구에 진출했었고, 방성윤 선수가 NBA 하부리그 NBDL에서 활약했었다. 하승진 선수는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에 지명되어 2년간 식스맨으로 뛰다 돌아 왔고, 신인왕 후보 중에 한명인 최진수 선수는 2009년 한국인 최초로 미국대학체육협회(NCAA) 1부 리그 무대를 밟았지만 결국 국내리그로 돌아왔다. NBA를 도전한 국내 선수들은 "아시아계 선수로 NBA에 진출하는 일은 기적에 가까울 만큼 어렵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최근 제레미 린 선수의 플레이를 보면서 다양한 드리블 기술과 거구들을 앞에 두고 펼치는 골밑돌파 장면에서는 기존의 NBA 가드들과 다른 박자의 창의적 플레이를 한다는 것이 많이 느껴진다. 그래서 린이 더 사랑받는 것이 아닐까?


  우리나라에도 창의적인 플레이가 가능한 선수가 있었다. 강동희, 이상민, 김승현 등의 선수들이다. 특히 김승현 선수의 전성기 시절 패스는 농구의 매력을 맘껏 느끼게 해주었다. 하지만 이런 창의적 플레이를 많은 선수들에게 볼 수 없다는 것은 유감이다. 또한, 90년대 우리나라 농구에 특이한 존재가 한 명 나타났다. 바로 서장훈 선수이다. 3점 슈터들과 3점슛 내기를 해도 이기곤 했다는 뛰어난 슈팅력을 가진 센터 선수이다. 그러나 서장훈 선수는 대학과 프로시절 내내 외곽슛을 던진다는 비난을 받아야 했었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중국과의 결승전 연장 첫 3점슛을 성공시킨 것도 서장훈 선수인데 말이다. NBA와 유럽리그 등에서는 오히려 슈팅력을 갖춘 센터들을 더 선호한다. 오히려 센터들도 슈팅능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외국 지도자들은 강변한다.


  많은 팬들과 전문가들이 최근 린의 활약으로 우리나라에서 린은 불가능한가에 대해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지도자의 처우문제, 상급학교 진학 방법 문제, 그에 따른 조직력 위주의 훈련 등이 주요 내용이다. 논쟁은 논쟁일 뿐이다. 어떤 것이 우리나라 농구에 더 적합한지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누가 더 잘하느냐가 중요한 것도 아니다.


  팬들이 원하는 것은 경기가 얼마나 더 즐겁고 재미있느냐는 것이다. 김승현 선수가 복귀이후 완전한 몸상태가 아닌 상태에서도 보여주는 다양한 패싱 기술에 우리는 환호하지 않는가?
팬들이 더 즐겁고 재미있는 경기를 원한다는 것, 그것을 충족시키는 것이 협회, 구단, 지도자, 선수들이 해야할 의무일 것이다. 축구가 과거 달리기 축구에서 해외연수 등의 확대로 개인기가 출중한 선수들이 나타나면서 보다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주고, 야구가 세계대회에서 국제 경쟁력을 보여주면서 크게 성장하고 있는 것은 농구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신체적 조건으로 올림픽, 세계대회에 입상하는 것이 힘들다면 수비농구가 아닌 창의적 플레이어가 넘치는 코트를 만드는 것도 의미있을 것이다. 그러나 쉬운 문제가 아니다. 지금부터라도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이미 팬들의 눈높이는 높아지고 있으니까...
앞으로 창의적 플레이를 하는 선수를 많이 보고 싶다. NBA가 아니여도 좋다. 김승현 같은 선수가 10명 아니 5명만 더 있어도 우리 농구가 얼마나 재미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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