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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체육이야기/[ 국제체육 ]

90년대 중반이후 유럽연합의 스포츠 선수이적에 관한 정책


                                                                   글 / 오화석(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필자는 2011년 7월 스포츠분야에 있어 영국 최고의 대학인 러프버러대학교를 방문하여 스포츠사회학 연구소에서 박사후 과정을 밟고 있는 Borja Garcia 박사와 함께 유럽연합 스포츠정책에 대한 의견을 나눌 기회를 갖게 되었다. Borja Garcia박사는 2010년 내한하여 유럽의 스포츠거버넌스에 대한 발표를 한 바도 있다.

                                           (러프버러 대학 내에 위치한 영국 스포츠연구소)

유럽연합의 일관된 스포츠정책 만들기작업은 199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5년 Bosman 판결이후 구단들의 요구로 유럽연합내에서 스포츠분야에 대한 통일된 원칙을 제시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게 된다. 특히 유소년 시절부터 장기간 인재를 발굴하고 투자하여 성인 무대에 출전시키는 유럽 프로축구구단의 성격상 자기 구단이 투자한 선수가 갑자기 다른 구단으로 이적한다고 할 때, 투자비용에 대한 손실이 크기 때문이었다. 유럽연합의 유럽 스포츠 모델(European model of sport) 구축 시도는 1998년과 2007년 크게 두차례의 보고서와 백서가 각각 발표되면서 본격화 되었다.

 (1) 1998년 헬싱키 스포츠 보고서의 발표
 유럽연합의 주요 기관중의 하나인 유럽이사회(European Council)는 1998년 있었던 ‘유럽연합의 스포츠에 관한 헬싱키 회의’ 의 결과물로 99년도에 보고서를 발간하였다. 이 보고서에는 Bosman 판결이 가져온 유럽내 파장에 대한 문제의식을 지적하고 있었는데 특히, Bosman 판결때문에 기존 규정들이 폐지되고, 대체 규정을 아직 정립하지 못한 단계에서 유럽 내 스포츠클럽이 직면한 어려움으로써 구단과 선수의 부익부 빈익빈을 꼽았다. 프로선수를 일찍 발굴하여 양성하는 기관을 운영했던 구단들은 구단내에서 오랫동안 공들인 선수들이 댓가를 지불하지 않고 헌신짝 버리듯 구단을 떠나는 상황에서 스타플레이어로만 이적료가 모이고, 재정이 튼튼한 구단만이 이러한 스타플레이어를 영입하여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된다는 논리였다. 

(2) 2007년 유럽연합 스포츠백서
약 10년간에 걸쳐 통일된 원칙을 내놓고자 노력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유럽의 스포츠리그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힘으로써 한두가지의 유럽의 스포츠를 구조화하는 것이 쉽지 않는 의견이 모아졌다. 위에서 언급한 헬싱키 보고서에서 새로운 모델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면, 10년뒤에 발간한 백서에서는 이를 포기하고 세분화된 분야별로 유럽의 스포츠모델과 관련한 그간의 상황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① 국경을 넘는 선수의 자유이동과 국적과의 관계 재정립

연고를 기반으로 하는 프로구단은 각기 오랜 역사와 전통에 기반하고 있고 그동안 나름의 문화를 일구어 왔으며, 지역에 연고를 둔 EU 시민들의 자기지역의 구단에 대한 응원과도 연계되어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이들 구단 선수들이 국가대표에 뽑힘으로써 ‘국가대표’라는 개념이 시민들의 정체성 뿐만 아니라 생활체육과도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유럽연합 조약이 금지하는 국적상 차별이란, ‘회원국간의 자유 이동과 거주, 그리고 고용, 임금 및 노동과 고용에서의 다른 조건’과 관련된 것이며 특히 선수가 구단에 속하는 것도 선수가 구단이 설립된 국가내에서 효과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의 주된 행정기관중의 하나인 유럽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선수의 이적과 고용분야에서의 차별철폐를 위해 노력하고 유럽연합법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범위내에서 ‘A매치’를 위해 자국민을 대표선수로 뽑는 권한과, 차별철폐를 준비하는 기간동안 잠정적으로 활동 외국인 선수의 수를 제한하거나 행동원칙을 실행하기 위한 준비기간을 두는 것에 대해서는 제한적으로 인정할 것이다.

② 선수이적료의 투명성을 위한 노력

 유럽위원회는 2001년 FIFA의 국제 이적규정개정이 EU 법의 요건을 충족시키면서 스포츠구단간의 정정당당한 경쟁을 할 수 있게끔 하는 선례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선수이적에 파생적으로 일어나는 자금의 흐름도 적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선수이적과 관련한 자금이동의 투명성을 증진하기 위하여 선수이적과 관련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효과적인 시스템에 노력할 것이라고 한다.

③ 비유럽연합 출신 선수에 대해서도 인권의 차원에서 보호할 것

 유럽으로 이적한 해외파 선수들(특히 아프리카 등 저개발국가 선수를 중심으로)이 때로는 경기에 주전으로 출장하지 못하고 불법체류나 인신매매등의 비정상적인 지위로 내몰리곤 한다. 이는 분명 유럽연합이 지향하는 가치에도 반하는 만큼, 이문제의 해결을 위해 인권의 차원으로 접근할 것이다. 위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유럽위원회가 특히 나서서 고용현장에 몸담고 있는 청년들을 보호하기 위한 입법으로서 ‘지침(Directive)’을 지속적으로 마련할 것을 보고서에서 말하고 있다. ‘지침’이란 ‘유럽연합의 회원국이 추구하여야 하는 정책목표를 제시하고 회원국들로 하여금 국내입법을 통하여 그 수단을 마련하게 하는 것’이며 당해 사안에 대한 개별적 적용이 다른 입법형식과 다른 특징이다.

(3) 마치며
Bosman 판결로 인해 촉발된 유럽의 일관성있는 스포츠정책 만들기 작업은 10여년 간의 논의 끝에 2007년 백서를 발간하면서, 크게 국적문제, 선수이동, 비유럽권선수에 대한 보호로 크게 세 부분에 대한 문제의식을 세분화하면서 발전해왔다. 비록 통일된 지침을 발간하지는 못했지만, 지속적인 지침형성을 위한 모멘텀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러프버러에서 Borja 박사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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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홍완식, 유럽연합의 입법에 관한 연구, 월간 법제, 2004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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