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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체육이야기/[ 장애인체육 ]

지적장애인이 함께 할 수 있는 환경




글/구교만(백석대학교 교수)



오래전 이야기지만 2000년 가을의 어느 날 시드니에서는 장애인들의 스포츠 잔치 패럴림픽 때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감사하게도 난 그 잔치를 몸소 느낄 수 있었다. 벌써 10년이 지난 이야기지만 아직도 난 그 때의 감동을 잊지 못하고 있다.

개막식부터 나의 패럴림픽 구경은 시작되었다. 역도 경기를 거의 두 시간을 줄 서서 기다려야 했고 많은 경기들이 줄을 서서 입장해야만 했다. 특히 개막식부터 폐막식까지 언제나 많은 관중들이 스포츠를 관람하고 즐거워하던 모습은 지금까지도 가슴한 구석에 남아 있다.

그렇게 난 조금이라도 많은 경기를 구경하고 싶어 경기장 이곳저곳을 다니고 있었다. 그러던 중 말 많고 탈 많았던 지적장애 농구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농구장을 찾았다. 농구는 매우 흥미진진했고 재미있었다. 그렇게 농구경기에 열중 하던 중 나의 시선을 빼앗은 사람들이 있었다. 우리 일행의 옆자리에 다운증후군의 장애인 두 명이 자리를 잡는 것이었다. 왠지 신경이 쓰였다. 그들은 싸가지고 온 초콜릿과 과자류의 간식을 꺼내어 먹으며 농구를 관람했다. 한 경기가 끝나고 두 경기가 끝날 때까지 그들은 농구 경기 관람에 열중하였다. 그리곤 자리를 일어서는 것이었다. 아마도 가려는 것 같았다. !’라는 왜 마디 비명을 마음속으로 외치고 있었다. 두 장애인만이 보호자 없이 가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이거 큰일이다. 혹시 보호자를 잊어버리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을 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보호자는 없었고 나의 불안은 점점 심해졌다. 그렇지만 그곳이 낯설었던 난 선뜻 나서지 못했다. 그들은 그렇게 사라져갔다. 분명 내가 우려했던 일들은 없었을 것이다.

이 에피소드는 아직도 내 머리 속에서 잊혀지지 않고 있다. 아니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얼마 전 지하철 막장남과 용감한 아주머니 이야기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적이 있다. 지적장애 학생이 혼자 지하철을 타고 봉변을 당하는 안타까운 우리의 현실을 비추어 보면 더더욱 가슴 한쪽을 아프게 하고 있다.

특수체육 전문가들은 지적장애인들이 지역사회 프로그램에 참여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특히 통합적인 사회 환경에서 레크리에이션 활동과 같은 여가 활동에 참여할 것으로 권장한다. 하지만 그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가 알고 있다.

먼저 사회 구성원들의 좋지 못한 시선 또는 반대가 있다. 앞서 이야기 한 바와 같이 지하철을 혼자 타는 데도 문제가 발생하는데 함께 스포츠를 관람하고 참여한다면 그 시선과 태도는 어떨 것인가 하는 문제다. 물론 몇몇의 사람들만의 모습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함께하는데 대한 좋지 못한 시선과 태도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문제는 가족 특히 부모의 반대 또는 소극적인 태도를 나타내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앞서 이야기 했던 지하철 사건과 같은 사건이 내 자식에게 일어난다면 누가 밖에 내보낼 수 있겠는가?

지적장애인들의 가능성은 굉장히 많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지적장애인들의 능력이나 가능성을 낮게 생각하고 선입견을 가진다. 그러나 그들 중 대부분은 단지 조금 느릴 뿐이다. 그래서 보다 효과적인 전략을 세워 접근한다면 그들의 삶은 보다 윤택해 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회적 인식이나 태도가 그들을 받아들여 주지 않는다면 그들은 가능성을 펼쳐보이지도 못한 채 집에서만 지내며 스포츠나 활동적인 레크리에이션과 같은 여가 생활을 즐기지 못하게 될 것이다.

스포츠나 레저 활동에 참여할 기회는 누구에게나 주어져야 한다. 그것은 지적장애인이라 해도 다르지 않다. 그 누구도 그들의 참여 권리를 막을 수 없으며 오히려 도와주는 것이 바람직하며 함께 살아가는 행복한 사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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