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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체육이야기/[ 학교체육 ]

수업 듣는 재미에 빠진 축구부라고?①



오늘은 체육을 전공하신 교장선생님, 그래서 운동부의 현실을 가장 잘 이해하고,
이들의 미래를 걱정해주는 안양중학교의 이승천 교장선생님을 만나보았습니다.
부임할 당시부터 운동부 역시 정규수업을 이수해야 한다는 방침을 과감히 주장하셨는데요,
본인 스스로는 당연한 일을 한 것일뿐이라며 손사래치는 이승천 교장선생님의 이야기를
조목 조목 들어보았습니다.



Q 안양중학교 축구부에 대한 소개 부탁 드립니다.


안양중학교의 축구부는 1967년 3월에 창단이 됐으며, 현재 3학년 19명, 2학년 18명, 1학년 15명으로
총 52명의 선수와 감독 포함 3명의 지도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967년 창단 후 3년 동안의 정비를 거쳐, 1970년에는 전국춘계중고등학교 축구연맹전에서
최초로 준우승을 거머쥐었고, 19070~80년대에는 10여 회에 걸쳐 전국대회에 우승하며 이름을 높였죠.
이때가 안양중학교의 최고의 전성기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제가 교장으로 부임한 2006년 9월부터는 운동부에 대한 경영방침을 밝히고,
지도자들에게 지도 방향에 대한 협조를 구한 후 정비가 잘 되어 2008년 United Premier Cup (전국대회)에서
3등을, 7월에 도지사기에서는 우승을 차지하며, 18년 만에 우승기를 되돌려 받기도 했습니다.

올해에는 제45회 한국춘계중등축구연맹전에서 막강한 팀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해,
10년 만에 전국대회 우승이라는 성격을 거뒀습니다.


Q 부임 후 운동부에 대한 새로운 경영방침을 제안하셨다고 하셨는데요,

무엇인지 간략하게 소개해주세요.

제가 제안한 경영방침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선수들이 모든 정규수업을 받도록 하자는 것이었죠.
학교라는 교육의 장은 ‘선수 학생’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학생 선수’가 우선이라는 생각으로,
정규수업을 먼저 듣게 하자고 제안을 했습니다.

Q 그렇다면 안양중학교에서는 교장선생님 부임 전에 운동만 했었나요?

전혀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시합을 앞두고 특별훈련, 오전수업만 받는 등 수업을 등한시 하는
경우였습니다. 이러한 환경을 제도적으로 없애고, 학생을 위한 운영을 하고 싶다고 입장 표명했죠.
지도자들이 흔쾌히 수락했기에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출 수 있었습니다.

본격적인 시작은 3~4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친 2007년부터였습니다.
2007년도 겨울방학을 앞두고 운동부 학부모 총회 때 경영방침을 이야기했는데요,
우승보다는 우리 아이들이 중학교 과정에 알맞은 훈련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며,
기초 기술과 체력을 길러 고등학교 혹은 그 이상에서 꽃 피우는 것이 목표라고 이야기 했죠.
이와 함께 우리 학교는 우승이 목표가 아니기 때문에, 전 수업을 이수토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Q 교장선생님의 경영방침에 대한 학부모들의 반응은 어떠했나요?


처음에는 의아해했습니다. 과연 승리나 우승에 욕심을 내지 않고, 아이들의 기초 훈련을 목표로
팀을 운영하는 학교가 있을까 의심을 하기도 했죠.
하지만 2007년도 개학 후 운동부 학생들에게 전 수업을 다 듣도록 시키고,
영어 교사에게 특별히 운동부에서 1주일에 사흘, 한 학년씩 생활영어를 보충수업으로 가르치도록
환경을 구축했으며, 현재는 학부모님도 학생도 매우 만족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Q 운동부 아이들은 일반 학생들과는 따로 교육을 받고 있나요?

일반 아이들과 함께 통합으로 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축구부 학생들만을 위한 공부시간을 별도로 마련해놓고 있는데요,
월요일은 3학년, 화요일은 2학년, 수요일은 1학년끼리만의 공부시간을 마련해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 시간에 3학년은 생활영어만, 1학년과 2학년은 영어 1시간, 수학 1시간을 듣고 있죠.
 

Q 3학년에는 생활영어를, 1학년과 2학년에는 수학과 영어를 배정한 이유가 있나요?


현재 안양중학교는 상해에 있는 신화프로축구단의 상해 신화축구학교와 협약을 맺어,
겨울에는 중국으로 전지훈련을 가고, 여름에는 중국에서 안양중학교로 전지훈련을 오고 있습니다.
2006년도 겨울에 이제 3학년이 되는 학생을 데리고 중국으로 전지훈련을 갔는데,
학교에서 배운 영어를 한 마디도 써먹지 못하는 것을 보고, ‘이건 아이다, 뭔가 아이들에게
변화할 수 있는 계기를 주어야겠다’는 느낌을 받았죠.
그리고는 학교에서 배우는 학과 영어보다 실제 생활영어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3학년에게는 생활영어 교육을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1학년, 2학년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이유는, 요즘과 같은 글로벌 시대에 적응하려면
적어도 공용어라는 영어를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 때문이며, 스스로 생각을 하고 유추하며,
자기의 내면을 밖으로 표현하려면 수리적으로 계산이 필요하기 때문에 수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Q 축구부 학생들이 정규수업을 듣는 것과 방과후 수업에 대한 만족도는 어떠한가요?

정규수업을 들을 때는 일반 아이들이 섞여 있다 보니 자기들이 조금 알아도
밖으로 표출하지 않고
그냥 묻혀 지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 문제점을 방과후 수업에서 보완하고 있죠.
즉 자기들만의 공부방에서는 선생님들이 20명 미만의 학생을 가르치다 보니 멘토링이 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지적을 해도 자기의 의사를 충분히 표현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본인들이 자신감을 붙여 최소한의
학업성취도 향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Q 지금 방과후 수업 과목이 영어와 수학 중심입니다. 과목의 확대 계획은 있으신지요?

지금 상태로는 확대가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시작부터 많은 과목을 진행하면, 아이들이 받아들일 수 없게 됩니다.
밥상을 차려주더라도 적당한 양을 제공해야 하는 것이죠.
하지만 지금 1학년 아이들이 3학년이 될 쯤에는 어느 정도 교육에 익숙해질 듯 하고,
5개 과목 정도로는 확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Q 학생들이 공부하는 것에 대한 반응은 어떠한지요?

제가 면담을 통해 ‘공부를 하고 나니 뭐가 좋으냐’ 라는 질문을 했을 때,
한 학생이 ‘어차피 알아야 사는 것이니까요, 어려워도 참아내겠습니다’라는 대답을 들을 정도로
공부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전해들은 이야기로는 운동부의 한 학생이 쉬는 시간에 책을 읽자 다른 친구가 장난을 걸어왔는데,
운동부 학생이 말하기를 ‘나는 말이다, 지금 이 시간이 아니면 책을 볼 시간이 없거든, 좀 봐줄래?’ 라며
공부하며 독서한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습니다.
이럴 때는 저의 교육방침을 잘 따라와준 아이들에게 매우 고마움을 느끼죠.

Q 교장선생님께서 부임 후 조금씩 운동부의 모습을 변화하고 있는데요,
앞으로의 계획은 어떠한지요?


가능하다면 우리 아이들, 선수 아이들의 기본 실력이 학급의 평균을 갉아먹는 수준까지 가면 안되겠다는
기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학급 평균을 갉아먹는 사람은, 나중에 선수 생활을 해도 선수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 생각하기에,
지속적으로 학업과 훈련을 병행하고, 학력 향상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전개해 나아가고자 합니다.

                                                              이승천 교장선생님


안양중학교 축구부 이희구 학생의 아버님인 이내석 학부모님과의 대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일주일에도 서너 번 정도는 축구부를 찾는다는, 선수 못지 않은 열정을 소유한 학부모님께서는
안양중학교의 운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계실까요?



Q 현재 2학년인 희구는 언제부터 축구를 시작했나요? 


희구가 초등학교 4학년 7월부터 시작했으니 이제 3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처음에는 희구가 축구에 소질을 보여 권유하게 되었는데,
현재는 다른 잘 하는 아이들이 많아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흐뭇한 웃음 한 번)

Q 초등학교에서는 운동만 했었나요?

희구의 경우에 초등학교에서 축구를 했을 때는 거의 운동만 했습니다.
책을 본다던지, 시험 공부를 한다던지 등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죠.
이곳 안양중학교에 진학한 후 정규 수업을 다 받고 있습니다.

Q 안양중학교는 학생 선수가 모두 정규수업을 이수해야 합니다.
운동만했던 초등학교와의 차이점이 있다면 간단하게 말씀 부탁드립니다.


정규수업을 모두 이수해야 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다른 학교에 비해 운동시간이 짧은 것은 사실입니다.
공부도 하면서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지금 우리 아이를 봤을 때, 예전 같으면 하지 않았을 시험 공부를
귀가하자마자 하는 모습을 보면, 초등학교 때와는 많이 변했음을 알 수 있죠.

Q 정규수업을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과정에서 운동량이 다른 학교에 비해
줄어들 수 밖에 없는데요,
선수의 아버지로서 불안감은 없으신지요?


아이가 지금 축구를 한다고 해서 나중에 반드시 선수로 활약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렇지 못할 경우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물론 부모로서 추후에 아이가 잘해서
축구를 계속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여러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공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아이들의 운동량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짧은 시간에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아이들이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의 차이가 있다고 보는데요,
그런 면에서 안양중학교의 축구 프로그램은 효율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합니다.

Q 희구가 정규수업을 하면서 달라진 면이 있다면 이야기해주세요.

초등학교 때는 축구를 하느라 공부를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안양중학교에 진학해서 스스로 공부를 하려고 하고, 집에 올 때도 책을 가지고 왔길래
살짝 들여다보니 공부한 흔적이 많이 보이더군요.
시험을 보고 난 후에는 성적이 많이 올랐다고 자랑하는 모습을 보면, 부모 입장에서 매우 기분이 좋죠.

운동하는 아이들의 경우에는 초등학교 역시 합숙을 많이 하다 보니, 축구부 아이들과는 잘 어울리지만,
반 아이들과는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모습을 봐왔습니다.
하지만, 안양중학교에서는 일반 학생들과도 어울리는 모습을 많이 보고 있는데요,
과거에 비해 친화력이 많이 늘어났다고 말 할 수 있겠네요.

Q 학교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현재도 교장선생님과 선생님들이 축구부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계십니다.
그런 부분 감사드리며, 아이들이 힘들게 운동하면서도 열심히 공부 하려고 하는데,
앞으로도 많은 격려와 관심 가져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다음에는 안양중학교 축구부의 이관호 감독님과 김지수 학생과의 진실한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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