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천항욱(배명고등학교 교사)
2007년 개정교육과정의 성공적인 정착은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을 비롯하여 전 국민의 체육에 대한 이미지 형성, 나아가 체육교과의 위상과 존립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2007년 개정교육과정의 성공적인 정착은 체육교사뿐만 아니라 체육인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개정교육과정의 성공적인 정착이란 개정교육과정이 추구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개정교육과정이 이전의 교육과정과 가장 다른 점은 '신체 활동의 가치'가 전면으로 등장한 것이다. 이전까지 체육 수업에서 목적이 되었던 '신체 활동'을 더 이상 최종적인 '목표'가 되지 않는다. 이제 신체 활동은 보다 다양한 '가치'를 교육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현장의 교사들에게는 신체 활동의 '가치'를 교육하기란 녹록하지 않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체육 교사들은 지난 교육과정에 따라 아주 오래 동안 '실기 능력 배양'을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하여 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체육 교사들의 수업 방법은 실기 능력을 어떻게 향상 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신체활동의 가치는 가르치면 좋고 가르치지 못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잠재적 교육과정으로 치부해버리면 그만 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체육교사들의 수업 능력은 '신체 활동'을 지도하도록 개발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개정교육과정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신체활동의 가치를 가르치기 위해 우리는 무엇에 주목해야 하는가? 이와 관련하여 필자는 두 가지 질문을 던져본다.
첫째, 체육교사들이 신체 활동의 가치에 대해 잘 알고 있는가?
둘째, 신체 활동의 가치를 교육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
개정교육과정에 제시된 신체활동 가치는 아래의 표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개정교육과정에서 제시된 신체활동의 가치는 다양하다. 그리고 그것들은 주로 사회심리학에서 연구되어 온 개념들이다. 과연 현장의 체육교사들이 이러한 가치들의 개념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고 있을까? 7학년에서 배우는 '인내심'과 8학년에서 배우는 '노력과 극기'는 어떻게 다를까? 10학년에 제시된 '타인존중과 상호신뢰'는 '스포츠정신'과 어떤 점에서 같고 어떤 점에서 다를까?
물론 이러한 개념에 대한 정의는 연구자들의 몫이고 그것이 분명하게 교과서 또는 지도서에 제시되어야 한다. 그러나 필자가 검토한 바로는 아직 교과서나 지도서 어느 곳에서도 분명하게 그 가치의 개념에 대해 언급하지 못하고 있다. 개정교육과정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기 위해 우리는 이점을 반드시 해결해야 할 것이다. 아마도 개정교육과정에서 체육교사들의 역할이 가장 두드러져야 할 부분이 이 지점이 아닌가 싶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개념들은 실제 객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러한 가치들은 사람의 사유를 통해서만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개념들이 비슷하기는 하지만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체육교사는 혼란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체육교사가 혼란을 느낀다면 아마 이러한 신체활동의 가치들은 교육되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개념의 혼란을 방지할 수 있을까? 그것은 이러한 사회심리학적 개념들을 체육교사가 스스로 정의하는 것이다. 체육교사가 스스로 정의한다는 것은 체육교사 개인의 삶과 경험에 비추어 정의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 개념들을 정의함으로써 다른 가치와 유사한 점, 차이점을 명확히 할 수 있다. 그리고 사유로만 존재하는 것들을 구체적 객체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구체적 객체는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해 진다. 평가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수업이 지향하는 방향과 목적지를 명확히 하게 된다. 신체활동의 가치를 체육교사가 구체적으로 정의하는 작업은 개정교육과정 정착의 첫 단추가 될 것이다.
둘째 질문과 관련하여서는 체육수업에 아직껏 시도되지 않았던 수업모형에 주목해야 한다. 수업모형이란 수업의 절차와 절차에 따른 활동이 정해져 있는 수업방법이다. 기존의 수업방법은 신체 활동 자체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으므로 보다 적합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새로운 가치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새로운 방법이 필요하다. 그 동안 체육수업은 신체활동이 주가 되었기 때문에 신체활동을 지도하는데 적합한 방법만이 주로 선택되었다. 그러나 이제 보다 다양한 가치를 지도하기 위하여 이미 타 교과에서 개발되고 이용되어 온 많은 수업 모형(방법)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다중 지능 모형을 살펴보자. 왜냐하면 다중 지능 이론에서는 인간은 8가지 지능을 가지고 있으며, 사람마다 서로 발달된 지능이 다르며, 각각의 지능을 혼합하여 이용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사람은 자기가 발달된 지능을 이용하여 새로운 것을 이해하기 때문에 하나의 신체활동의 가치를 가르치기 위해 8가지 지능을 고려한 방법이 적용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측면에서의 접근이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다. 다중 지능 모형은 체육수업에 다양한 접근의 방법을 제공한다. 나아가 다른 교과와 함께 수업을 진행할 수도 있다. 이른바 통섭(通涉)이 가능해 지는 것이다.
모든 학생들이 높은 수준의 실기를 배우는 것에 한계가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실기를 가르치는 수업에서는 어떤 학생들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점을 늘 안고 있었다. 개정교육과정에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고민들이 담겨있다.
개정교육과정은 실기만이 체육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체육에는 실기 외에도 심도 있고, 누구나 생각하고 배울 수 있는 영역이 있다. 그것이 바로 신체활동의 가치이다. 그것을 가르치는 것이 체육교사의 책무가 되었다. 향후 미래의 체육은 신체활동의 가치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지도할 수 있는 교사가 더욱 좋은 수업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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