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철원 (체육인재육성재단 테네시대학교 해외연수자)
한국농구의 역사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박신자'라는 이름을 알고 있을 것이다.
필자가 체육인재육성재단 스포츠외교 인재양성 해외연수 프로그램으로 다녀온 미국 테네시의 낙스빌(Knoxville)은 조용하고 작은 시골 도시이다. 하지만, 이런 시골도시에 미 전역에서 알아주는 유명한 것이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로, 미국에서 트랙이 없는(non-track) 스타디움으로는 3번째로 큰 네이랜드 스타디움(Neyland Stadium)이다. NFL 최고의 쿼터백 페이튼 매닝을 배출한 테네시대학교 풋볼팀 홈구장으로 사용되는 이 스타디움은 1921년, 수용인원 3200명으로 건축이 되었으며,
2010년 리모델링 되며 102,455명의 엄청난 수용인원을 자랑하게 되었다.
또한, 테네시대학교 레이디볼스 팀을 20년 넘게 이끌며 NCAA(미 대학 농구)에서만 팀을 여덟 차례나 팀을 우승으로 이끈 명장이다. 현재까지 통산 1000승을 돌파하며 승률 8할을 유지하고 있는 이 명장은
여자농구 명예의 전당(1999년)과 농구 명예의 전당(2000년)에 헌액되며 그의 커리어에 정점을 찍게 됐다.
이 여자농구 명예의 전당은 필자가 머물렀던 낙스빌에 있다.
1999년에 설립된 여자농구 명예의 전당은 테네시대학교 기숙사에서 도보로 30분 거리에 있다.
한적한 다운타운 외곽에 위치한 명예의 전당은 시즌별로 스케줄이 상이하지만 보통 일요일은 문을 닫는다. 하지만, 테네시대학교 여자농구팀의 홈게임이 있는 날에는 스페셜 아워(special hour)를 적용해서 문을 연다. 명예의 전당은 큰 규모는 아니지만 미국 여자농구와 세계여자농구의 변천사를 한눈에 알 수 있으며, 엄청난 수의 유니폼과 영상과 소소한 자료들을 전시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단연코 눈길을 끄는 것은 연도별 헌액 자들이다. 명예의 전당이 설립된 1999년부터 매년 여자농구사에 큰 획을 그은 코치와 선수들의 이름과 정보를 갱신해서 전시하는 것이다. 이 중 필자의 눈길을 끌어당긴 것은 바로 한국 여자농구의 '대모' 박신자 선생(1941~)이었다.
(2007년 국제농구연맹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앞선 시대의 고 윤덕주 여사 잊을 수 없는 존재이다.)
앞서 언급했던 미국 농구의 명장 펫 서밋을 비롯한 23명과 함께(총 25명) 1999년 여자농구 명예의 전당 설립 첫 헌액 멤버로서 이름을 나란히 하게 된 박신자 선생은 숙명여고 재학시절 국가대표에 선발된 후 팀을 1963년 페루 세계선수권대회 4위, 1967년 체코 세계선수권대회 준우승으로 이끈 당대 아시아 최고의 여자농구선수였다. 체코 대회 당시 그녀는 대표팀을 한국 최초의 구기 종목 첫 세계대회 입상으로 이끌었으며, 이런 뛰어난 활약에 힘입어 팀이 준우승을 차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회 MVP를 수상하기도 했다. 여자농구 명예의 전당은 헌액된 자료를 통해 박신자 선생을 '당대 아시아 최고의 여자농구선수', '1976년 세계선수권에서 한국을 준우승으로 이끌며 MVP를 차지한 선수', '1979년 세계선수권과 1988년 서울올림픽에 행정가(administrator)로 참가했다.'라고 소개했다.
사실, 박신자 선생이 헌액되어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방문을 결정한 후에도 박신자 선생의 실력과 위엄을 가늠키는 힘들었다. 한국프로농구(KBL) 최초의 여성 심판위원장인 강현숙 심판위원장의 경기도 보지 못한, 아직도 20대인 '어린' 필자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펫 서밋 감독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음을 확인하니 박신자 선생의 존재가 얼마나 큰 것인지를 깨닫게 되었다.
여자농구 명예의 전당 내부와 외벽에는 '과거를 존경하고(Honor the past), 현재를 축하하고(Celebrate the present), 미래를 향상시켜라(Promote the future)'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필자는 명예의 전당 방문을 통해 과거를 존경하게 되었다.
지난 KBL(한국프로농구협회) 총재 선거전을 통해 한국농구 명예의 전당 설립 안이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개인이 아닌, 대한체육회와 KBL이 대승적 차원에서 농구 명예의 전당 설립 건을 추진한다면 좀 더 현실적인 계획들이 수립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한국농구의 영예의 시간을 기억하고(Memory the past), 현재의 침체기를 벗어나고(Escape the present), 다시 한번 세계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Develop the future)를 만들기 위해 명예의 전당 설립이 하루빨리 추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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