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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AA에서 바라본 스포츠의 가치

 

 

글/임성민(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여러분들께서는 갑자기 뭔가 궁금한 게 생기면 어떻게 궁금의 갈증을 푸시나요? 책을 보거나, 박식한 친구한테 전화를 하거나, N사나 G사의 힘을 빌려 검색을 하거나 아니면 그냥 모르는 체로 넘어 가기도 할 것 같은데요. 여기 NCAA에도 N사나 G사 같은 백과사전이 존재합니다. 바로 NCAA의 모든 규정을 다루고 있는 Academic Membership Affairs(AMA)인데요. 오늘은 국제인턴들에게 아버지 같은 역할을 해주는 Troy 부장과 함께 인터뷰를 진행해 보았습니다.


Q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먼저 부탁 드리겠습니다.

A 저는 NCAA에서 13년 동안 근무를 하고 있고 현재 Academic Membership Affairs(AMA)의 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제가 AMA에서 주로 하고 있는 일은 Division I의 Athletic Certification Program 을 관장하고 있습니다.  Athletic Certification Program에 대해서 말씀 드리자면, NCAA에서는 각 학교 체육부에게 요구하는 규정과 원칙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만약 선수가 부상을 당했을 때 적절한 치료를 받는지, 치료 후에 재활을 제대로 받는지 감독합니다. 또한 남.녀 인종 차별 없이 동등한 교육과 혜택을 받는지, 학교측에서 학생운동선수들에게 NCAA가 정해놓은 규정에 대해서 정기적으로 교육을 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서 관리 감독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즉 학생운동선수들의 웰빙과 복지를 위해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요즈음 들어 변화된 점이 있다면 예전에는 10년에 한번씩 NCAA에서 감사를 했지만 요즘은 학교자체적으로 1년에 한번씩 평가를 하고 그 내용을 NCAA에 보고합니다. 만약 자체보고 내용이 뭔가 허술하고 미심쩍으면 NCAA에서 학교를 대상으로 다시 조사를 하게 됩니다.

Q 미심쩍은 보고서에 대해서 다시 조사를 한다고 하셨는데요. 어떤 방식으로 조사를 하게 됩니까?

A (웃으며) 하하 그거 정말 좋은 질문입니다. 특별한 방법이 있다고 생각 하셨을 수도 있겠지만 굉장히 간단합니다. 학교를 직접 방문해 학생운동선수들을 만납니다. 그리고 Athletic Certification Program에 대해 설문조사를 하게 되죠. 그러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진실되게 설문조사에 응합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다시 한번 학교 체육부에 대한 감사를 하게 됩니다.

Q 그럼Athletic Certification Program을 통해서 어떤 영향을 가져왔나요?

A 아주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먼저 학생운동선수들의 졸업 율이 많이 올라갔습니다. 또한 선수들이 NCAA가 정해놓은 모든 기회를 제공받기 때문에 졸업 후, 은퇴 후에도 사회의 구성원과 리더로서 충실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현재 데이타베이스를 구축하는 상태고 곧 이 프로그램이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나오게 될 겁니다.


Q 13년 동안이면 굉장히 오랜 기간인데 NCAA에서 그 동안 일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을 때는 언제인가요?

A (깊이 생각하면서)13년 동안 굉장히 많은 일이 있었지요. 그 중에서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이라면 NCAA가 학생운동선수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겁니다. NCAA가 현재 하고 있는 일은 전세계에서 유일무일 한 정도로 독특하다고 생각을 해요. 그들에게 학생으로서의 가치와 운동선수로서의 가치를 깨닫게 해주고 더 나아가서는 그들을 사회의 리더로 만드는 NCAA와 함께했다는 사실이 너무나 자랑스럽습니다.  (사실 필자도 이 대목에서 정말 많은걸 느낄 수 있었다. 미국대학교에서 학생운동선수라는 건 단지 운동만 강조하는 우리나라의 현실과는 먼 나라 이야기였다. 운동과 학업을 균형 있게 맞추도록 노력하고 은퇴 후 사회에 나가서도 리더가 될 수 있도록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Q 그럼 NCAA에서 13년 동안 가장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살짝 생각해보더니) 글쎄요. 힘들었던 점은 없었던 것 같아요. 정말 좋은 직장동료들과 정말 좋은 가치를 위해서 그 동안 일을 해왔기 때문에 힘들다고 어렵다고 생각해 본적은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가끔 NCAA멤버십 학교들과 의견충돌이 있기는 합니다만, 그것도 "학생운동선수들에게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기회와 여건을 만들어줄까"에서 오는 건설적 의견충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힘든 적은 없던 것 같네요.

Q 제가 알기로는 보스턴 에서 오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보수적인 도시로 유명한 동부의 보스턴과 중서부의 인디애나폴리스를 비교하면 어떤 다른 점이 있을까요?

A 보스턴 에서의 삶과 일은 인디애나폴리스와의 생활과 무척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동부는 기본적으로 생활자체가 굉장히 빠르게 돌아갑니다. 특히 보스턴 에는 유수의 명문학교들도 많이 있고 회사들도 굉장히 많이 있으니까 사람들의 삶 자체가 도시적으로 형성되어있다고 볼 수 있죠.  또한 인디애나폴리스에서는 많이 볼 수 없는 교통체증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많은 사람들을 볼 때면 두 도시간의 확연한 다른 점을 볼 수 있죠. 한가지 예를 들자면, 보스턴 다운타운에서 퇴근을 할 때는 자가를 이용하든 대중교통을 이용하든 1시간에서 1시간30분 정도가 걸립니다. 길에서 그렇게 많은 시간을 소비 하는 건 개인적으로도 손해고, 가족이랑 할 수 있는 시간도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에 손해가 이만저만 이 아니죠. 하지만 인디애나폴리스에서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게 너무나 좋은 것 같네요.


Q 그럼 이쯤에서 제가 굉장히 궁금해했던 사적인 질문을 한번 드려보죠. 제가 축구선수 였다는 걸 당연히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트로이 부장 께님서도 미식축구선수였고, 지금 3명의 딸 중 2명이 축구선수의 길을 가고 있는데 어떤 이유로 딸들에게 축구를 시키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나중에 아이들에게 운동을 시킬 마음이 전혀 없거든요. 그 길이 얼마나 힘들고, 얼마나 많을걸 포기해야 하는지 제가 직접 경험을 해봤기 때문입니다.(참고로 트로이부장의 집에 점심식사를 초대받아 방문한 적이 있었다. 마침 그날 브리아나(첫째 딸)의 축구경기가 있어 브리아나의 경기를 관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었다. 흑인 특유의 탄력으로 또래아이들을 가볍게 제치고 2골을 넣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 이었다. 또한 경기가 끝나고 몇 가지 기술을 가르쳐줬는데 상당히 빨리 습득 했을 뿐만 아니라 배우려고 하는 의지가 상당했다.)

A (웃으면서) 미국에서 스포츠가 가지고 있는 가치와 영향이 아마도 한국에서 미치는 것과는 크게 다를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미국에서는 스포츠를 단지 훌륭한 선수가 되고 국가대표를 위해 달려가는 수단으로 보지 않습니다. 스포츠를 하는 이유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스포츠 통해 자부심을 일깨워주고, 자신감과 자기절제심을 길러주며, 여러 사람들과 같이 협동 할 수 있는 팀워크와 사회성을 길러준다는 것에 초점을 맞춥니다. 저도 제 딸들이 프로선수가 되거나 국가대표가 되는 것에 대한 큰 열망은 없습니다. 단지 스포츠를 통해 사회의 리더가 되고 올바른 구성원이 된다면 이보다 더 좋은 게 어디 있을까요? 월드컵에 대한 예를 한번 들어보죠. 저는 월드컵을 단지 축구 대회라는 것에만 가치를 두지 않습니다. 월드컵 자체를 교육의 수단으로 활용합니다. 저는 제 딸들에게 이런 질문을 합니다. "지금 월드컵이 열리고 있는 나라가 세계지도상에 어디에 있지? 그럼 그 나라의 수도는 어디니? 특정선수가 어떤 사연을 가지고 월드컵에 출전하게 됐는지 말해볼래?" 이런 질문을 통해서 월드컵 자체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는 거죠.  지난번에 제 딸과 대한민국의 한반도의 DMZ와 북한의 관계에 대해서 많은 얘기를 한걸 기억하실 겁니다. (참고로 트로이 부장의 첫째 딸은 11살에 불과한데 우리나라가 왜 분단이 되었으며, 왜 북한이 남한과 다른 사상을 가지고 있으며, 김정일의 궁극적인 의도는 무엇인지에 대한 수많은 질문을 필자에게 했었다.) 이렇게 스포츠를 통해 아이들에게 살아있는 교육의 장을 만드는 겁니다.  또한 스포츠를 통해 실패를 인정하고 패배에서 배우며 그런 과정을 통해 사회의 리더로 당당히 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그럼 셋째 딸 에게도 축구를 시킬 계획인가요?

A (하하하 다시 한번 크게 웃으며) 물론 결정은 제 딸아이가 하는 거지만 마야(셋째 딸 이름)가 원한다면 당연히 시킬 계획입니다. 꼭 스포츠가 아니더라도 미술이나, 음악을 시킬 계획입니다. 그런데 마야도 벌써 운동재능이 보이는 것 같네요. 제 첫째 딸과 둘째 딸도 제가 축구를 시킨 게 아니라 본인들이 축구가 좋아서 스스로 결정한 겁니다.

Q 스포츠행정가가 되고 싶어하는 전도유망한 젊은이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A 열정, 열정, 열정이라고 말씀 드리고 싶네요. 만약 여러분이 하는 일에 뜨거운 관심과 열정이 있고, 무엇이든 배우겠다는 자세로 다가간다면 본인의 인생에 놀라울 만한 기회가 열리거라 생각합니다. 또한 학생운동선수들 에게 조언을 한다면, 운동선수로서 인생을 살아가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습니다. 은퇴 후 사회의 구성인으로서 어떻게 사회에 적응하고 어떻게 성공적인 인생을 살아야 할지에 대한 한번 깊이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즉 다시 말해서 너무 운동에만 신경 쓰지 말고 공부와 운동 사회활동에 적절한 균형을 맞추고 본인의 관심 있는 부분에 열정을 쏟는다면 스포츠행정가뿐만 아니라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의 어떤 것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Q 그럼 마지막으로 미국 스포츠단체에서 일을 하고 싶은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어떤 게 있습니까? 내년에도 한국에서 국제인턴이 NCAA에 올 것 같은데요.

A 제가 지금 하는 말은 매해 NCAA에서 인턴을 하는 국내인턴들에게도 똑같이 하는 말 입니다. NCAA는 정말 독특하고 배울게 많은 기회의 장이라고 생각합니다. Division I II III각각의 특별한 개성이 있으며 미국대학스포츠를 진정으로 배우기 위한 최적의 장소이죠. 또한 여기에 있는 동안 인적 네트워크를 강화하시기 바랍니다. 일을 하다가 모르고 헷갈리는 게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주위의 사람들에게 물어보세요. NCAA에는 모든 분야의 전문가들이 항상 상주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여러분들이 물어보지 않고 그냥 지나친다면 그건 정말 엄청난 손해입니다. 여러분들이 뽑아 낼 수 있을 만큼 뽑아가시길 바라겠습니다.


NCAA에서 인턴을 하면서 항상 느끼는 거지만 나중에 필자가 다시 태어나서 운동을 한다면 미국에서 운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한국사회에서는 운동을 하면 운동 외에는 많은걸 포기해야 하고, 만약 운동선수로 성공하지 못하면 은퇴 후 사회에 적응하는데 너무나 힘든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의 시스템을 직접 경험해보면서 왜 NCAA 직원의 약 70% 이상이 운동선수로 구성되어 있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 우리나라도 현재 여러 가지 운동선수들을 위한 시스템이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 부족한 게 사실이다. 앞으로 좀 더 향상된 정책과 제도를 통해 더 많은 운동선수들이 스포츠행정, 스포츠외교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활발하게 활동하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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