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는 아마도 ‘비어 마일’이라는 단어가 생소할 것이다. 필자도 캐나다에 와서 처음 접했기 때문이다. 비어 마일이란 맥주 마시기와 달리기를 조합한 것으로 지역마다 다양한 규칙을 가지고 있다. 기본적인 규칙은 400M 트랙을 정해진 용량의 맥주를 마시고 달리는 것으로 1캔의 맥주를 정해진 구역에서 마시고 400M를 달린다. 이렇게 4번을 반복하는 것이다. (시작 – 맥주/달리기, 맥주/달리기, 맥주/달리기, 맥주/달리기 – 끝 혹은 벌칙달리기)
시작과 동시에 참가자들이 맥주를 마시고 있는 장면
필자가 접한 BEER MILE은 북아메리카의 전통을 따른 것으로 맥주의 도수는 5도 이상, 350ml이상의 캔맥주로 진행되었다. 특이한 점은 레이스 진행 도중 구토할 시 추가로 한 바퀴를 더 돌아야 하지만 벌칙 이행 시 맥주는 마시지 않아도 괜찮다.
비어 마일의 유래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풍문에 의하면 뉴턴이 비어 마일 발명의 시초라고 한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기록된 비어 마일 시합은 1980년 후기에서 1990년 초기 미국, 인도네시아 그리고 캐나다에서 시작되었다.
필자가 접한 비어 마일의 인상 깊었던 점으로는 레이스를 가장 먼저 마친 선수가 아닌 구토를 가장 많이 한 사람에게 보드카 한 병 및 소정의 기념품을 상으로 준다는 점이다. 또, 술이 약하거나 나이가 많은 참가자들을 위하여 4인 1조로 릴레이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이처럼 공식적인 규칙만 준수하면 목적에 맞게 변형 할 수 있다.
처음 필자가 이 경기에 대해 들었을 때, 흔히 말하는 대학생들의 ‘술 게임’ 정도로 생각했었다. 물론, 재미를 위해 영하의 날씨에도 수영복을 입고 참가한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운동복을 갖추고 준비 운동을 하는 등 여느 스포츠 경기에 참여하는 모습과 다름없이 진지하여 청바지차림으로 간 필자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단순한 게임일 수도 있었던 맥주 마시고 달리기를 스포츠로 대하는 참가자들의 모습에서는 ‘술 게임’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모두 비어 마일의 규칙을 공식 사이트(www.beermile.com)에서 숙지하고 규칙을 준수하며 경기를 진행하였다. 단순한 놀이를 넘어서 경기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운동복을 갖추고 참가한 참가자들
이 경기는 사실 2년 전 사고로 친구를 잃은 필자의 직장 동료가 그를 기리기 위하여 개최한 게임이었다. 그의 기일에 슬퍼하기 보다는 즐거운 모습을 보여주자는 의도로 매년 주최한다고 한다. 그를 모르는 사람도 함께 참여하여 주최자와 함께 슬픔을 공유하고 그를 기억하는 뜻 깊은 자리였다.
그저 술 게임으로 알고 간 필자는 비어 마일의 건전함에 다시 한번 깊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단순한 술 게임이 되느냐, 스포츠가 되느냐는 참가자들의 정신에 달려있다. 술이 중심이 되는 게임이 아닌 술이 매개가 되는 스포츠라는 점에서 필자는 비어 마일을 스포츠라고 정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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