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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체육이야기/[ 전문체육 ]

제대로 배우자.

 
                                                                     
                                                                   글
/ 박익렬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


나는 레슨(lesson)란 것을 받아 본 적이 없어요. 그냥 혼자 채를 들고 10년을 쳤어요!” 아직도 세자리 숫자의 골프를 치고 있는 애처로운 어느 골퍼의 이야기다. 얼마나 바보인지 모르고 자랑인 양 큰 소리까지 친다. 참 할 말이 없고 대책이 없는 사람이다. 만약 이런 사람이 초기에 어느 정도 레슨을 받고 골프를 시작했다면 지금쯤은 싱글 정도의 공을 치면서 행복한 골퍼가 되어 있을 것이다.

배움에는 왕도(王道)가 없지만 처음 배울 때 제대로 배우지 않으면 평생 후회한다는 것을 느껴봤을 것이다. 체육인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생각이 많이 든다. 본인 역시 그 흔했던 레슨도 없이 혼자만의 힘으로 15년 동안 테니스를 치다가 겨우 전국대회에서 우승을 한 적이 있다. 그 당시 테니스 레슨프로를 우습게 보고 레슨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15년 동안 고생 고생 끝에 우승이라는 영광을 안게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어리석고 뭘 몰라도 한참 몰랐던 시절이다. 아마도 체육 전공이고 어릴 때 운동을 좀 했다는 것이 자만심으로 똘똘 뭉치게 했던 모양이다.


운동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제대로 전문지도자(레슨프로)에게서 지도를 받아야 한다. 수준급의 실력을 갖추는데 집중해서 5년 정도라고 본다면 레슨을 받지 않고 나홀로 시작하는 사람은 2-3배의 노력과 시간과 정력이 소비된다. 왜 바로 갈 수 있는 길은 놔두고 엉뚱하게 둘러가는 고생을 사서 하겠다는 것인가?

실제로 나홀로 시작한 사람은 어느 수준까지는 빠르게 올라올 수 있지만 그 이상의 향상은 어렵고 늘 그 주변에서만 맴돌게 된다. 다시 말해서 고수(高手)의 반열(班列)에는 오르지 못하고 그저 그런 정도의 실력을 가진 사람으로 잊혀지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제대로 레슨을 받는 사람은 답답함과
지루함을 느끼겠지만 결국에는 늦지 않았음을 알게 될 것이다
.

현재 주변에 같은 시기(6개월)에 골프를 시작한 후배 AB가 있다. A후배는 운동 신경은 별로 없지만 말 그대로 레슨프로에게 레슨을 받고 있으며 우직할 정도로 프로의 말을 잘 듣는다. 때때로 답답함과 지루함을 토로하지만 느린 것이 빠르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며 위로하고 달래고 있다. 당연히 라운드당 세자리 숫자의 공을 치고 있는 중이다. 그래도 하루하루 달라지는 자기 모습을 보면서 즐거워한다.

한편 B후배는 스쿼시로 단련된 단단한 몸으로 아직 정식 레슨을 받고 있지 않으며 스크린골프를 즐기면서 나름대로 골프에 입문을 하게 되었다. 현재까지는 B후배가 필드에서의 타수는 좀 나은 편이다. 운동을 해본 경험이 있어 그런지 멘탈(mental)도 좋고 나름대로 자신감도 좋다. 그래도 B후배는 타수에 대한 욕심으로 라운딩 후에는 늘 아쉬움을 토로한다. 안타까운 마음에 레슨을 받는 것이 어떠냐고 충고를 해도 시간이 없다, 레슨 안받아도 자신있다?는 이런 저런 핑계로 미적거리고 있다

.


경쟁적인 A와 B후배는 서로 간에도 꽤 큰 내기를 하고 있지만 지켜보는 우리도 참 재미있다. 동반 라운딩을 한 후에는 타수에 대해서, 골프에 대해서 그리고 레슨에 대해서 티격태격하고 있다. 결국에는 올해가 가기 전에 두 후배는 스크래치(scratch)로 한판 붙기로 했다.

골프 타수를 가지고 내기를 한다는 것이 참 우습지만 누가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혹시 올해가 아니라도 내년이나 앞으로는 분명한 차이의 결과가 나올 것이다.

운동도 공부와 같이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운동을 시작함에 있어서 기본을 단단히 다지는 것은 한 단계씩 향상되는 것에 밑거름이 되기에 시작을 제대로 하자는 것이다.

  반석(盤石) 위에 집을 지을 것인가? 모래 위에 집을 지을 것인가?

그러므로 누구든지 나의 이 말을 듣고 행하는 자는 그 집을 반석 위에 지은 지혜로운 사람 같으리니 비가 내리고 창수가 나고 바람이 불어 그 집에 부딪치되 무너지지 아니하나니 이는 주추를 반석 위에 놓은 까닭이요 나의 이 말을 듣고 행하지 아니하는 자는 그 집을 모래 위에 지은 어리석은 사람 같으리니 비가 내리고 창수가 나고 바람이 불어 그 집에 부딪치매 무너져 그 무너짐이 심하니라
(마태복음 7:2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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