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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체육이야기/[ 전문체육 ]

토끼와 거북이, 과연 누가 진정한 승리자일까.


                                                                                               
                                                                                               글/박현애(이화여자대학교 강사)


유명한 이솝우화 중 하나로 토끼와 거북이가 있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토끼와 거북이 우화는 빠른 동물의 대명사인 토끼와 느림의 대명사인 거북이가 달리기 경기를 하게 되고 자신의 실력만을 믿고 있던 토끼가 경기 도중 잠이 들고 꾸준히 경기에 임한 거북이가 승리한다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토끼와 거북이 이솝우화는 자신을 과신한 사람과 꾸준히 일에 응한 사람의 결말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교훈으로 주지만, 우리에게 그들의 달리기 경주를 통해서 알게 해주는 또 다른 다양한 이야기를 낳게 한다.

스포츠 상황에서 본다면, 토끼와 거북이가 함께 경기할 일은 사실상 존재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스포츠에서의 경쟁은 우선, 공식적인 경기의 경우, 기량이 비슷하거나 혹은 비공식 경기에서는 신체적 발달상태가 유사한 경우에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초등학생과 프로선수가 농구 경기를 하는 일도 없고, 진지한 스포츠 상황에 놓여지는 일은 만무하다. 또한 세간에 회자되는 이야기로 거북이는 토끼가 잠을 자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면, 깨우고 같이 경쟁해야 한다는 스포츠 윤리적 측면도 있으나 이러한 두 가지 전제를 차치하고 스포츠 상황에서의 토끼 같은 선수와 거북이 같은 선수에 대하여 스포츠가 주는 사회 본질 중 두 가지 측면에서 조망해 보고자 한다.


김동규
(2001)는 스포츠의 본질을 사회문화적 측면, 유물론적, 미학적 측면으로 접근하였다. 사회문화적 측면은 스포츠의 놀이의 본질에서 시작되어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제도화 되어 간다는 접근을 의미하며, 스포츠는 사회화를 통하여 문화로 발전을 이루어 가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유물론적 측면은 노동을 위한 연습의 필요에 따라 스포츠가 생성되었다는 시각이다. 마지막으로 미학적 접근은 스포츠를 행하고 난 후의 결과보다는 행위의 과정에서 느끼는 경험을 중시한다. 미적체험을 통해 자아실현을 이루기도 하며 이는 주관적 체험으로서 체험의 유무와 정도가 개인에 따라 다르므로 자유로운 선택에 의해서 스포츠에 대한 가치를 논해야 함을 뜻한다.

토끼와 거북이 우화를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첫 번째 접근은 사회문화적, 유물론적 접근으로 거북이의 승리가 가져다주는 경쟁과 투쟁의 요소이다.

많은 학자들에게 스포츠는 인류의 역사와 같이 경쟁과 투쟁의 모습으로 정의되어 왔다. 따라서 스포츠의 특징을 이야기 할 때, 신체활동을 통하여 내포된 경쟁에 우선적 가치를 둔다. 스포츠에서의 투쟁과 경쟁은 스포츠에 수많은 감동적 요소들을 만들어내고, 이는 다른 선수들에 귀감이 되거나 혹은 이와 관련이 없는 일반인들에게도 커다란 마음에 동요를 가져온다. 이는 스포츠 활동이 가지는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볼 때, 스포츠가 제도화 되어 문화로 발전하는데 많은 영향을 미친다. 스포츠 활동에 수반되는 은근과 끈기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거북이와 같은 느릿해도 꾸준한 의지에 박수를 보내며
기량이 뛰어나지만 더 이상의 노력을 게을리 하는 토끼로 부터 자만감이 주는 위험성을 알게 된다
.

두 번째 접근으로 토끼와 거북이 우화는 미학적 측면에서 다른 해석이 이루어질 수 있다. 경기의
중요도를 떠나서 선수 개인의 경험에 집중하며
, 경험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가치는 개개인 마다 다를 것 이고 이에 자유로운 접근을 통해 스포츠가 가지는 올바른 가치에 대한 의미가 재조명 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하여 로버트 짐러(1991)는 파라독스 이솝우화라는 책을 통해 또 다른 시각을 제시한다. 다음은 로버트 짐러의 파라독스 이솝우화 중 토끼와 거북이에 대한 내용이다.

토끼를 이긴 거북이에게 다른 동물들이 이야기 한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토끼가 너 보다 훨씬 빨리 달릴 수 있다는 건
너만 빼놓고 다 아는 사실이야
”-한번 다른 상대를 이겼다고 도취되지 말라.
할 수 있는 사람은 언제고 할 수 있다
.-

단 한번 토끼와 거북이의 달리기 경주로 승자를 이야기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번은 거북이가 이길 수 있지만 그 외에 벌어질 수많은 경기에서 거북이는 토끼를 이길 수 없다. 스포츠에서의 기록은 이솝우화와 같이 일회적으로 판단되어지는 것이 아니다. 거북이가 한번 얻은 영예로 전설이 될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거북이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이슈가 되는 중요한 대회에서 고통을 감내하는 끈기를 보여주며 우승했다는데 의미를 둘 수 있다. 그러나 토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중요한 대회에서 성과가 좋지 않더라도 지속적으로 평가된 실력이 있으면 영원한 승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스포츠 경쟁은 인간의 한계를 시험해 보고, 이에 도전하는 데에 의미가 있다. 모든 선수들은 올림픽의 금메달을 따기 위해 운동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주요 대회가 갖는 의미는 인간의 숭고한 도전 외에도 지대한 사회적 가치를 지닌다. 그러나 선수들이 무엇을 위해 운동하며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감내하는지에 대한 개인의 경험적 측면에서 심오한 고찰의 수반이 요구된다.

, 그렇다면 토끼와 거북이 중 누가 진정한 승자일까. 끈기의 모습을 보인 거북이와 절대적 실력을 갖춘 토끼 중 진정한 승자를 정하는 데에는 각자의 판단에 맡기겠지만, 이미 대부분의 선수가 토끼와 같은 절대적 능력을 갖춘 강자가 되기 위해 거북이처럼 인내하며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경기의 실적만을 매스컴을 통해 인지하면서 우리가 간과해 온 훌륭하지만 불운한 선수가 있지는 않은지, 스포츠의 문화적 측면이 주요 경기나 주요 실적에 편향되어 스포츠의 경쟁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아닌지 재고해 봐야 할 문제이다. 따라서 스포츠에서의 경쟁과 그 안의 숨겨진 다채로운 의미를 이야기할 때, 거북이형 노력과 토끼형 재능을 함께 생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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