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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체육이야기/[ 전문체육 ]

야구단의 닉네임과 정체성, 자이언츠의 기원


 
                                                                                                                                            글/하남길(경상대학교 교수)







야구는 영국산 놀이문화에 기원을 두고 있지만 미국에서 조직화되었고, 미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국민적인 운동경기(National Games)이다. 미국에 4개의 프로야구팀이 협회를 창립한 것은 1871년이었다.
프로야구의 역사가 140년이나 되는 셈이다. 그런데 대한민국도 야구의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 프로야구가 출범한 것은 1982년이다. 약 30년의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관중 600만 시대를 맞았다. 한국 스포츠 사상 유례가 없는 기록이다. 미국의 메이저리그를 따라잡기는 어려운 실정이나 많은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한국 야구 중계방송을 시청하다가 보면 도대체 한국 야구팀의 명칭은 정체성이라는 게 있는지 의문이 생긴다. 꼭 다른 나라 팀의 이름을 따라 해야만 하는 것일까?

우리나라 야구팀에는 자이언츠
, 트윈스, 타이거즈 등과 같은 닉네임이 붙어 있고, 그 닉네임 앞에는 대기업 명칭이 붙어있다. 지역 명칭이 있어야 할 자리에 대기업 명칭이 있는 것도 눈에 거슬리지만 도대체 자이언트나 트윈스, 타이거즈란 외국 야구팀 명칭을 꼭 따라야만 했을까하는 의문이 생기는 것이다.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팀의 명칭을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역사와 전통, 상징성이 응축된 닉네임의 역사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뉴욕자이언츠 시대의 헬멧

미국 야구팀 시카고 컵스(Cups)1902년 지역 언론이 사용한 명칭이 공식 명칭이 된 경우이다. 팀을 대대적으로 개편할 때 젊은 신인선수를 대거 영입했고, 그런 선수들을 언론이 유소년, 애송이라는 뜻의 컵스(Cubs)라는 명사로 표현함으로써 1907년부터 공식이름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우리나라 박찬호 선수가 뛰었던 텍사스 레인저스의 경우 멕시코를 국경으로 둔 지역의 순찰대(Rangers)가 유명했기에 붙여진 것이다. 지역 특성상 불법 이민자가 많았고, 치안을 유지하기 위해 1823년 오스틴(Stephen F. Austin)이 준 군대 성격의 조직을 만들었는데, 그것은 텍사스의 자랑이 되었기 때문이다.

한 때 김병현 선수가 뛰었던 애리조나의 다이아몬드백스(Diamondbacks)는 애리조나 사막지대의 방울뱀(rattlesnake) 무늬 때문에 붙여진 것이다. 방울뱀은 애리조나 사막지대에 흔히 볼 수 있는 것으로 무시무시함을 상징하기도 한다. 메이저 리그에는 유니폼이나 양말 색깔로 인해 붙여진 닉네임도 흔하다. 보스턴·시카고·신시내티·디트로이트 등은 양말 색깔을 나타내는 이름을 쓰고 있다. 초창기 브라운 스타킹스’ ‘화이트 스타킹스등과 같은 명칭은 양말 색깔을 상징한다. 팬과 언론들은 팀을 구분하기 위해 입은 선수들의 의류에 남다른 관심을 가졌던 결과였다. 보스턴 레드 삭스(Red Sox)는 초창기 아메리칸 리그의 레드 스타킹스의 줄임 말이다. 1869년 라이트 형제는 미국 첫 올 프로야구팀인 신시내티 레드 스타킹스를 만들었으나 1870년 이후 새로운 구단주와의 마찰을 일으키며 신시내티를 떠나 보스턴에 둥지를 틀었다. 라이트 형제는 신시내티 시절 사용했던 야구단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고 싶었고, 그래서 레드삭스가 되었다.

시카고 화이트삭스(White Sox)의 이름은 지역 라이벌인 시카고 컵스(Cups)에서 유래했다. 1876년 시카고 컵스의 이전 명칭은 화이트 스타킹스였지만 1907년 팀 재건을 하며 컵스로 바꾸자 예전의 명칭을 그리워했던 시카고 팬들을 위해 1901년 생겨난 후발 연고팀이 예전 이름 화이트 삭스를 사용하게 되었다

                  자이언츠의 짐 머트리 (baseballhistorryblog.com)

자이언츠는 미국에도있고, 일본에도, 우리나라에도 있다. 역사가 짧은 우리나라 야구단의 명칭은 반이 기업 명칭이고, 반은 모방인 듯하다. 우리의 정체성을 살린 이름은 없었을까? 비록 야구가 미국 문화의 산물이고, 우리나라가 미국의 스포츠문화 식민지라고 할지라도 야구단의 명칭은 지역성과 전통성을 살린 정체성 있는 것이 되었으면 좋았을 터이다. 대기업도 야구로 기업광고에 득을 볼만큼 보았을 것이다. 이제 연고지 이름 다음에 정체성 있는 닉네임을 공모해보는 것도 팬을 위한 진정한 서비스가 아닐까? 절대로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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