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하남길(경상대학교 사범대학 교수)
어느 수업시간이나 난데없는 질문으로 선생을 난처하게 하는 학생이 있게 마련이다.
“이 세상의 광범위한 스포츠 문화는 도대체 어디서부터 흘러나오게 된 것일까요?” 한 마디로 답할 수 없는 의문문을 던져 놓고 첫 시간 토론 수업을 시작할 참이었다. 다양한 의견이 오갔고, 토론의 마무리를 할 찰나에 성급한 한 학생이 던진 말이다. “혼란스럽습니다. 스포츠의 기원은 방정식처럼 간결하게 정리될 수 없는 것입니까…?” 또렷이 쳐다보며 뱉어낸 말은 질문이라기보다는 다시 정리해서 설명해 달라는 요구에 가까웠다.
글쎄! 역사란 복합적인 것이어서 방정식처럼 풀어서 설명할 수 는 없다. 그러나 전체를 확대경으로
바라보면 스포츠 문화의 생성 요인과 진화의 변수는 분명히 보인다.
첫째, 스포츠 문화의 생성과 직결된 일차적 변수는 “생계와 생존”이다.
많은 스포츠 문화는 원시시대부터 의식주를 해결하거나 삶의 전투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적인 활동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오늘날의 육상, 체조, 수영, 스키, 각종 투기 등은 생계와 생존의 스포츠인 셈이다. 고대 그레코로만 스타일! 그리스와 로마 스타일의 스포츠를 보면 알 수 있다. 대개는 육상과 투기종목이다. 권투와 레슬링의 혼성형인 판크라티온(Pankration), 5종 경기를 뜻하는 펜타슬론(Penthathlon: 투원반, 멀리뛰기, 투창, 달리기, 레슬링), 전차경주, 수영 등이 대표적인 생계와 생존의 스포츠라고 할 수 있다. 고대 사회에서 생존을 위해 육상과 수영은 필수적인 것이었고, 그 중 투창, 전차경주 등은 전투력 강화수단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생존과 투쟁을 위해서는 강인함이 요구되었다.
팔레(Pale)가 생겨난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팔레란 레슬링을 뜻한다. 그리스인들은 상처를 입지 않고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을 길러줄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아동의 교육 수단은 레슬링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오늘날까지 계승된 것이 ‘그레코로만형 레슬링(Greco-Roman style wrestling)이다. 고대 아테네에서는 아이들이 자라면 일차적으로 보냈던 곳이 팔라에스트라(Palaestra: Palaistra)란 학교였다. 팔라에스트라는 레슬링 학교란 뜻이다. 생존을 위해 튼튼한 몸과 강인한 정신을 길러주기 이한 교육을 했던 것이다. 체조 또한 마찬가지의 경우이다. 인위적으로 창안된 움직임 체계로 생존을 위한 것이었다.
오늘날처럼 “표현의 예술”로 진화하기 이전의 근대 체조는 구츠무츠(J. F. C Guts Muths)라는 한 범애학교 불어교사가 균형 있고, 강인한 청소년을 육성하기 위해서 창안했고, 그 체계는 19세기 국가주의라는 사상과 결혼식을 올리게 됨으로써 전 세계의 학교와 군대로 확산되어 오늘날의 모습으로 진화한 것이다. 육상, 체조, 수영, 투기 등과 같은 스포츠 문화의 생성 변수는 생계와 생존에 대한 의지였다.
(K. 블랑차드 & A. T. 체스카/박기동 외 스포츠 인류학. 서울 : 동문선, (1985) 참조)
둘째, 스포츠 문화의 생성과 직결된 이차적 요인은 지리․생태학적 환경이다.
스포츠의 특성은 스포츠가 생성된 대륙의 지형, 기후, 인구 등에 의해서 결정된다. 열대지방에서 동계 스포츠가 발달될 리가 없다. 스키는 스칸디나비아 반도와 알프스 지방에서 발달되었다는 것은 눈치가 빠르지 않은 사람도 추측할 수 있다. 노르딕 스키는 오늘날의 북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러시아 콜라 반도 등지의 동토(凍土)에 살았던 사미족(Sámi peoples)이 사냥이나 교통수단으로 삼았던 활동이었다. 훗날 군사적 기동작전에 이용되면서 근대 스포츠로 진화된 것이다. 다운 힐(down hill), 즉 알파인 스키는 알프스 지방의 겨울 레크리에이션이었다. 오리엔티어링은 스웨덴의 킬란더(Ernst Killander)가 스웨덴의 자연환경에 알맞은 신체활동 프로그램으로 창안한 것이다.
스코틀랜드의 컬링은 더 추운 캐나다 북부로 전해져 각광을 받게 된 스포츠이다. 잉글랜드의 하키는 북미 대륙에서 아이스하키로 변환되었다. 실내 스포츠가 우기(雨期)가 긴 나라에서 발달된 것도 지리․생태학적 변수를 설명해주는 근거가 된다. 테니스, 배드민턴 등은 비가 많은 영국에서 코트 게임(Court games)으로 발달되었다. 원래 코트(court)란 궁전이나 저택 등 큰 건축물을 의미하는 단어였다. 젖은 땅에서 테니스공은 튀어 오르지 않았다. 테니스를 했던 큰 건물이 테니스 코트였고, 그러한 역사로 인해 '코트(court)'는 오늘날 '경기장'이라는 뜻을 지닌 단어가 되었다. 조정(漕艇)이나 수영이 바다나 강이 있는 지역에서 발달되었을 것이란 추측은 틀릴 리가 없다. 많은 스포츠는 지리․생채학적 환경이 탄생의 변수가 되었다. 생계와 생존에 대한 의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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