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이태구 (부천 상동고 교사)
‘영상평가의 시작"
2000년 부천의 한 중학교로 발령을 받자마자 수업, 수행평가, 그리고 지필시험문제를 출제해야 하는 상황은 신입 체육교사에게는 너무도 당황스러운 일이였다. 왜냐하면 필자는 체육교육과를 졸업했지만, 이런 것들을 대학교육에서 배운 적이 없었다. 더군다나 나는 첫해 중학교 3학년들을 가르쳤는데, 그 당시에 부천은 비평준화지역으로 연합고사가 고등학교 진학에 큰 비중을 차지하여 중3을 가르치는 교사들은 가을부터 중학교 전 과정을 다시 학생들에게 반복하여 가르쳐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었다.
그렇지만 난 첫 해의 경험을 통해 중학교 전 과정의 체육 교과서를 다 공부하고 정리하는 계기가 되었고, 다시 학생들에게 중학교 체육 교과서 전체를 다시 교육하는 기회가 되었다.
그런데 학생들을 가르치던 중 축구의 오프사이드(off side)를 설명하는데, 여학생들이 아무도 이해를 못하고 있는 것을 알았다. 오프사이드가 기출문제에 있었기 때문에 꼭 이해를 시켜야 하는데, 쉽지 않았다. 그 당시는 월드컵 전이라 남학생들도 이해를 못하는 학생이 많았다. 그래서 시도한 방법이 운동장에서 축구장을 그려놓고 오프사이드의 개념을 가르치고, 수비수 입장에서 오프사이드 트랩을 사용하는 방법과 공격자 입장에서 오프사이드 트랩을 피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이런 경험은 체육이론수업에서 공간과 시간의 변화가 중요한 개념으로 이해될 수밖에 없는 체육 신체활동 지식은 적절한 동영상을 편집하여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확신을 주었다.
연합고사가 다가오면서 그리고 학교의 기말고사를 준비하면서 영상을 통해 교육한 것을 평면적인 종위 위에서 평가하는 것은 평가방법으로 적절치 않은 것을 깨달아 2000년 2학기 3학년 체육기말고사 시간에 교실에서 영상을 보고 푸는 10문항의 ‘영상평가’를 실행하였다. ‘영상평가’라는 이름은 영어의 듣기평가가 듣고 푸는 문제라는 점을 착안해 영상을 보고 푸니 ‘영상평가’라는 정했는데, 그 이름이 굳어져 현재까지 이른다. 영상평가에 대한 수업평가 개선의 시도는 2002년까지 계속 되었는데, 축구, 농구, 배구, 배드민턴, 테니스 등 학생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종목들에 적용하였다.
그리고 2001년 한 교육대학원에서 수업사례로 발표를 하였는데, 그 발표를 듣고 계셨던 서울의 한 체육선생님이 발표 후 영상평가에 대해 내게 자세히 물어보셨는데, 이 분도 나처럼 카메라와 동영상에 관심이 있는 분이여서 친절히 설명해 주게 되었다. 그 후, 이 선생님이 국내 최초의 영상평가 관련 논문을 쓰시고, 2002년에 서울의 체육교사들을 중심으로 영상평가연구회(현 영상교육연구회) 조직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되고 현재에 이른다.
‘영상평가의 발전’
영상평가와 관련하여서는 첫 석사학위 논문이 나온 이후로 현재 박사학위논문까지 나온 상태이며,
국내 A급 학술지에는 총 4편이 개재되었다. 이는 최진환, 이한주(2003), 이한주, 이태구(2004), 이한주, 이태구, 이만석, 김규식(2008), 이태구, 박인용, 이한주(2010)의 것들이다. 그리고 매년 봄에 열리는 미국체육학회 학술대회에는 지금까지 총 3회의 영상평가 관련 포스터 발표가 있었다. 미국체육학회 학술대회에 논문을 투고하여 초청받을 정도이니 학문적인 그 가치는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았다고 하겠다.
또한 학교현장의 체육교사들에게도 큰 영향을 주었다. 영상평가연구회의 공이 큰데, 이들은 계속적으로 많은 스포츠 종목에서 영상평가를 제작하여 학교 현장에 보급하였으며, 2008년부터는 특수분야 연구기관 직무연수를 통해 영상평가 문항 제작 연수를 진행해 오고 있다. 또한 교과부 산하 각 지역교육청에서 실시하는 체육교사 1정 자격연수를 통해 영상평가를 교육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2007년 개정교육과정에서 체육교과 평가도구 다양화 측면에서 좋은 사례로 소개되기까지 했다. 철저한 교사들의 현장연구와 적용을 통해 국가교육과정에까지 반영된 좋은 범례(凡例)로 앞으로 현장의 교사들이 국가교육과정을 현장에 맞게 적용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인 점이 우수하다고 하겠다.
‘영상평가의 한계’
지금까지 영상평가는 학문적인 우수성과 학교현장에서 체육수업 평가부분에서 효과적인 평가방법으로 널리 인정되어 왔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문제점들이 계속적으로 지적되고 있다.
첫째, 영상도구는 수업목표-교수학습-평가의 일관성 위에서 제작되고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영상평가는 평가도구일 뿐이다. 따라서 수업목표를 구현하는 교수학습과정이 잘 이루어졌는지를 살펴보는 효과적인 평가도구로서의 의미가 있을 뿐이다. 따라서 영상평가는 평가만을 위한 현학(玄學)적인 도구로 사용되어서는 안된다. 실제로 연구에서는 교수학습과정을 고려하지 않는 영상평가는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지필시험보다 낮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둘째, 인지적 영역의 평가도구로 사용된 영상평가는 연구논문들에서 그 신뢰도가 높지 않은 문제점이 노출되었다. 신뢰도가 .80 이상의 높은 수치를 보이지 못하는 것은 현장 적용상의 문제부터 문항의 길이, 문항내용의 범위, 영상평가도구의 자체 속성인 속도검사 그리고 이론적 도구가 아닌 학교현장의 도구라는 점 등 여러 가지 이유를 추론할 수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교수학습과정에서 가르친 것만을 평가해야 하는 평가도구의 특성상 교수학습과정과 평가내용이 기술적으로 조화되지 못한 것이 신뢰도가 낮은 가장 큰 이유가 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평가도구의 신뢰도 문제는 평가도구가 평가현장에서 사용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기에 신뢰도를 높이는 심도있는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영상평가 문항 제작에 대단 부담감 해소이다. 영상 분야는 종합예술로서, 영상평가 문항을 제작할 때는 시나리오 구성부터 카메라 촬영, 그리고 인코딩하여 편집하여 제작하는데, 일정한 기술수준 습득을 요구하며, 그 비용도 작지 않다. 따라서 교육청 및 연구회 수준 등에서 제작하고 보급하여 일반 현장 교사들이 사용하기에 편하게 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한 부분이 있다. 영상평가가 학교 현장에 쉽게 적용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아직도 학교 현장교사들은 영상평가를 지나치게 이론적인 평가도구, 즉 현장에 적용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평가도구로 여기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것은 전적으로 영상평가를 개발하고 적용하고 있는 나와 같은 교사들의 책임이다. 소통할 다양한 방법들을 개발하고 연구하는 것은 학교체육현장의수업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고자 하는 우리들의 몫이다. 나는 앞으로 영상평가와 관련한 글을 시리즈로 개재할 계획이다. 이곳에서 학교 체육수업 개선연구에 관심있는 체육교사들과 활발하게 소통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이 과정을 통해 체육수업 개선에 좋은 아이디어를 생산하고 그 내용을 다시 현장에 적용하는 순환적이고 생산적인 활동이 넘쳐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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