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안나영(서울대학교 대학원)
◎농구, 오리온스의 연고지 이전
KBL은 프로농구 시장 확대 및 콘텐츠 경쟁력 증대 차원에서 적극적인 고양시와 오리온스 팀의 연고지 변경에 대하여 최종승인을 내렸다. 결국 대구를 떠난 오리온스는 지난 6월 14일 고양시와 연고지 및 체육관시설 이용에 관한 MOU를 체결하였고, 현재 열리고 있는 2011-2012시즌부터 고양시를 새로운 연고지로 두고 활동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팀 명칭이 ‘대구 오리온스’에서 ‘고양 오리온스’로 변경되었고 홈 경기장은 총 공사비 991억원이 투입되어 완공된 ‘고양체육관’이다.
최근 이루어진 오리온스의 연고지 이전은 프로농구 출범 이후 8번째 구단이 되었다.
앞으로 오리온스는 고양시와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프로농구의 활성화를 시작으로 유소년농구클럽,
생활체육 활성화 등 경기 북부지역 스포츠 전문 도시로서 인프라 구축, 지역경제 활성화 등 스포츠 산업 관련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스포츠 복지 및 사회공헌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데 일조하리라 기대하고 있다.
그 동안 프로농구에서의 연고지 이전은 모기업의 구단의 교체에 인한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2001년 모비스가 기아를 인수하면서, 같은 해 KCC 역시 현대를 인수, 프로농구 원년 창단 구단인 나산 플라망스는 골드뱅크로 바뀐 후 코리아텐더에 넘어갔다가 다시 2003년 KTF에 의해 부산에 정착되었다.
각각 수원, 청주에 연고를 두고 있던 삼성과 SK는 동시에 최대 시장인 서울로 연고지를 옮겼으며 인천 전자랜드와 안양 한국인삼공사는 체육관 문제로 다른 시에 있는 시설을 사용하였지만 연고지명은 변경되지 않았다.
<사진출처: 경기신문, 오리온스 이전 합의>그러나 ‘고양 오리온스’의 연고지 이전은 앞선 7번의 사례와 다르게 해석된다.
대구는 삼성 야구단은 물론 프로축구의 대구 F.C를 연고지로 두고 있는데 동양오리온스는 최근 4 번의
시즌에서 하위 성적에 머물며 대구 홈 팬들의 성원에 미치지지 못하였고 성적부진과 함께 시만들의
인기몰이에 실패했다는 원인도 크게 작용하였다. 그렇다면 1997년부터 15년 동안 이어오던 대구지역의 팬들을 뒤로한 구단의 연고지 이전은 무엇을 위한 결정이었을까?
KBL 규정에 따르면 ‘구단의 본거지 변경은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고 되어 있는데,
연고지 이전이란 이렇게 리그의 역사가 짧고 저변이 약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농구는 프로출범이래 15년이 흘렀지만 축구, 야구, 배구에 비하여 짧은 역사가 연고지 이전 사례로 나타나는 것이다. 또한 2001년에는 서울로 두 팀이 입성하면서 한꺼번에 네 팀이 연고지를 이전하며 팬들을 혼동하게 했다.
하지만 이러한 불가피한 상황에서도 오리온스는 대구에서 다른 구단에 비해 유일하게 팬들과의 두터운 신뢰로 연고지를 지킨 구단이었다. 적은 수의 팬이어도 대구시와 대구팬들의 애정을 기울였던 팬의 입장에서는 아직도 섭섭함이 크게 남아있었다.
<사진출처: 오리온스 홈페이지>
팬이 없는 스포츠를 생각할수도 없듯이 연고지 이전 단계에서 고려해야 할 중요한 사항들이 몇 가지가 있다. 우선, ‘연고지’라는 의미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앞서 말하였듯이 국내 프로스포츠의 이전은 프로농구가 가장 많고 축구, 야구, 배구 그리고 다른 종목은 경우가 흔치 않다. 이는 다시 말하자면 프로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인구가 서울과 수도권으로 몰려있기 때문에 지역 연고제의 의미가 크지 않다는 것에 있다. 그러므로 오히려 오리온스가 대구에서 보여준 과거의 연패 행진과 지역밀착 팬의 확보는 연고지의 의미가 장착되어 있지 않은 국내 프로스포츠 리그에서의 성공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었다.
그 이유는 팀의 성적부진에도 꾸준히 대구 팬들은 체육관을 찾았고 관중 동원 5위를 기록할 만큼 팬들은 구단을 성원하고 지지했기 때문이다. 또한 대구시는 대구실내체육관을 개·보수하고 사용료 인하와 배려를 보내왔었다.하지만 지속되는 성적부진과 적극적인 고양시의 합의 의사로 팬을 확장하고 꾸준한 시장을 확보 할 수 있다고 판단한 오리온스는 결국 연고지이전을 택하였다.
다음으로는 이전 합의 과정에 대한 사항이다.
오리온스와 고양시는 연고지 이전단계에서 대구시와 대구팬을 무시하는 등의 태도를 보였다고 밝혀진 바 있다. 사실 북미, 유럽의 시각으로 바라보았을 때 연고지 이전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그 이유는 지역에서의 밀착관계의 중요성 때문인데, 오리온스가 대구에 연고를 둔 기간 동안 팬의 확보와 성적부진으로 인기몰이에 실패했기 때문에 연고지 이전에 합의를 한 것이라 사료된다.
하지만 연고지 이전을 추진한 뒤 홈페이지에 달랑 ‘안녕히 계십시오’라는 팝업창으로 지역밀착관계에 있는 그동안 아껴준 팬들에 대한 배려를 신중히 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듣고 있다.
◎다른 종목에서의 연고지 이전 사례
프로야구
연고지라는 의미를 가장 잘 띄고 있는 프로야구에서는 출범이래 30년간 연고지 변경이 단 두 차례에 불과하다. 1985년 OB베어스가 충청·대전을 떠나 서울로 이전한 사례와 넥센 히어로즈의 전신인 현대가 서울로 이전하려다가 잠시 수원에 연고를 두었다가 결국 다시 서울로 이전한 사례다. 2000년에는 인천의 SK가 전북의 쌍방울을 흡수하였는데 연고지이전에 관련한 논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프로축구의 연고지 이전사례>
연고지 이전 사례를 살펴본다면 성공과 실패로 나뉘는 것도 있고, 오리온스와 같이 단정 짓기에 아직
이른 사례도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프로스포츠 구단 특성상 모기업의 명칭이 변경되거나 연고지가 바뀌는 경우가 많다. 모기업의 적자에도 불구하고 홍보수단과 사회환원, 가치 상승등의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 프로스포츠리그는 짧은 역사를 지녔지만 연고지라는 의미가 지역과 구단의 정체성을 위해서라도 필요한 시점이다
. 그러므로 프로스포츠에서의 연고지 이전을자제하고 ‘팬을 버리고’ 팀을 사랑하는 이들이 등 돌리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또한 프로스포츠에서의 연고지 이전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기존 지역에 대한 성의와 배려가 있어야 실패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마지막으로 이제는 ‘마케팅과 이동비용 절감’보다 지역 연고에 대한 의미와 인식을 갖출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하고 연고지의 밀착 팬을 확보할 시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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