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김상훈 (대한선수트레이너협회 사무국장)
얼음만큼 다양하게 활용되는 물질도 흔하지 않을 것이다. 더운 여름철에는 갈증해소를 위한 시원한 음료로써 혹은 차가운 음식의 맛을 더욱 빛내는 식재료로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무더운 여름철 발한으로 손실된 수분보충을 위해 얼음을 가득 채운 아이스박스에 보관된 시원한 생수와 음료는 갈증을 해소하고 신속한 수분공급을 위해 준비되어 질 수 있다.
스포츠에서 얼음의 용도는 음용의 용이성과 체내흡수 속도를 증가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음료제공의 한 가지 수단에 그치지 않고 스포츠 상해의 응급처치와 근골격계 피로회복에 아주 강력한 효과를 제공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 효용성을 가볍게 보고 적극적인 활용을 못하고 있다. 스포츠에서 빈발하는 각종 근골격계 손상의 응급처치 원칙이 RICE로 요약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며 휴식 혹은 안정으로 표현되는 Rest, 얼음 찜질 또는 냉처치를 일컫는 Icing, 상해부위를 압박하여 지혈과 부종감소 효과를 꾀하는 Compression 그리고 손상된 부위를 높게 하는 Elevation이 있지만, 이 중에 만약 가장 중요한 한 가지만 꼽으라면 필자는 주저 없이 얼음찜질(Icing) 이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안정(R), 압박(C), 거상(E) 등 다른 알파벳으로 표현되는 요소들도 중요한 의미를 갖지만 얼음이 가장 중요한 효과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손상 직후의 얼음찜질은 상해 조직의 대사를 감소시켜 염증과 부종을 가라앉히고 통증을 완화시키는데 그 효과가 탁월하다. 거의 대부분의 근골격계 상해는 조직손상과 함께 부종을 동반하는 것이 일반적인 증상인데 상해 정도에 따라 보존적인 치료를 적용할 것인지, 수술을 할 것인지는 의료진의 몫이지만 치료 방법을 불문하고 붓기를 감소시키는 것은 치료과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경우에 따라 석고 또는 딱딱한 재질의 보조기로 상해 부위를 고정할 경우에도 부종이 지속되는 상태에서는 불가능하며 정형외과적 수술이 필요한 경우에도 부종이 감소되어야 수술이 용이하며 예후도 더욱 좋다.
또한 운동 후 근골격계의 미세한 조직손상과 피로회복에도 차가운 찜질은 충분한 효과를 발휘한다. 특정 부위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스포츠, 예를 들어 어깨 관절을 반복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야구의 투수, 배구 공격수, 핸드볼 선수 등은 한 쪽 어깨를 수없이 사용하게 되는데 훈련이나 경기 후 또는 작전타임, 휴식 시간 등에 얼음주머니를 이용하여 어깨부위를 차갑게 하는 것으로 근육과 관절의 피로 축적을 감소시키고 회복시간을 단축시키는데 도움을 준다. 실제로 프로야구에서 한 이닝을 전력투구하고 난 뒤 덕아웃에서 어깨에 둥그런 얼음주머니를 얹어 놓고 다음 이닝을 준비하는 투수를 보는 일은 어렵지 않다. 프로야구 초창기에 원정을 하는 팀의 선수트레이너(AT; Athletic Trainer)가 경기장 도착 후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의 하나가 지금은 쉽게 찾기 힘들어진 얼음가게를 찾아 큰 덩어리의 얼음을 자전거에 싣고와 덕아웃에서 얼음을 잘게 부수는 일이었다고 한다.
이처럼 운동을 전문적으로 실시하는 스포츠팀이나 훈련장에는 얼음이 준비되어 있어야 하며 스포츠 손상 후 재활 훈련을 하는 재활스포츠센터 등에서 제빙기는 필수장비로 설치되어 있다. 제빙기 중에서도 사각얼음이 아닌 빙수에 사용하는 얼음과 같이 잘게 분쇄되어 나오는 슬라이스 된 얼음을 제공하는 제빙기가 활용에 더욱 편리하다. 슬라이스 된 얼음의 경우 비닐백에 담아 관절의 모양에 맞게 적용하기가 사각얼음보다 더욱 용이하기 때문이다. 제빙기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학교나 체육관과 같이 많은 사람이 스포츠에 참여하는 곳 또는 가정에서는 냉장고 속의 얼음을 활용하면 된다. 냉동실에 얼려둔 사각얼음을 주방용 비닐백에 넣은 후 입을 비닐백 입구에 밀착하여 비닐백에 포함된 공기를 흡입하여 진공상태와 같이 만든 후 적용하면 되고, 지퍼가 달린 비닐백에 깨끗한 물을 넣어 널빤지와 같이 주머니를 눕혀서 냉동실에 얼려 두었다가 사용이 필요할 때에 바닥에 가볍게 던져 얼음을 조각내 사용한다면 어깨나 무릎과 같이 둥근 모양을 하고 있는 관절주위에 적용하기 쉬울 것이다. 또 다른 방법으로 종이컵에 물을 부어 나무젓가락을 꽂아 얼려두어 사용한다면 나무젓가락을 손잡이로 활용하여 사용이 더욱 편리해질 것이다.
얼음을 적용하는 적정 시간에 대해 많은 학자들이 의견을 제시하고 있으나 매 1~2시간 마다 15분에서 20분 정도 적용하면 부작용을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보고되고 있다. 얼음의 이와 같은 효용성에도 불구하고 국소조직의 순환장애를 갖고 있는 경우(Raynaud's Phenomenon, 말초혈관장애) 또는 한랭 알레르기(Cold allergy)가 있는 경우 적용해서는 안되는 절대 금기증상으로 구분되니 주의가 필요하다.
(사진출처: google.com)필자가 출강하는 체육대학 중 체육관에 얼음을 생산하는 제빙기를 갖추고 있는 곳이 몇 군데 있다.
대부분 학생들이 음료를 차갑게 하여 음용할 용도로 활용하고 있지만, 운동 후나 상해 시 응급처치용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비닐백과 함께 비치되어 얼음주머니로서도 활용되어 건강하게 운동을 즐기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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