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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체육이야기/[ 전문체육 ]

스포츠 폭력과 요가의 비폭력

 



 
                                                                                           
                                                                                             글/김량희 (전남대학교 외래강사)



근대화 과정을 겪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삶의 생활수준 변화가 생기면서 특별한 신체활동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 따라서 직업적인 신체활동 뿐 아니라 취미활동을 통해서도 스포츠는 현대 생활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며 인간 삶의 일부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스포츠는 현대인의 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가치 있는 삶의 하나로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스포츠가 일반화되고 인류 생활의 큰 틀 안에서 중요한 위치를 갖을수록 그에 따른 부정적 요소들이 눈에 띠게 드러나고 있으며 스포츠 폭력은 그 부정적 요소들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스포츠 폭력은 선수들 간에 빈번히 일어나고 있을 뿐 아니라 선수들을 다루는 감독이나 코치들에 의해서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지난 1023일 부산 사직 구장에서 일어난 관람객들의 난투극에서처럼 경기를 관람하는 관중들의 집단 폭력도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스포츠에는 여가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요소로써 유희의 개념과 더불어 경쟁의 개념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에 경쟁을 통해서 자칫 폭력이 일어나기 쉽다고 이해할 수 있다.그러나 폭력의 문제는 인류의 삶에 있어 어떤 핑계가 있더라도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문제로서 스포츠 안에서 일어나는 폭력을 통해 폭력 당사자들의 문제가 제기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 경기에 관심을 갖고 있는 청소년들에게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폭력은 그 모방성과 전염성이 매우 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육적 차원에서조차 폭력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체벌을 금기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학에 의하면 체벌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어린이들은 폭력이 내면화되고 상습화되어 그것에 대한 저항력을 잃게 될 뿐 아니라 심지어는 폭력에 굴종하게 되며 결국 가해의 쾌감을 쉽게 느끼게 되기 때문에 가해자가 되기 쉽다고 한다.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경기 막판 우리은행 김은경(오른쪽)3년 후배인 국민은행 김수연의 얼굴을 때린 직후 서로 쳐다보고 있다

이러한 폭력의 문제가 대두되는 현실에서 우리가 폭력에 대한 반대 개념인 비폭력에 대한 생각을 하게하는 요가의 계율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물론 요가는 유희나 경쟁의 개념을 내포한 스포츠라고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 들어오면서 많은 인구가 요가 아사나 수련을 하고 있으며 지금은 요가 아사나 수행이 사회체육의 한 분야로서 받아들여지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요가에서 제시하는 여러 가지 개념들을 살펴봄으로써 요가를 수련하는 현대인들의 삶에 필요한 요소들의 의미를 더욱 깊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요가는 아사나를 수련하는 것 뿐 아니라 삶에 필요한 계율들을 지키도록 제시하고 있다. 정통요가 경전인 요가수트라에는 그 계율들이 10가지 제시되어 있는데 그 중 5가지는 금할 것들(禁戒)이고 나머지 5가지는 권장하는 사항(勸戒)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금계의 내용 중에 맨 처음 비폭력이 나온다.

비폭력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간디가 주창했던 비폭력이고 그것은 200년간 영국의 침략 하에 식민지가 되어 살아가는 인도인들을 영국에서 해방시킨 가장 위대한 슬로건이자 덕목이었다. 그런데 여기에서 우리는 의문을 갖게 된다. 총 칼을 들고 인도를 200년이나 장악한 영국을 비폭력으로 어떻게 돌려보낼 수 있었는가 이다. 어쩌면 우리는 그 내용을 이해함으로써 요가의 계율인 비폭력을 제대로 이해하게 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요가의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물질적 몸이나 물질적 몸의 움직임의 개념으로는 그 의미를 파악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요가의 내용은 물질적 차원 뿐 아니라 정신적 차원을 아우르는 전체적인 에너지 차원으로 이해해야 한다.

요가에서 제시하는 폭력의 의미는 나 이외의 존재에게 고통을 가하는 것 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고통을 주는 것까지 포함한다. 고통을 주는 모든 행위와 언어 뿐 아니라 분노와 탐욕 번뇌 또는 집착과 같은 사념들 또한 폭력의 한 형태라는 것이다. 따라서 그런 에너지들까지 다 사라진 형태의 비폭력 에너지를 지니게 되면 자신의 에너지를 넘어 다른 존재들에게까지 투사되어, 맹수 같은 존재들까지도 비폭력 에너지를 지닌 존재에게는 전혀 그 적의를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비폭력의 힘으로 맹수 같은 영국의 총칼이 인도에서 멀어지게 하였고 드디어 인도는 영국에서 독립할 수 있는 기반이 생겨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은 마치 고도의 수행을 이룬 자들이 호랑이를 타고 다녔다는 우리나라 전설과도 같은 이야기와 상통하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요가에서 제시하는 비폭력의 의미를 되새겨 볼 때 현재의 스포츠계에서 일어나는 폭력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폭력을 제지하는 규칙이나 상벌의 강화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스포츠 관계자 내면의 분노와 탐욕과 번뇌 그리고 집착과 같은 사념 등을 다스릴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가장 기본적인 철학적 요소가 스포츠계에 뿌리내려야 할 것이다.

경쟁을 위주로 하는 스포츠계에서 폭력에 대한 주의와 경각심만으로는 폭력을 근절할 수 없을 것이며 그 경쟁의 의미를 더 높은 차원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비폭력을 유발하는 명상적이고 유연한 수련을 가미하는 철학적 바탕을 이루어 냄으로써 앞으로 스포츠계가 더욱 품격이 높아지고 평화로운 스포츠로써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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