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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체육이야기/[ 전문체육 ]

스포츠에서의 탁월성 - 아레테

 



                                                                                         
                                                                                          글/박현애 (이화여자대학교 강사)

간혹 스포츠의 명장면을 모아놓은 영상물을 접하곤 한다. 선수의 경이로운 움직임, 주변 선수의 방어에 대처하여 행하는 명석한 퍼포먼스 등을 보면 심장박동이 빨라진다. 이는 스포츠에서 느낄 수 있는 탁월성에서 오는 일종의 쾌감이다. 스포츠를 보는 데에는 많은 이유들이 있겠지만, 선수의 탁월성은
그 중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

탁월성은 아레테(areté)를 의미하는데 aritos(excellent, best)와 뜻을 같이한다. 이는 우수성을 의미하며, 타인과의 비교를 통한 우월함이 아니라 자신의 고유한 기능이나 독특한 특징이 기능적으로 잘 수행되었다는 것을 말한다. , 이레테란 인간의 우수성과 뛰어남을 일컫는다. 물론 탁월성은 인간의 완벽하려는 욕구에서 기인한다. 그러한 욕구가 발휘되면 우리는 깊은 감동을 받게 된다. 벤쿠버 동계올림픽에서의 김연아에 열광하고 감동을 받는 것도 라이벌 선수와의 대결에서 승리했다는 것보다 완벽한 퍼포먼스로 완전한 경기를 하였기 때문이다. 김연아 퍼포먼스에서 인간의 우수성과 뛰어남을 느꼈다는 것이다. 이는 음악과 김연아의 퍼포먼스, 그리고 기술적 탁월함 모두 최상의 효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스포츠에서 탁월성을 얻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단순히 우월한 기록이나 퍼포먼스가 아레테가 되지는 않는다. 과거 기록이나 수행에의 끊임없는 도전, 그리고 새로운 수행방법의 시도, 그 선수를 말해주는 독특한 플레이, 완벽함에 가까운 완전한 경기 등의 수행이 이루어졌을 때, 우리는 스포츠에서 깊은 감동을 얻게 된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의 장미란의 경우 자신이 목표한 금메달에의 성과를 얻고도 세계기록에 도전하는 모습으로 스포츠의 정신을 보여주었고, 90년대 중반 마이클 조던(Michael Jordan)의 이중 점프는 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수행 방식으로 기능의 탁월성은 물론 스포츠의 아레테를 느끼게 해주는 수행이었다. 또한 차범근의 경우 탁월한 수행능력과 페어플레이 정신에 입각한 반칙 없는 플레이로 아직까지 회자되며, 1976년 코마네치(Nadia Comaneci)2010년 김연아가 보여준 완벽에 가까운 연기는 스포츠의 아레테를 느끼기에 충분한 사례가 된다. 이러한 일례들은 당시 그 수행을 지켜보았던 감상자들에게 잊혀지지 않을 스포츠 명장면으로 가슴에 새겨진다.
결국 감동적인 스포츠로 이끌어가는 견인차 역할을 하는 것이 스포츠의 아레테인 것이다.

그렇다면 아레테가 발휘될 수 있는 스포츠 수행의 방향은 무엇일까.

                         기록에의 도전이 아닌 수행에의 도전으로 바뀌어야한다.

탁월성에 도달하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탁월한 수행능력이지만, 기록에의 도전이 가지는 한계는 분명히 존재한다. 우리는 올해의 득점왕보다 감동적인 수행을 하는 선수를 오래 기억한다. 이는 선수들이 훌륭한 선수가 되기 위해 기록제조기가 아닌 전설이나 신화로 남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해야하는 이유이다.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수행 내용에 집중해야 한다.

아레테가 발휘되기 위해서는 이야기가 있는 스포츠가 되어야 한다.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으로 영화화되고 깊은 감동으로 남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 여자핸드볼 팀의 경기는 수많은 이야기를 가지고 전설이 되었다. 스포츠 영화가 갖는 진부한 스토리라인에도 불구하고 금메달이 아닌 은메달리스트에 집중하는 이유는 불굴의 의지와 선수들의 노력이 경기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성과주의가 아닌 스포츠 본질을 찾아가야 한다.

스포츠는 순수함이 살아있는 거의 유일한 현대 사회의 산물이다. 배금주의, 부패, 비리가 만연한 현대 사회에서 스포츠는 아직까지 그 순수함을 잃지 않고 인간의 긍정적 본성을 보여줄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또 이를 통해 많은 이들이 스포츠에 감동한다. 이는 스포츠의 본질이 스포츠 정신에 입각하여 있으며 엄격한 규칙을 준수함을 기초로 하기 때문이다. 최근 K리그의 승부조작이나 쇼트트랙 선수와 협회의 담합과 같은 변질된 모습으로 안타까움을 주고 있기는 하나, 아직까지 상당부분 스포츠만이 갖는 순수함이 건재하고 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탁월성을 볼 줄 아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

승부에 집착하여 승리만이 전부라는 생각을 차치하기 위해서는 보는 이들이 진정한 승부를 가릴 줄 아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 학자들이 말하는 스포츠의 특성 중 하나로 알레아(aléa)를 든다. 이는 스포츠의 결과는 불확정적이라는 것이다. 모든 승리자들이 다른 패배자들보다 더 많은 노력을 했거나 탁월한 능력을 가진 것은 아니다. 또한 스포츠의 묘미 중 하나는 경기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우월한 전적을 가지고 있는 팀이 의외의 패배를 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스포츠경기의 감상자가 결과보다 좋은 경기내용에 집중할 수 있는 안목을 기른다면 스포츠의 묘미를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를 통해서 스포츠의 아레테에 근접할 수 있다.

스포츠는 현대사회의 중요한 문화적 소산이다. 현대인을 우매하게 만드는 3S(screen, sport, sex)로 불명예를 안고 있기도 하지만, 스포츠의 본질이 지켜지고 운영되었을 때, 깊은 감동을 얻을 수 있는 하나의 현대 문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스포츠의 탁월성, 아레테가 발휘될 수 있도록 스포츠 문화가 변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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