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오화석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지난 8월 27일부터 9월 4일까지 가장 빨리, 가장 멀리, 가장 높게 나는 육상선수들의 치열한 경쟁과 승부의 세계가 대구를 뜨겁게 달구고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시합에 참여한 선수들의 경쟁 못지 않게 경기장 밖에서는 글로벌 기업들의 홍보 열기 또한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그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었다.
필자는 2010년 7월부터 8월까지 대구세계육상선수권 대회 조직위원회의 인턴으로 사업부 사업팀에서 법적 자문을 담당한 바 있다.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었다는 보람을 품에 안고 대회 4일차에 대구를 향해 몸을 실었다.
미녀새라 일컫는 옐레나 이신바예바가 출전하는 여자 장대높이뛰기 결승이 있던 8월30일, 경기시작 2시간 전부터 31도를 오르내리는 고온과 습한 날씨 그리고 작렬하는 태양빛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미 대구스타디움은 입장을 기다리며 후원사 홍보부스를 포함한 다채로운 행사에 참여하느라 수많은 관람객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이들 사이를 비집고 단속하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있었으니, 바로 조직위원회의
매복마케팅 단속 전담반이다.
필자가 만났던 그 시각에도 정치적 구호가 담긴 선전물을 나누어주는 경우 해당 선전물을 수거하고,
사전 허가없이 특정단체를 홍보하는 옷을 입고 홍보활동을 하는 일련의 무리들을 정중하게 돌려보내고 있었다.
매복마케팅이란 ‘어떤 스폰서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광고주와 자신을 연결하여 특정 이벤트에 활용하는 마케팅 전략’으로 알려져 있다. (http://en.wikipedia.org/wiki/Ambush_marketing)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같은 초대형 국제스포츠이벤트의 경우, 국제경기연맹과 유치 조직위원회는 후원사가 자사상품에 대회휘장을 독점적으로 사용할 권리를 부여하는 대신 재정적후원을 받게 된다. 막대한 금액의 스폰서 비용에 부담을 느끼거나 적은 비용으로 더 효과적인 마케팅활동을 수행하려는 일부 기업들은 국제 스포츠이벤트의 이미지를 활용하면서, 이러한 독점후원계약없이 비슷한 문구를 사용하여 소비자로 하여금, 스포츠이벤트의 이미지와 자사상품의 이미지를 연결함으로서 효과를 보려는 시도를 한다. 이는 마치 전장에서 ‘매복’ 하면서 승리의 기회를 엿보는 것과 유사해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매복마케팅을 방지하는 법적근거가 무엇인지 살펴보기로 하자.
법이 적용되는 선후관계에 있어, 일반법과 특별법이 병존하는 경우, 특별법이 우선하는 원칙에 따라 우선적으로 살펴볼 법은 바로,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2014인천아시아경기대회 및 2015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지원법 (이하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지원법이라 칭한다) 이다.
이 법 제5장(휘장 및 유사명칭의 사용금지) 에서는,
제31조(대회 휘장 등의 사용) 조직위원회가 지정한 휘장·마스코트 또는 이와 비슷한 것으로 대회를 상징하는 것을 상품 등에 표시하거나 광고, 그 밖에 영리를 목적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자는 조직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다만, 「상표법」 및 「디자인보호법」에 따라 등록된 권리자가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32조(유사명칭의 사용금지) 조직위원회가 아닌 자는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조직위원회", "2014인천아시아경기대회조직위원회" 및 "2015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조직위원회" 또는 이와 비슷한 명칭을 사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개정 2010.1.27>
제33조(벌칙 적용에서의 공무원 의제) 조직위원회의 임직원과 제16조제1항에 따라 법인 또는 단체로부터 조직위원회에 파견된 임직원은 「형법」 제129조부터 제132조까지의 규정에 따른 벌칙의 적용에서는 공무원으로 본다.
을 두고 있다. 이 조항에 위반된 행위에 대해서는, 연이어 지원법 제6장에서 다음과 같은 두가지의 벌칙조항을 두고 있다.
제34조(벌칙) 제31조를 위반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35조(과태료) ① 제32조를 위반한 자에게는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② 제1항에 따른 과태료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부과·징수한다. <개정 2008.2.29>
현재 스타디움 북편에 위치한 조직위원회안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매복마케팅단속전담반에는 단순히 조직위원회 소속 근무자만 속해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10년 창설된 특허청 산하 특별사법경찰대에서도 힘을 보태고 있다. 경찰이라는 직역이 가지는 공권력의 이미지를 볼 때 아무나 경찰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게 해서는 안된다. 질서유지를 위해 시민의 기본권을 최소한으로 제한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별사법경찰의 활동에 대한 명시적인 법적근거가 필요하고 그 근거는 우선 2010년 1월 1일자로 시행된 형사소송법 197조에서 찾을 수 있다.
제197조 (특별사법경찰관리) 삼림, 해사, 전매, 세무, 군수사기관 기타 특별한 사항에 관하여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행할 자와 그 직무의 범위는 법률로써 정한다.
위의 197조에서와 같이 그 직무의 범위를 법률로 정하기 위하여, 2011년 7월 20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이 마련되어 있다.
이법 제5조 제38호에서는 직무를 수행할 자를 아래와 같이 정하고 있고,
5조(검사장의 지명에 의한 사법경찰관리) 다음 각 호에 규정된 자로서 그 소속 관서의 장의 제청에 의하여 그 근무지를 관할하는 지방검찰청검사장이 지명한 자 중 7급 이상의 국가공무원 또는 지방공무원 및 소방위 또는 지방소방위 이상의 소방공무원은 사법경찰관의 직무를, 8급·9급의 국가공무원 또는 지방공무원 및 소방장 또는 지방소방장 이하의 소방공무원은 사법경찰리의 직무를 수행한다. <개정 2010.1.18, 2010.5.4>
38. 특허청, 특별시·광역시·도 및 시·군·구에 근무하며 부정경쟁행위, 상표권 및 전용사용권 침해에 관한 단속 사무에 종사하는 4급부터 9급까지의 국가공무원 및 지방공무원
같은 법 제6조 35호에서는 직무범위와 수사관할을 다음과 같이 명시하고 있다.
35. 제5조제38호에 규정된 자의 경우에는 소속 관서 관할 구역에서 발생하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같은 법 제2조제1호가목의 부정경쟁행위에 관한 범죄와 「상표법」에 규정된 상표권 또는 전용사용권 침해에 관한 범죄
이외에도 조직협정서(EOA) 상 유치 조직위원회가 준수해야 할 개별 의무가 규정되고 있는데, 정치적 메시지가 담긴 선전활동은 스포츠의 순수성을 저해하기 때문에 금지하는 조항이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스타디움 옆 현재 IBC 로 사용되고 있는 지하 쇼핑공간에 IAAF 공식후원사의 물품 종류와 동일한 종류의 업종을 취급하는 매장이 대회기간중 개점할 수 없는 점은 조직협정서와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지원법에 따른 조치로 볼 수 있다.
이처럼 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조직협정서의 의무를 준수하고 이를 이행하기 위하여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지원법과 국내 관계 법률을 통해 촘촘하고 세심하게 법을 적용하고 집행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덧붙이자면, 이번 대회에 IAAF의 글로벌 파트너사 혹은 글로벌 공급사로 참여하고 있는 국내기업들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성공적개최를 통해 국내외 인지도을 높여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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