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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호기자

영문도 모르고 영문기자? 영문기자로 살아가는 법 글/유지호(연합뉴스 영문뉴스부 스포츠담당) 필자가 그간 ‘스포츠 둥지’에 올린 글은 훈시에 가까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 고지식한 기자의 취재 철학에 대해선 익히 아시리라 믿고 이번 기회에는 좀더 개인적인 취재 경험이나 필자가 일하는 환경에 대한 얘기를 나눌 까 한다.아래 약력에서 보시다시피 필자는 영어로 기사를 쓰는 기자다. 여러분들께서 인터넷이나 지면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한글 매체와는 업무 여건과 환경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필자의 경험이 조금 새롭게 다가 오지 않을 까 하는 생각에 몇 자 적어 보겠다. 고등학교 시절 운 좋게 캐나다로 유학을 떠날 기회가 생겨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토론토에서 마치고 군 복무를 위해 귀국했다가 전역 후 영자 신문사에 취직했다. 그리고 작년 여름 현 직장으로 옮겨.. 더보기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멀리 하기엔 너무 가까운! 글/유지호(연합뉴스, 영문뉴스부 스포츠 담당) 기자들은 본인 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을 상대할 경우가 많다. 20대 중반에 기자생활을 시작한 필자는 한 때 이 부분에 어려움을 겪었다. 산업부와 경제부 담당 시절 취재 대상 대부분은 기업이나 은행 임원들이었는데 아버지 뻘 정도 되는 사람들을 쪼아가며 (?) 이것 저것 캐내는 것이 초년 기자한테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기자들은 “기자보다 높은 사람은 없다”고 교육을 받는다. (적어도 필자의 첫 직장에서는 그랬다.) 독자의 알 권리를 위해서라면 기업 사장이던 정부부처 장관이던 강하게 밀어부처야 한다는 거였다. 그 때문에 기자들 사이에선 고참 기자를 “님”자가 빠진 그냥 “선배”라고 부르는 게 관행이다. 밖에 나가서 나이 많은 취재원에게 예의는 지키되 “님.. 더보기
기자석과 관중석의 차이는? 글/유지호 (연합뉴스 영문뉴스부 스포츠담당) 기사만 안 쓰면 기자는 참 좋은 직업이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각종 스포츠 경기를 취재증만 있으면 무료로 볼 수 있고 일 한다는 구실로 유명 선수들을 만날 수 있는 스포츠 기자는 특히 그런 것 같다. 스포츠 팬으로 자라온 필자 역시 여러 종목의 경기를 현장에서, 그것도 경기 전체가 가장 잘 보이는 기자석에서 보는 것을 큰 특권으로 여긴다. 덕분에 스포츠를 좋아하는 친구들부터 부러움을 사기도 한다. 물론 이런 특권에는 책임감도 수반된다. 자고로 기자는 객관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보도해야 한다고 하지 않던가. 승자와 패자가 분명히 엇갈리는 스포츠 보도에서 객관성을 유지하는 게 그리 어렵겠냐는 의견도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대부분 스포츠 기자들은 필자와 같이 어릴 .. 더보기
대구 세계육상선수권 공동취재구역에서 생각해 본 언론과 스포츠와의 관계 글/ 유지호 (연합뉴스 영문뉴스부 스포츠) 믹스트 존 (mixed zone). 말 그대로 이것 저것 ‘뒤 섞이는’ 공간이다. ‘공동취재구역’이라고도 불리는 이 곳에서 경기를 마친 선수들이 취재진이 ‘뒤 섞이게’ 된다. 경기 후 보통 공식기자회견 자리가 마련되지만 막 경기를 끝내 흥분이 채 가라앉지 않은 선수들의 땀냄새를 직접 느끼며 보다 생생한 얘기를 듣는 데는 믹스트 존 만한 곳이 없다. 필자는 8월말 대구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을 취재했다. 그 동안 여러 믹스트 존을 다녀봤지만 대구스타디움에서의 경험은 그 규모나 취재원의 다양성에 있어서 매우 색다른 것이었다. 여느 믹스트 존과 마찬가지로 대구에서의 취재구역 역시 선수들이 라커룸으로 향하는 길에 자리를 잡았다. 다시 말하면 선수들이 라커로 가려면 믹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