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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스포츠와 TV중계의 숨겨진 진실

                                                                                                                글 / 박문성 (SBS 해설위원)


TV와 프로스포츠는 공존공생의 관계다.
방송국은 프로스포츠 중계로 채널 이미지를 강화하고 시청률을 끌어올려 광고 판매 등 수입을 확대하며,
프로스포츠는 콘텐츠 제공 대가로 중계권료를 받아 구단과 리그 운영에 활용한다.


프로스포츠의 수입 중 TV 중계권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 않다.
종목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전체 수입 중 30~50% 정도가 TV 중계권료로 알려져 있다.
축구의 경우 구단의 수익 구조 중 이적료 등의 비경상수지를 제외한 경상수지는 크게 3가지로 나뉜다.
관중 수입, TV중계권료, 관련 상품과 서비스 판매 등을 통한 상품화 수입이다.
3가지 수익 구조는 팬의 확보와 소통을 기본 동력으로 한다.
관중, TV중계, 상품화 수입 모두 팬을 그 근간으로 한다. 팬 없는 프로스포츠는 불가능하며,
수익과 시장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팬과 프로스포츠를 연결하는 통로가 신문과 인터넷, 방송 등 미디어다.
프로스포츠의 소비계층을 확대재생산하는 일이다.
언론이 프로스포츠의 흥망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미디어는 구단의 성격이나 스포츠 전체 지형에 변화를 추동하기도 한다.

축구 구단은 마케팅 측면에서 커뮤니티, 로컬, 글로벌 클럽으로 나뉜다.
커뮤니티 클럽은 연고지역 내에서 두터운 팬 층을 확보하고 있는 지역 구단,
로컬 클럽은 해당 국가 내에서 고른 팬 층을 두고 있는 전국구, 글로벌 클럽은 전 세계적으로
폭 넓은 지지자를 보유하고 있는 구단이다.

대표적인 글로벌 축구 클럽은 잉글랜드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등이다. 맨유나 레알 마드리드가 글로벌 클럽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엔 해당 클럽의 스타플레이어와 그들이 써왔고 써가는 감동적인 히스토리를
지구촌 구석구석에 타전한 미디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미디어의 영향력은 해당 종목의 규정 변화를 가져오기도 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축구의 골든골 제도가 그랬고 미식축구의 롱테이크, 농구의 쿼터제,
테니스의 타이 브레이크 등이 미디어의 요구에 따라 만들어진 대표적인 규정이다.

월드컵이 올림픽을 넘어서는 지구촌 최대 스포츠 이벤트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도
미디어의 위력 덕택
이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까지 1000억 원에 머물렀던 TV중계권료는 2002월드컵을 기점으로 폭등했다.

2002월드컵과 2006월드컵을 묶어 판매하는 방식이었는데 패키지 중계권료가 2조원으로 치솟았다.
대회당 중계권료가 10배 이상 급등한 천문학적인 금액이었다.
전 세계 방송국들이 월드컵 중계전쟁에 뛰어들었고 결과적으로 400억 명의 연인원 시청자를
TV 앞으로 불러 모았다.
세계 인구를 67억 명으로 했을 때 한 사람이 6회 이상 월드컵 경기를 관전한 셈이다.



FIFA(국제축구연맹)는 천문학적인 중계권료와 대회 관전 인구의 급등에 힘입어
공격적인 마케팅을 실시, 월드컵을 지구촌 최대 스포츠 이벤트
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박지성, 이청용 등의 진출로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도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다.
지구촌 곳곳에 중계되는 프리미어리그의 시즌당 TV 중계권료는 1조원이 넘는다.
한 경기 중계권료가 86억 원인 셈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액수다.
프리미어리그가 세계적인 스타플레이어들을 끌어 모으고 미국과 러시아 등지의 자본을
수급 받을 수 있었던 바탕엔 미디어의 영향력과 TV 중계권료의 폭등이 있었다.


자연스레 고민이 국내 프로축구인 K리그로 향한다.
K리그의 한 해 중계권료는 70억 원 안팎으로 프리미어리그 1경기 중계권료에도 미치지 못한다.
안타깝지만 시장 규모 등을 살필 때 직시할 현실이기도 하다.
또 한 세기 역사를 지닌 프리미어리그와 K리그를 직접 비교하는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꾸준한 성장을 도모할 비전과 계획의 유무다.


현실적으로 K리그의 미디어, 그중에서도 TV 중계와 관련된 당연한 문제는 노출 빈도의 확대다.
K리그를 보다 많은 소비자들에게 알릴 수 있도록 TV 중계 횟수를 늘려야 한다.
이러한 당위적 필요성을 현실로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치밀한 전략을 짜고 실행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우선은 지상파와 케이블 TV의 이원화 전략을 검토할 만하다.


지상파가 K리그를 포함한 특정 종목의 중계를 정기적으로 편성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시청률이 당장의 발목이지만 스포츠전문채널이 보편화된 오늘날 지상파의 스포츠중계를 강조할
명분과 근거가 약하다.
큰 틀에서 살피면 일상적인 리그 중계는 스포츠전문채널에서 맡고 챔피언결정전이나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은 지상파가 진행하는, 미국식의 이원화 전략이 현실적
이다.


이어지는 고민은 스포츠전문채널에서조차 K리그가 안정적으로 중계되지 못하고 있는 사실이다.
프로야구와 해외스포츠 콘텐츠에 밀려 노출 빈도가 줄어든 K리그다.
경기 시간대 조정 등의 말들이 오가고 있으나 근본 대책은 될 수 없다.
확실한 방법이야 K리그의 경쟁력을 끌어올려 방송 콘텐츠로서의 매력을 키우는 것이지만
단계적 접근이라는 현실적 방안을 세우지 않으면 근본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
공허한 메아리가 될 수 있음도 경계해야 한다.


프로스포츠의 노출, 중계와 관련해 눈길을 끄는 대목은 미디어 매체의 분화다.
신문과 방송으로 대표되던 미디어가 인터넷의 출현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은 것이다.
신문과 TV 중계도 지상파와 케이블 구도에서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IPTV,  DMB의 등장 등으로
급속한 변화를 맞고 있다.
실제 올 초 일본대표팀의 A매치가 TV가 아닌 돈을 지불하고 인터넷으로 중계를 시청하는
페이 퍼 뷰(Pay-per-view) 방식으로 이뤄져 일본 축구팬들은 315엔(4,870원)을 지불하고
바레인-일본전을 봐야 했다.


매체의 분화는 K리그 등 프로스포츠에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과 더불어
해당스포츠가 출현할 창구의 확대를 의미한다.
프로스포츠의 중계를 TV에만 의존하지 않아도 해당 종목의 운신의 폭이 그만큼 넓어진다는 것이다.
매체의 분화로 프로스포츠가 기획과 전략에 따라서는 중계와 관련한 매체와의 협상에서
주도권을 쥘 수도 있다.

K리그 측도 지상파 급속한 3사와 계약이 종료하는 올 연말을 전후해
인터넷 중계의 확대와 자체 중계 인프라 확보 등의 대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K리그의 선택이 다매체 시대에 진입한 국내 프로스포츠 중계 콘텐츠 시장에 새로운 방향타를
제시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들을 지켜보는 시선은 더욱 많아질 전망이다.
신문→라디오→TV→인터넷 등을 거쳐 다매체 시대로 접어든 오늘날 프로스포츠와 미디어가
새롭게 엮어나갈 파트너십은 한 동안 국내 프로스포츠 시장의 화두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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