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을환 (한국체육대학교 대학원 스포츠코칭 석사)
1. 홍석만 우사인 볼트를 만나다.
지구에 살고 있는 외계인이라도 그를 모르다면 우주간첩으로 신고해야할 것이다. 자, 그러면 ‘대한민국의 홍석만 선수를 아는가?’ 라고 묻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이다. (아마가 아니라 확실히)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가 누구인지 모를 것이다. 물론 텔레비전이나 여러 신문기사를 통해서 그의 얼굴이나 이름을 얼핏(?)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를 모른다고 해서 당신이 잘못된 것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바로 여기에서 필자는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만 하는 당위성이 생겼고, 어떻게 보면 그와 필자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감사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스포츠둥지 기사작성을 위해서 홍석만 선수를 만나기 전에 그의 이름을 인터넷 창(NAVER)에 검색을 해보았다.「홍석만은 대한민국의 휠체어 단거리 선수이다. 2008년 8월 11일 베이징 패럴림픽 T53 400m 경주에서 47.67초라는 세계 신기록을 세워 금메달을 땄다. 위키백과」또한 그는 T53 400m 뿐만 아니라 200m와 800m에서도 세계 신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그야 말로 우사인 볼트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대한민국 휠체어육상의 전설이라 할 수 있다. 그가 아테네와 베이징 패럴림픽에서 획득한 메달(금 3개, 은 1개, 동 3개)의 개수는 총 7개로 이 보다 더 대단한 기록을 남긴 선수는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며, 지금도 더 많은 기록을 향해 달리고 있는 오로지 그 만을 위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2. 홍석만 복병 T54 를 만나다.
그런데, 지난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그는 복병을 만났다고 한다. 바로 그의 장애등급이다. 그의 등급이 T53에서 T54로 변경되면서, T53 800m에서 땄던 그의 금메달은 박탈이 되었다. 이에 대한 기사들이 지난 광저우 장애인 아시안게임을 뜨겁게 달구었었다. 비록 우여곡절 끝에 다시 금메달을 되찾기는 했지만, 그는 이제 T54로 등급변경이 되면서 그의 행보는 엄청난 시련을 맞이하게 되었다.
* 장애인 선수들의 등급 관련 스포츠둥지 -글 한신대 한희창 교수 http://www.sportnest.kr/833
먼저 홍석만 선수가 경기하는 모습을 잠깐 보고 가도록 하자. 트랙을 달리는 그의 모습을 보지 않고서는 그를 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 동영상은 그가 T53으로 나선 마지막 경기였다.
* <대한장애인체육회 블로그> http://blog.naver.com/kosadblog/150098924880
위의 동영상에서 폭발적인 그의 스피드를 보았는가?
모든 스포츠 중에서도 육상 단거리야 말로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많은 관중(시청자들)의 시선을 한 곳으로 모으는 가장 숨막히는 운동이 아닐 수 없다. 트랙을 질주하는 선수와 함께 관중도 숨이 멎는다는 표현은 바로 이럴 때 하는 말이다. 그리고 그 안에 바로 홍석만 선수가 있고, 대한민국이 있다. 우리는 이렇게 뛰어난 육상선수를 가진 휠체어육상 강국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이 선수에게 너무나 무거운 짐(?)을 부과한 것은 아닐까? 물론 이러한 생각은 비단 필자만 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러면 과연 홍석만 선수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에게 다가가 보자.
3. 홍석만, 세 번의 만남
온.오프라인을 통해 총 세번을 만났는데 첫 번째 인터뷰는 점심식사와 커피타임을 가지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었고, 이후에 다시 한 차례 더 만나서 형식을 갖춰 보다 자세하게 기록 인터뷰를 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추가질문을 바탕으로 이메일 인터뷰를 한 차례 더 하게 되었다.
Q. 요즈음 어떻게 지내시나요?
홍석만: 아주 많이 바쁩니다. 현재는 제주도청에 소속되어서 훈련에 임하고 있구요. 또 공부를 하고 있어요. 뒤늦게 다시 하는 공부이다 보니 이것저것 할 것도 많고 해서 힘이 드는 게 사실인데요. 그래도 다시 배운다는 것이 저에게는 정말 큰 힘이 되고 재미있습니다.
- 그는 현재 제주도청에 소속된 실업팀 선수이다. 그리고 또한 국가대표선수이기도 하기 때문에 지금은 2012 런던 패럴림픽을 위해서 이천 장애인종합훈련원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자신만의 하루 운동량을 정해놓고 훈련을 하기 때문에 그 훈련을 모두 소화해내기 위해서 끊임없이 자신과 싸우면서 체력과 컨디션을 꾸준히 유지하려고 노력하는데 최선을 다한다고 한다.
(체육인재육성재단 정동구 이사장님 특강, 오른쪽 아래 두 번째 홍석만 선수)
또한 그는 지금 한국체육대학교 스포츠코칭과정 석사과정 1학기 대학원생으로 학업에 정진하고 있다. 이 과정을 통해서 보다 전문적인 지식 배우고 현장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더 쌓아서 대한민국 최고의 장애인스포츠지도자가 되기를 원하고 있다. 그는 장애인이 비장애인에게 견주어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는 미리 준비를 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더 열심히 해야만 한다고 말한다.
많은 장애인스포츠인들이 일자리가 없다고 아우성인데, 이는 기회가 와도 준비가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그 자리에 들어갈 수 없는 것이고, 또 들어갔다고 하더라도 오래 버텨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장애인스포츠후배들에게 당부하는 말로 늦었다고 하더라도 영어공부를 꼭 하라는 것이다. 운동을 하는 것처럼 꾸준히 노력을 하면 반드시 좋은 결과는 따라올 것이라고 경험을 통해서 이야기 한다. 이러한 그의 모습은 스포츠후배에게 항상 귀감이 된다. 인터뷰 하는 내내 필자도 그의 생각과 태도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Q. 2012 런던 패럴림픽을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준비하고 있으신지요?
홍석만: 우선 패럴림픽에 나가기 위해서는 기준 기록을 통과해야만 하는데요. 그러기 위해서는
국제대회에 나가서 좋은 성적을 받아야만 합니다. 아시는 것처럼 저는 광저우 장애인아시안 게임에서 T53에서 T54로 등급이 변경이 되었잖아요. 그래서 이제는 T54에 맞는 기준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 상당히 힘든 상황에 있습니다. 그래도 도전을 하려고 하는데요. 이번 달 말에 스위스에서 열리는 국제대회(IPC 승인대회)에 참가를 하려고요. 그리고 이제 저는 200m와 400m가 아닌 중장거리 종목이라고 할 수 있는 800m와 1500m로 전향을 했습니다. 그래야만 승산이 있거든요. 저 같은 경우에는 몸 상태에서 밀리기 때문에 이제는 노련미와 기술로 승부를 할 수밖에 없어요.
또한 단거리에 맞는 근육을 중장거리에 맞는 근육으로 바꾸고 있어요. 그리고 또 마라톤 쪽으로도 많이 노력하고 있는데, 이번 달에 서울에서 열리는 서울국제휠체어마라톤대회에도 참가를 하려고 합니다. 운동은 항상 꾸준히 하고 있는데, 이렇게 대회에 참가하는 게 실제로 세계적인 선수들과 부딪혀 보면서 서로의 실력도 견줘보고 또 실전감각도 찾고 정보도 얻는데 상당히 도움이 돼요.
- T53과 T54이란? 앞의 T는 트랙(Track)의 T이고, 뒤의 숫자 53과 54는 장애의 정도를 말한다. 53은 허리를 사용할 수 없는 선수들이고, 54는 허리를 사용할 수 있는 선수인데, 곧 장애가 심한 사람은 T53등급을 받고 이보다 장애가 경하면 T54 을 받는다. 소아마비 장애인인 홍석만 선수 같은 경우에는 절단장애인과 함께 경기를 해야만 하니 당연히 힘들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전략과 기술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중장거리로 전향을 하게 되었고, 실제로 그의 T54 800m 기록은 세계 8위권 정도라고 한다.
그는 예전부터 자신의 자비를 들여서 많은 국제대회에 참가를 해왔다고 한다. 제주도에서 신혼부부 가이드도 하고 컴퓨터 강사도 하고 이런 저런 일들을 하면서 힘들 게 번 돈으로 경기용휠체어구입과 대회참가에 모두 투자를 했다고 한다.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일하고 운동하면서 이 모든 것을 혼자서 이루어낸 것이다. 운동할 마땅한 장소가 없어서 도로를 달려야 할 때면 지나가던 개가 따라와서 그를 위협하기도 하고 또 지나가던 차에 여러 번 부딪혀서 부상을 당하기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그의 꿈을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은 바로 가장 정직한 운동이 휠체어육상이었고, 휠체어육상이 바로 자기 자신이었으며, 또 달릴 때 가장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아마 필자가 생각하건데, 그의 아내와 아들을 위해서 달려야 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하지만 그는 달릴 때는 아무생각을 안한다고 하니 그것이야 말로 스포츠에 있어서 가장 최고의 경지에 도달한 것이 아닐까 한다.
Q. 조금 민감한 문제이지만, 등급변경에 대해서 홍석만 선수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홍석만: 처음에는 황당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솔직히 크게 생각을 안해요. 원래 계획을 하고 있었던 종목변경에 있어 조금 일찍 다가왔다고 생각을 해요. 하지만 주변에서 이런저런 말들을 많이 하고 또 부정적인 말부터 시작해서 무수한 말들이 오가고 있는데요. 내게는 등급이라고 하는 것이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어요. 원래부터 저는 T53이었으니까요. 너무도 당연한 거였잖아요. T53으로 패럴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왔는데, 지금 이렇게 나오니... 물론 등급이 바뀌지 않았다면 패럴림픽에서 다시 금메달을 딸 수 있는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지금은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등급변경 때문에 운동을 접고 싶다든지 그런 생각은 전혀 해보지 않았어요.
예전처럼 계속 운동을 할 거고 또 도전을 할 거에요. 후배들을 위해서도 아직 더 많이 해야만 할 것 같아요.
- 그의 등급에 문제를 제기한 등급분류위원은 일본인이다. 그리고 그의 등급변경으로 인해서 가장 큰 혜택을 보는 선수 역시 일본선수이다. 물론 홍석만 선수와 자웅을 겨루며, 그 날의 컨디션에 따라서 메달의 색깔이 달라지는 선수들도 몇 명 있는데, 광저우 장애인아시안 게임에서처럼 그렇게 어처구니 없게 메달을 박탈 당하는 경우는 없었다. 그 이유는 등급분류위원으로써 큰 힘을 쓸 수 있는 사람이 홍석만 선수와 라이벌 관계에 있는 선수들의 국가인 일본과 호주에 몰려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한민국은 등급분류와 관련해서는 아직 명함도 내밀기 힘든 수준이라고 한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서, 앞서 말했듯이 힘들게 운동하는 홍석만 선수를 대한민국이 지켜주지 는 못할망정 그에게 T54라는 엄청난 짐을 부여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짐마저 그는 자신이 도전해서 깨부수어야 할 것들이라고 하니 미안함과 함께 존경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금메달을 딸 수 있다고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후배들을 위해서 쿼드(출전선수의 수)를 따오는 것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또 이번 등급변경 사태로 인해서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이벤트로 마련한 장애인육상 T53에 참가를 할 수 없게 되었다. 대한민국에서 열리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그를 볼 수 없다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다.
그러면 그는 T54에서는 좋은 성적을 내기가 불가능한가? 심권호처럼 두 체급을 석권할 수는 없는가?
결론은 힘들다는 것이다. 그러나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의 현재 T54 800m 기록은 세계 8위권 정도라고 한다. 그렇다면 금메달은 힘들더라도 그의 열정과 노력으로 봤을 때 다시 한 번 시상대 위에 오르는 모습을 기대할 수는 있지 않을까?
(트랙에서 훈련 중인 홍석만 선수)
4. 홍석만 또 다른 메달을 만나다.
그럼 홍석만의 또 다른 메달은 무엇일까? 그에게 있어서 금메달은 그를 언제나 든든하게 지탱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아내와 아들, 바로 가족이다. 그리고 은메달은 지금 한국체육대학교 스포츠코칭 석사과정에서 장애인스포츠지도자로써 성장하기 위해서 하는 공부이다. 마지막으로 동메달은 이미 패럴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던 홍석만이 가장 잘하고 또 좋아하는 운동인 휠체어육상이다. 이 세 가지는 어떻게 보면 너무나 당연한 것들이고, 순서만 바뀌었지 그가 예전에도 계속 해왔던 것들이다. 그렇지만 그가 항상 해왔던 것처럼만 한다면 상황이 아무라 바뀐다고 하더라도 그는 다시 한 번 이 세 가지 메달을 모두 목에 걸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불가능을 아는 현명한 사람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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