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야별 체육이야기/[ 전문체육 ]

검도에서 아레테와 덕의 의미




                                                 
                                                                글/ 이 상호 (동아대 스포츠 과학연구소 특별 연구원)

 
1. 스포츠에서 아레테의 의미

선수는 누구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잠재적 기량을 경기에서 발휘하고자 한다. 뛰어난 기량은 관객들로 하여금 열광을 만들어 낸다. 우리가 박태환과 김연아의 움직임에 감동하고 환호를 보내는 이유이다.
하지만 신체적 기량이 뛰어나다고 해서 그들이 인격적으로 탁월함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타이거 우즈의 예를 설명하지 않아도 기량의 발휘와 그가 가진 인격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행위의 탁월성과 도덕적인 행위가 잘 발휘된 것을 서구에서는 아레테(aretē)로 설명하였다. 즉 탁월성(excellence)과 덕(virtue)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이러한 아레테의 의미가 스포츠에서는 자신의 신체가 가진 기술, 재능, 체력을 바탕으로 한 탁월성만을 강조하는 의미로 변용되었다. 스포츠는 자신이 가진 탁월성을 겨루는 경쟁이지 덕이 높고 낮음을 측정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운동경기(athletics)의 어원이 ‘상품을 획득하기 위한 경쟁하다’는 의미에서도 잘 나타난다.  

 체육철학자인 Paul Weiss는 스포츠에서 인간이 가지고 있는 기량을 잘 발휘하고자 하는 탁월성의 노력은 인간 본래의 모습이다라고 하였다. 스포츠에서 자신이 가진 탁월성을 잘 발휘하는 선수가 인격적으로나 도덕적으로 훌륭한 면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스포츠가 경쟁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는 한 도덕적인 성품을 발휘하는데 한계를 가진다. 비록 아레테의 개념이 탁월함과 도덕적인 훌륭함이 하나가 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스포츠에서 경쟁의 전제는 도덕적 품성보다 자신의 기능이 우선 발휘되어야 한다. 이는 경쟁의 심화와 승리지상주의, 비도덕적 행위로 이어졌다. 오늘날 스포츠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토핑을 위시한 약물복용의 문제점도 여기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경쟁적인 스포츠세계에서 신체의 탁월성과 도덕적인 훌륭함이 조화롭게 구현될 수 없다는 것인가? 실현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어떻게 실현되어야 하는가? 이에 답하기 전에 도덕적 훌륭함이 무엇인지를 설명할 필요가 있다. 이는 아레테 의미의 하나인 덕(virtue)의 의미를 설명하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쿠스 윤리학』에서 인간이 가진 ‘품성상태(hexis)'를 가장 잘 발휘하는 것이 아레테라고 설명한다. 이성적인 판단의 하나인 ‘중용(mean)’의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도덕적인 의미와 가치는 동양에서는 德으로 설명한다. 서구의 덕(virtue)과 동양에서의 德의 지향점을 다르다. 서구에서의 덕(virtue)은 성품의 탁월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목적론적 의미를 가진다면, 동양에서의 德의 의미는 인간의 내면의 수양을 통해 습득된 것이 실천적 행위로 까지 전개되어야 하는 것을 포함한다.

 


2. 스포츠로서의 검도

신체의 탁월성과 덕의 의미가 조화롭게 구현될 수 있는 것은 동양무도이다. 하지만 올림픽이나 세계대회에서 보여주는 태권도, 유도의 동양무도는 승패를 다루는 ‘스포츠로서의 무도’의 요소를 강조한다.
무도의 궁극적 목적이 신체의 수행을 통해 심신일여를 이루는 깨달음의 경지에 이른다는 의미는 오늘날 승패를 가르는 경기지향점을 강조함으로서 무도본질이 퇴색되어 가는 느낌이 든다. 무도는 경기에서의 승패가 전부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태권도, 유도, 검도경기에서 승리만이 유일한 가치임을 경기 속에서 보게 된다. 물론 경기에서도 이겨야 한다. 하지만 경기에서 우승한 것은 기술의 탁월성이 이지 인격적 탁월성은 아니다. 검도도 마찬가지다. 검도가 검을 통한 깨달음의 완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검도경기의 승부에 집착함으로서 진정으로 검도수행을 통해 가져야할 의미와 가치를 상실하는 우를
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스포츠로서의 검도’와 ‘무도로서의 검도’를 구분하여 이해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스포츠로서의 검도’는 자신의 가지는 모든 정신적 신체적 기능이 발휘되어 드러나는, 즉 검도경기에서 氣, 劍, 體가 일치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몸을 가진 기능이 최대한 발휘되었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아레테의 의미 중 신체가 가진 탁월성의 의미와 다르지 않다. 반면에 ‘무도로서의 검도’는 승패를 가르는 것이 아니라, 검을 통한 자기 수행이며 깨달음에 목적을 두는 것이다. 동양무도의 궁극적 목적은 기술의 탁월성뿐만 아니라 깨달음에 있다. 이는 동양적 의미의 덕을 체득함으로서 완성될 수 있다. 동양적 의미의 덕은 행위의 축적에서 나온 결과를 의미한다. 또한 깨달음을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방법이다.

3. 무도로서의 검도
 
 ‘무도로서의 검도’란 무엇인가? 자신의 검도기술의 완성뿐만 아니라 인격완성에 따른 이타적인 행위가 수반되어야 한다. 이는 동양적인 실천적인 의미인 德을 자신에게 체득하고 구현하는 것이다. 무도의 道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덕의 작용이 완성되어야 한다. 검도에서의 덕을 어떻게 달성할 수 있을까? 보는 관점에 따라 다양하게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자는 덕의 의미를 동양의 성리학의 교과서인 『近思錄』에 있는 仁義禮智信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인의예지신의 의미는 우리의 주의에서 쉽게 살펴볼 수 있다. 사대문은 숭례문(崇禮門: 남대문), 숙청문(肅淸(智)門): 북대문), 흥인지문(興仁之門: 동대문), 돈의문(敦義門: 서대문)을 구성된다. 그 가운데 보신각(普信閣)이 위치하고 있다는 것에서도 잘 알 수가 있다. 인의예지신의 의미가 자신에게 수행되고 체득되어 구현될 때 검도에서의 덕이 완성되었다고 할 것이다.

첫째, 검도에서의 仁의 의미는 무엇일까? 인의 의미는 인간다움의 의미를 가진다.
검도에서의 인의 의미는 자기수행에 따르는 고통을 극복하고 경쟁에서 배제된 타자에 대한 선한 마음을 가지는 것이다. 또한 경쟁에서 이긴 자를 원망하지 않고 도리어 자신을 되돌아보고 잘못을 찾는 마음가짐이다. 검도에서의 인은 살인검에서 활인검이 되어야 한다.
 
둘째, 검도에서 義의 의미는 무엇일까? 인이 타자 지향적인 반면에 의는 내적 지향적의미를
가진다
.
승리만을 달성하려는 욕망이 아니라, 정정당당하게 싸우려는 마음의 자세를 의미한다. 승리가 가져다주는 이익과 욕망에 따른 결과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셋째, 검도에서의 예는 어떻게 달성되어야 하는가? 검도는 예로 시작해서 예로 끝나는 무도이다. 
즉 禮始禮終이다. 검도는 자신을 수행함으로서 자신을 완성하는 운동이다. 그 속에서 지켜야 할 예가 없다면 검도수행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넷째, 검도에서의 智는 어떠해야 하는가? 지는 사물의 본질을 관통하여 아는 것이다.
知와 智는 다르다. 전자가 검도경기에서 이기는 방법이나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라면, 후자는 그러한 이유를 규명하여 지혜를 획득하는데 있다. 이것은 사물을 인식하는 마음의 자세를 수행할 때 드러나는 것으로 검도에서는 상대방의 움직임에 대한 본질직관의 의미를 가진다.

다섯째, 검도에서 信은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신의 의미는 사람이 하는 말에 책임이 따라야 하고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믿음을 일으켜야 한다.
즉 언행일치이다.


이와 같이 ‘무도로서의 검도’는 검도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인의예지신의 의미를 체득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자기수행에 따른 인격완성의 도를 획득할 수 있다. 이는 서구에서 아레테의 개념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이다.  현실적으로 경쟁을 전제로 하는 스포츠적 요소를 경시하거나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검도가 가진 무도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수행하는 것은 검도가 가진 궁극적인 깨달음의 가치를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현대의 검도는 ‘스포츠로서의 검도’와 ‘무도로서의 검도’가 가진 의미가 통합되어 구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경기에서 탁월성을 발휘한 신기의 기술과 무도로서 검도가 추구하는 깨달음, 즉 도의 완성을 위한 인의예지신을 통한 실천적인 덕이 완성되어야 한다. 물론 이러한 길이 어렵고 힘든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검도수행자가 ‘무도로서의 검도’의 의미를 새롭게 반성하는 기회를 가질 때 검도가 추구하는 이념과 가치는 살아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수행하는 운동과 무도가 무엇이던지 간에 그것이 가지는 가치를 생각하고 반성하려는 자세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참고문헌

사진출처: http://cafe.daum.net/meister.cb.konkuk (Photography by 고동수)
    논문: "검도에서 아레테와 德의 의미이상호, 이동건



 

                                                                                                                           ⓒ 스포츠둥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