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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체육이야기/[ 전문체육 ]

스포츠 재능의 진면목


글/조정환 (서울여자대학교 체육학과 교수)

  타이거 우즈 부자는 우즈의 성공에 대하여 한 번도 타고난 재능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다. 항상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란 대답만 하였다. 태어나는 재능에 대한 본성과 길러지는 재능에 대한 양육이 항상 같이 할지라도 노력에 의해 마지막 결실이 이루어지는 것 만큼은 진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본성이 특정 활동에 가까운지, 또 그것에 친숙하게 태어났는지 여전히 사람들의 관심사이다.   

  타고나는 재능에 대한 관심은 그리 오래전의 일이 아니다. 10대 때 교향곡을 작곡한 모차르트를 보면 분명 재능을 타고 났다고 믿을 수 있지만, 그러한 재능이나 소질을 찾는 것은 사실 아직도 명확치 않다. 그에게도 역시 우즈와 비슷한 가정의 환경이 있었다. 천부적 재능은 다른 대부분 사람들보다 어떤 일을 더 잘하는 타고난 능력이자 가지고 태어난다고 본다. 그러나 재능의 존재를 뒷받침할 명확한 증거를 현 시점에서 제시하기는 어렵다.

  올림픽, 세계대회, 월드컵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연령층이 낮아지면서 재능에 대한 주제는 학문적 관심사로도 부각되었다. 체조, 피겨스케이팅, 수영, 다이빙 종목들이 적정 연령이 낮은 전통적인 종목이라면 구기와 같은 여타 종목에서도 상대적으로 어린 선수들의 성공사례가 돋보이고 있다. 이러한 결과를 스포츠 영재교육의 결실로 간주하기는 섣부른 판단일 수 있겠으나 분명히 경향성을 보여주기에는 충분하다.  

  피겨 스케이팅 지도자들은 8세 이전에 시작하는 것이 적정연령 시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분명히 어린 시절에 스포츠에 참여하면서 기술 습득-발달-숙련의 과정을 반복해 가며 최상의 경기력을 기대할 수 있다. 다른 활동을 배제하고 충분한 시간을 확보 해가면서 집중하는 것이야말로 최상의 지침임에는 틀림없기 때문이다. 늦게 시작해서 불규칙하게 연습하는 것에 비하면 기술을 익히는데 절대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스포츠 뿐 아니라 음악 미술 영역에서도 특정한 과제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데 적어도 10여년 이상의 몰입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믿고 있다. 10여년 이상 같은 기술을 반복적으로 연습하는 일은 정말 재미없는 일이다. 수 없이 반복하는 동안 아주 약간의 차이에 대한 피드백으로 기술이 조금씩 발전해가는 것을 견디는 것은 정신적으로 매우 힘든 과정이다. 이래서 98%는 실패한다는 말을 한다. 

  연습은 정말 재미없는 일을 반복하는 것이다. 연습만이 완벽함을 가져온다는 것이 아니라, 정말 ‘신중하게 계획된 연습(deliberate practice)’만이 성공의 바탕이다. 과학적이라고 통칭하는 이 과정에는 물론 전문적인 지도자의 도움을 기반으로하기 때문에 지도자의 철학 지도 방향은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타이거 우즈의 완성은 4세 이전에는 아버지, 이후 17년 동안은 신중하게 계획된 연습을 담보할 수 있었던 전문적인 지도자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히 낮은 스포츠 현장에서의 성공사례가 마케팅 등의 요소와 결합되면서 보다 빨리 최상의 경기력을 달성하려는 위한 노력이 동서양을 막론하고 집중되고 있다. 보다 빨리 멀리 높이날 수 있는 인간의 한계 도전의 가치보다는, 최고 선수에 집중되는 명예와 부가 대중의 관심거리이자 전문 스포츠 참여 동기의 핵심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곧 경기력 수준의 향상으로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100년 전 올림픽 단거리 기록은 오늘날 고등학교 최고 기록수준과 비슷하다. 그렇다고 체격 조건이 크게 달라진 것도 아니다. 1924년 당시 파리 올림픽 다이빙에서 공중 2회전 기술은 위험하다는 이유로 금지여부가 논란이 될 정도였다고 한다. 이 기술은 이제 아주 평범한 기술이 되고 있다. 그 핵심에는 무엇보다 과거에 비해서 연습과 훈련을 더 과학적으로 그러니까 효율적으로 한다는 것이다.

<한국체육대학교 체육영재 - 육상영재 훈련모습>


  효율적이란 체계적, 계획적, 구조화된 프로그램의 특성을 바탕으로 장기적이고도 집중적인 연습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장기적 집중적 연습을 강화하기 위해서 보다 일찍 입문하고 그리고 다른 “많은 것”들을 포기하는 의미도 있다. 이러한 시도와 행태를 스포츠 특성화(sport specialization)라 하고, 스포츠 영재교육의 범주로 이해하기도 한다. 당연히 어린 시절부터 특정 스포츠에만 집중하는 것에 대한 걱정도 따르게 마련이다.


  세계보건기구, 미국소아학회, 뉴질랜드스포츠의학회, 유럽스포츠심리학회는 어린이들에게 강도 높은 훈련을 계획하거나 시도하는 것은 교육적으로 생리학적으로 정당화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힌바 있다. 어린이들에게는 다양한 스포츠 활동을 경험하게 함으로서 즐겁게 스포츠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결국 창의적이고 자생적인 스포츠 적성 계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권고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잠재력을 가진 어린이들을 더 일찍 찾으려는 노력과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많은 성공사례에서 어려서부터 입문하고 집중적인 연습 결과에 대한 신화가 입증되고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의 조기 참여가 주는 위험성에 대한 우려는 뒷전으로 물려나고 유익성에 대한 기대와 희망만이 현실로 남게 된다. 기술(skill)은 반복적으로 장기간 수행하기만 하면 완성 될 수 있다는 믿음과 함께....

  예를 들어 축구선수들은 손과 팔에 의한 조작 활동을 하지 않고, 아이스 하키선수들이 땅을 밟을 기회가 적다는 점, 그리고 어려서부터 특정 종목에 참여하는 것이 결국 만나는 사람들의 폭이 매우 좁아진다는 점에 대한 우려와 걱정이 적지 않았다. 제한된 세계에서만 활동하게 되고 지도자와 동료선수들 일부 사람들만을 주로 만나게 되면서 생애 전반에 걸쳐 발달적 교육적 차원에서 적지 않은 문제를 안게 되는 점을 우려한다.

  현장에서는 특정 기술의 숙련이 최종 목표이기 때문에 그 기술에 대한 반복적 연습이 주를 이루게 된다. 반복적인 고된 훈련이야 말로 기술습득의 지름길이자 유일한 길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경기력 완성의 핵심인 기술을 보는 관점은 다르게 보는 시각도 많다. 눈에 보이는 것 이외, 아니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른 무엇이 더 중요하고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러 개의 공을 공중에 던지는 묘기를 보이는 저글링에서 훌륭한 저글러는 모든 공의 움직임을 쫓지 않는다. 필요한 공 궤도의 정점만을 보고 몸 위치 손 놀림을 조정한다. 키보드에서 타이핑 실력이 좋은 사람의 비법은 손 동작이 빠른게 아니라 원고의 글을 미리 정확하게 읽는 것이 바탕이 된다. 테니스 선수가 볼에 대한 반응 시간이 빨라서 서비스 리턴을 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볼이 아닌 상대 선수의 신체 움직임을 잘 관찰하기 때문이다.

  최고의 선수들은 기술 자체의 수행능력에 절대적 우위를 가지기도 하지만 상황에서 더 많은 정보를 볼 줄 안다는 점을 지적한다. 투수가 던지는 공은 불과 0.4-0.5초안에 타석을 통과한다. 타자는 스윙하는데 필요한 시간을 제외하고 볼을 볼 수 있는 시간은 0.2초 정도에 불과하다. 훌륭한 타자들은 날아오는 볼의 구질을 잘 판단하기보다는 투수의 와인드업 릴리스 동작으로부터 단서를 잘 찾는다. 상황적 단서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미시적 차원에서 선수들의 숙련된 기술 수행에 상황적 단서 활용이 중요하다면 거시적 차원에서는 스포츠 기술이외에 다양한 지식정보나 사회경험 또는 취미활동의 능력이 장기적인 경기력 유지 관리에 중요한 단서로 작용될 것이다. 스포츠 경쟁에서는 절대적인 기술수준 이외에 너무도 많은 요인들이 경기력에 작용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늘 편한 생각과 행동에 고정적이기 쉽다 그런 가운데 중요한 많은 부분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연평도 사건여파인지 크리스마스 특집으로 미 최초의 장군부부인 맥도널드 한미연합사 작전참모부장의 인터뷰기사가 게재되었었다. 미군은 공부하는 군인에게 프리미엄을 준다고 했다. 비즈니스 스쿨, 해군 아카데미, 비행학교 등... 군대가 사회에 뒤쳐지지 않도록 공부를 하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군인의 특별한 것도 따지고 보면 평범한 것과 더불어 가치가 있나 보다. ⓒ스포츠둥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