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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체육이야기/[ 전문체육 ]

전지훈련장에서 만난 오즈의 마법사



글/윤영길(한국체육대학교 사회체육학부 교수)


2011년이 밝았다.
지난 2010년은 스포츠로 즐거웠다. 동계올림픽에서 빙속의 성과, 월드컵에서 한바탕 축구 속으로 녹아들어가 2010월드컵을 “자블라니”했고, U20세, U17세 대회를 거쳐 아시안게임까지 그야말로 스포츠로 시작하고 마무리한 한해였다. 선수로 운동을 하고 있거나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새해를 시작하면서 2011년에는 좋은 성적을 거두고, 좋은 지도자가 되고, 좋은 선수가 되고, 내가 응원하는 선수나 팀이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기를 다짐하고 기원할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나 내가 응원하는 팀의 장점과 단점을 냉정하게 한번은 돌아보았을 것이다. 누구나 드는 생각이겠지만 하나가 채워지면 하나가 부족하고, 언제나 그렇지만 하나의 부족은 도드라져 보인다. 스피드가 있는 선수는 지구력이 떨어지고, 지구력이 있는 선수는 스피드가 떨어지고, 부드러운 선수는 파워가 떨어지고. 그렇게 없으면 있고, 있으면 없는 것이 스포츠의 세계인 동시에 우리의 인생이다.

오즈의 마법사
개인적으로 오즈의 마법사를 좋아한다. 오즈의 마법사 속에 감추어진 당시 미국 사회의 아픔과는 별개의 문제로 이야기 속에 담긴 역설과 역설의 시사가 너무도 흥미롭다. 오즈의 마법사에는 도로시라는 여자 아이, 허수아비, 양철나무꾼, 겁쟁이 사자, 마녀들과 마법사가 등장한다. 이야기는 이렇다. 도로시가 회오리바람에 쓸려 오즈의 나라를 모험하는데, 이 과정에서 뇌가 없어 생각을 못한다고 생각하는 허수아비, 따뜻한 마음이 없다고 생각하는 양철나무꾼, 용기가 없다고 생각하는 겁쟁이 사자, 집으로 돌아갈 방법을 찾아 헤매는 도로시의 모험담이 펼쳐진다. 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되는 동안 정작 머리를 써야하는 상황에 이르면 뇌가 없다고 생각하는 허수아비가 문제를 해결하고, 동정심이나 정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마음이 없다고 생각하는 나무꾼이 따뜻한 마음을 선보이고, 용기가 필요한 상황이 되면 겁쟁이라고 생각하던 사자가 용기 있는 행동으로 일행을 위기에서 구하곤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도로시는 자신이 신고 있던 구두에 어디든 데려다 주는 마법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토록 돌아가고 싶었던 집으로 너무도 쉽게 돌아오면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팀이 읽을 오즈의 마법사
우리팀과 우리 팀의 선수들을 생각해보자. 그리고 나 자신을 돌아보자. 정말 자신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정말 그런지,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선수가 정말 그런지...... 때로는 내가 자신 없어하는 부분이 정말 내가 취약한 부분일수도 있지만 이외로 내가 자신 없어하는 부분이 내 장점일 가능성도 무시하지는 말자. 그리고 내가 보기에 좋은 선수가 아니라고 판단되어도 다시 한 번 다른 기준으로 그 선수를 평가해보자. 내 평가의 기준이 되는 경험적 성과들이 옳은 때도 많지만 때로는 경험적 성과 자체가 정당한 평가를 방해 할 수 도 있다. 지도자가 바뀌고 달라지는 선수, 한 경기 뛰고 경기 운영에 눈을 뜨는 선수, 항상 같은 눈으로 평가된다면 이런 선수들에게 새로운 기회란 좀처럼 오기 어려울 것이다.
대부분의 팀들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지금쯤 지난 해 새로 선발한 선수를 겨울이 시작되면서 팀에 적응시키고, 동계 전지훈련을 통해 2011년의 팀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을 것이다. 전지훈련에서 무엇을 생각해야 할까? 훈련과 연습경기를 통해 팀을 만들고, 선수를 파악하는데 중점을 두는 것은 당연하다. 훈련과 연습경기에서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여주는 선수 위주로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것은 신중히 판단할 문제이다. 언제나 그렇지만 조직심리학이 설명하고 있지 않더라도 팀에서 경기력이 좋은 20%의 선수는 그냥 둬도 열심히 최선을 다한다. 따라서 팀을 만들고 분위기를 잡아가는 데는 중간 정도의 경기력을 보이는 60%의 선수와 팀 분위기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하위선수 20%를 중점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개인이 읽을 오즈의 마법사
물론 연습 경기에서도 좋은선수 위주의 이기는 플레이보다는 선수들의 경기 경험 축적을 고려해 출전시켜보자. 누구에게나 첫 경기가 있었을 것이다. 선수 생활을 하면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중학교 1학년 때 교체되어 들어갔던 첫 경기가 떠오른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첫 경기 출전 경험, 대학 1학년 때 춘계대학연맹전에서 교체 투입되어 뛰었던 몇 십 분이 훈련과 생활에서 많은 변화를 있게 했다. 
전지훈련이 원정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한다면 원정에 대한 연습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대회는 여행과 경기가 결합된 형태로 운영되는데, 생활의 근거지를 떠나 낯선 곳에서 생활하면서 대회를 소화하는 방식의 연습을 전지훈련지에서 연습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 선수들이 점차 자라서 국제경기에 출전하고 더 나아가 월드컵에 출전한다면 이동으로 인한 경기력 손실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도 전지훈련을 통해 훈련하고 연습해야 할 중요한 과제이다.
선수나 지도자 모두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환경을 자신의 기준으로 판단하고, 해석하게 된다. 이 겨울 훈련을 통해 자신의 환경과 상황을 긍정적으로, 낙관적으로 해석하고 평가하는 연습도 열심히 해보자. 기술이 없다고 생각되는 선수, 경기운영이 떨어진다고 판단되는 선수, 게임을 읽지 못하는 선수, 하지만 이 선수들이 정말로 그런지는 한번 다시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이다.


관중이 읽을 오즈의 마법사
인간에게는 가지지 못한 것을 과도하게 증폭해 결핍을 부각시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대한민국 대표팀이 2010월드컵 본선에 성과를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시아게임에서 성과를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월드컵에 출전해 2라운드에 당연히 진출해야 하는 것처럼,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에서 성과를 내야하는 것처럼 이야기 한다. 16강, 8강, 4강에 반드시 진출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월드컵을 본다면, 금메달을 반드시 획득해야 한다는 믿음으로 경기를 본다면 정작 우리에게 확실히 주어져 있는 경기를 감상하고 즐길 기회를 잃게 된다. 그저 월드컵을, 올림픽을, 아시안게임을 즐길 수 있으면 그만이다.
허수아비의 뇌처럼, 나무꾼의 마음처럼, 사자의 용기처럼, 도로시의 구두처럼 내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은 언제나 내 안에 있다. 그저 경기를 즐기는 그 마음이면 또 덤으로 한두 경기 더 즐기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도로시가 전하는 이야기 
오즈의 마법사에서는 자기가 가진 것의 소중함을 역설한다. 인간은 가지지 못한 무엇을 갈망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우리 팀의 선수들을 생각해보자. 그리고 나 자신을 돌아보자. 정말 자신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정말 그런지,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선수가 정말 그런지...... 때로는 내가 자신 없어하는 부분이 정말 내가 취약한 부분일수도 있지만 의외로 내가 자신이 없어하는 부분이 내 장점일 가능성도 무시하지는 말자. 그리고 내가 보기에 좋은 선수가 아니라고 판단되어도 다시 한 번 다른 기준으로 그 선수를 평가해보자. 내 평가의 기준이 되는 경험적 성과들이 옳은 때도 많지만 때로는 경험적 성과 자체가 정당한 평가를 방해 할 수 도 있다. 지도자가 바뀌고 달라지는 선수, 한 경기 뛰고 경기 운영에 눈을 뜨는 선수, 항상 같은 눈으로 평가된다면 이런 선수들에게 새로운 기회란 좀처럼 오기 어려울 것이다.
선수나 지도자 모두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환경을 자신의 기준으로 판단하고, 해석하게 된다. 기술이 떨어져 보이는 선수, 체력이 좋지 않은 선수, 게임을 읽지 못하는 선수, 하지만 이 선수들이 진실로 그런지는 한번 다시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이다. 허수아비의 뇌처럼, 나무꾼의 심장처럼, 사자의 용기처럼, 도로시의 구두처럼 내게 필요한 모든 것은 언제나 내 안에 있는지도 모른다.  ⓒ 스포츠둥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