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체육영재를 조기에 양성하기 위한 국가적 관심이 커지면서 학부모들의 참여 열기가 불을 보는 듯하다. 부모가 어린이를 스포츠에 참여시키려는 이유 그리고 어린이가 스포츠에 참여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를 교과서적인 관점에서 살펴보면 ‘운동시키려면 선수로 키워야지’ 하는 속내를 가지고 있는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외국의 부모들이 어린이를 스포츠에 참여시키려는 이유는 건강, 체력을 증진시키려는 것이 일차적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그리고 운동기술을 개발하거나 위기극복 능력을 키우고 친구를 사귀며 집단의 일원으로서 성공적으로 생활하고 운동 그 자체를 즐기고 즐기게 하기 위해서 라는 것이다. 과연 우리 부모들도 이러한 생각과 일치할까?
자식이 운동을 하는 부모들은 누구 할 것 없이 자녀가 박태환이나 김연아와 같은 선수가 되기를 희망할 것이다. ‘생각이 차이를 만든다.’ 라는 말이 있다. 우리 부모들은 아이들의 요구와는 관계없이 부모 자신이 목표를 정해놓고 몰고 간다. 물론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자녀에게 운동을 시키는 우리 부모와 외국 부모들의 생각 간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외국 부모들은 자녀의 운동과 관련된 어떠한 권한도 어린이에게 부여하고 있지만 우리 부모는 모든 권한을 부모가 가지고 있다. 운동을 하는 어린이가 그 운동을 싫어하든 좋아하든 관계없이 그저 우리 아이들은 하라면 하는 것이다. 외국 부모는 어린이가 하는 운동의 과정(process)을 중시하고 운동종목을 어린이 자신의 흥미에 맞은 다양한 종목을 선택하지만 우리 부모는 운동의 결과(product)만을 따지고 운동종목도 한번 결정하면 끝이다. 바꿀 수가 없는 것이다. 외국 부모는 미래의 발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운동을 즐기면서 하기를 바라고 있는데 비해 우리 부모는 현재의 성적에 관심을 쏟고 운동해서 메달 따고 대학가기를 가장 바란다. 큰 차이가 있음을 절감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영재와 열심히 노력하는 자의 차이를 정리하고 다음으로 넘어갈 필요가 있다. 영재(talent)란 유전적 영향이 크고 주어진 과제를 쉽게 학습하며 발전 속도가 빠르고 성취동기가 높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에 비해 열심히 노력하는 자(hard worker)는 환경적 영향이 크고 집중적 연습을 하며 발전 속도가 빠르고 성취동기는 매우 높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학자들의 연구결과이다. 유전적 요인을 제외하고는 사실 이들 간에 별 차이는 없는 듯하다.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을 근거로 한다면 유전적으로 타고난 어린이를 발굴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가 된다. 그 나머지는 좋은 지도자가 빼어난 훈련방법으로 지도하면 될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우리 아이들 중에서 다음 세대의 Usain Bolt와 같은 육상선수를 발굴해 낼 수 있을까? 많은 육상지도자들의 꿈일 것이다. 스포츠 영재를 발굴하고자 할 때 신중한 학자들은 다음과 같은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고 한다. 개인 내적요인으로는 현재의 건강상태, 유전적 배경, 스포츠 활동에 보낸 시간, 성숙도, 신체적 능력(체격, 체력 등), 생리적 능력(심폐계, 근육골격계 기능), 운동기능, 심리적 요인, 그리고 지능을 꼽는다. 개인 외적요인으로는 지도자, 훈련내용, 부모의 자녀에 대한 교육적 관심,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 적절한 시설에 대한 접근 가능성, 그리고 운을 꼽는다.
코치와 연구자들은 그동안 특정종목의 엘리트 선수가 가지고 있는 특성을 구명하기 위해 우수선수들의 체격, 신체비율을 포함한 형태학적 특성(Morphological characteristics), 체력, 운동능력 등 위에 제시한 변인들을 확인해 봄으로써 해당종목의 우수 선수를 선발하려는 노력을 지속해 오고 있다. 그동안 밝혀진 사실에 의하면 경기종목에 따라 신장이 다르고 체형이 다르며 전체 팔 길이 대한 전완의 길이 비율(Brachial index), 몸통의 길이에 대한 다리 길이의 비율, 윗다리 길이와 아래다리 길이의 비율(Crural index)이 다르다. 또한 검지와 약지 길이의 비율에 의해 우수선수의 가능성을 판단하는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New York Times’지가 Atlas Sports Genetics의 Kevin Reilly를 인터뷰한 기사를 게재한 적이 있다. 기사 내용에 의하면 “소질 있는 선수인지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고등학교 혹은 대학 때까지 기다린다면 너무 늦다... 1세부터 운동에 소질이 있는 아이를 발굴할 필요가 있다.” 라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에 의하면 DNA를 구성하고 있는 ACTN3를 이용하면 운동에 소질이 있는 아이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한술 더 떠 149$만 내면 DNA 검사를 통해 운동에의 소질여부를 확인시켜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ACTN3와 경기력 간의 관계를 구명한 Roth (2003)는 “경기력은 한 두 개의 유전인자가 아닌 최소한 200개 이상의 유전인자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보고하고 있다. 요즘 크게 뜨고 있는 DNA 검사도 과신은 금물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참으로 스포츠 영재를 발굴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귀담아 들어야할 것이 있다. 우수선수의 선발에 못지않게 교육/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한 스포츠의학·체력과 관련하여 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 Committee가 제안한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운동을 하는 어린이는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여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도록 독려해야 한다.....다양한 스포츠에 참여하고 사춘기 이후에 종목을 선정한 선수는 조기에 종목을 결정한 선수보다 경기력에 굴곡이 적고 부상도 적으며 해당 종목에서 장기간 운동하는 경향이 있다.”라는 것이다. 위원회는 어린이가 다양한 스포츠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지나치게 특정부위의 근육을 사용하는데서 오는 부상과 심신이 고갈되고 중도에 운동을 중도에 포기할 가능성이 높으며 상이한 스포츠에 참여하는 동료들과 교류할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우리나라 학부모들의 대부분은 아이들의 스포츠 종목을 조기에 결정하면 다시 바꾸는 일이 없다. 한 우물 파겠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많은 이유 중에 두어 가지 꼽는다면 “자기 아이가 해당종목에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라는 검증되지 않은 확신과 “또래 아이보다 앞서 갈 수 있다.”라는 조급함이 한데 어울려 있다. 그러나 Gould와 Carson(2004)이라는 학자들의 연구결과를 빌리면 “탁월한 재능을 보인 초등학교 선수 중, 그 이후에도 계속 우수한 재능을 보이고 있는 선수는 약 25%에 불과하다”라는 것이다. 또 다른 학자들은 “운동선수 중 98% 이상은 결코 엘리트 선수가 될 수 없다.”고 보고함으로써 보다 강도 높은 비관론적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우리가 분명히 알아두어야 할 것은 Hecimovich (2004)가 지적한 바와 같이 “특정한 스포츠 기술은 사춘기가 시작되기 전에 배우고 완전하게 습득해야 한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는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잘 아는 농구 황제로 일컫는 Michael Jordan은 고등학교 1학년 때 농구팀에서 제외된 적이 있으며 미국프로농구 San Antonio Spurs팀 소속 Tim Duncan은 처음에는 수영을 시작하다가 중학교 3학년이 되어 농구로 전환한 선수다. 그리고 메이저 리그 선수들의 대부분은 고등학교 재학 시 최소한 두 개 이상의 스포츠에 참여하였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다양한 스포츠를 경험하게 할 이유는 위에 적은 사실 말고도 귀담아 두어야 할 것은 스포츠에 재능이 있는 아이라 할지라도 그들의 영재성의 발현 시기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운동의 초기단계에서 우수한 경기력을 보이는 선수라 할지라도 엘리트 선수가 되는데 필요한 잠재력을 갖지 못한 아이도 있다. 따라서 다른 요인이 고려되지 않은 현재의 체력, 체격수준에 중점을 둔 우수선수 선발은 참으로 어려운 과제일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하면 어릴 때 보인 재능을 기초로 미래의 성공가능성을 예측하는 것은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는 것이 실수를 적게 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사춘기 전에 많이 성장하고 발달한다. 뇌의 발달은 5세까지 약 90%, 14세까지 거의 100% 발달하게 된다. 우리 중 아무도 우리 아이가 어떤 스포츠 종목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지 잘 모른다. 그렇다면 사춘기가 될 때까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 많은 답안이 제시될 수 있겠지만 다양한 운동경험을 통해 기본동작을 습득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인 조언이다. 우리는 아이들이 앞으로 어떻게 성장하고 발달할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면서도 아이들의 스포츠 종목을 조기에 결정함으로써 다양한 운동기술의 개발 기회를 왜 제한하려고 하는가?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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