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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여자고등학교의 운동장에서는 풀이 자라고 있다? : 여중, 여고에서 외면당하고 있는 체육수업의 현실

                                                                                              글/김윤환(고려대학교 체육교육과)

우리나라 여자고등학교에서 체육수업이 외면되고 있는 모습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필자가 오며가며 지나치는 여중, 여고의 운동장에는 풀이 자라있기 일쑤이며 심지어는 변변한 농구골대 하나 없는 곳도 더러 있다. 이는 운동장에서 이루어지는 수업이 활성화되지 않는다는 점은 당연하거니와 전반적인 체육수업의 부재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여학생들이 야외수업을 기피하고, 남학생에 비해 체육활동에 대한 관심도가 낮아 소극적이고 기피하는 성향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똑같은 여학생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이나 일본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어떻게 체육이 하나의 교과 이상으로 활성화되었는지, 우리나라 여고생들이 왜 체육을 외면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알아보자. 


 
첫 째, 체육에 관련된 정부의 지원 부족과 교육 정책의 부재이다.

2009년, 대한민국 교육과학기술부는 ‘미래형교육과정’ 이라는 이름으로 국어, 영어, 수학 과목의 비중을 확대하는 개정교육과정을 내놓았다. 그 결과, 전국 대부분의 학교에서 영어, 수학 과목을 늘리고 수업시수를 확대하였으며, 체육이나 기술가정 도덕과 같은 과목은 감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미국과 같은 선진국의 경우는 체육수업이 Physical Education, Team Activity, 그리고 Weight Training 의 세가지 형태로 존재하며 매학기 이 세 수업을 번갈아 수강해야 한다. 결국 매일 한 시간(67분) 필수로 들어야 하며, 정규 학교수업이 끝난 뒤에도 교육정책에 따른 지원으로 거의 모든 학생이 자기가 좋아하는 종목을 선정하여 방과 후 스포츠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토요일이면 지역별로 학교대항전을 실시하여 2부 선수 중에서 1위부터 3위까지 입상하면 1부로 올라가 경기에 참여하고 1부 대표가 공식적으로 학교대표가 되어 시 지역에서 1위를 하면 시 대표, 주에서 1위를 하면 주 대표선수, 전 미국에서 1위를 하면 국가대표가 된다고 한다. 학교 대표선수 이상은 명문대학 입학 시 중요한 실적으로 평가, 반영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미국의 학생들은 평생 스포츠를 생활화하고 자연스럽게 사회적으로 신체적으로 건강하고 정서적으로 즐거운 인생, 삶의 질이 높은 인생을 살게 된다고 한다.


둘 째, 중고등학교 교육에서 기타과목으로 분류되어 내신에서조차 비중이 낮은 체육과목의 입지이다.


내신에서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낮은 것은 체육수업이 활성화 되지 못한 근본적인 이유가 아니다. 주요과목을 중요하게 여길 수밖에 없는 입시위주의 잘못된 교육풍토가 근본적인 원인인 것이다. 체육은 수능이라는 대학입시 시험 과목에 없는 것은 물론이고 소위 말하는 일류대학, 서울권의 상위대학에서도 내신반영 시 체육관련학과와 같은 특별한 경우가 아닌 경우를 제외하고는 반영조차 하지 않고 있다. 결국 좋은 대학에 가야만 한다는 관념이 심어진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낮은 체육을 기피하고 주요과목 공부에만 몰두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주요과목의 필기시험에만 매달리는 현 교육의 문제점을 해결함과 동시에 바람직한 공교육을 확립하기 위해 입학사정관 제도가 도입되고 있는 추세이며 체육수업이나 체육활동에 이롭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기는 하지만 이 역시 지켜봐야할 부분이다. 

 

셋 째, 전통적 체육수업형태와 상대적으로 부족한 여학생들의 신체능력이다.
 

체육수업하면 우리가 쉽게 떠오르는 것이 달리기, 던지기 등 몸을 쓰고 활발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체육이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육체를 움직이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것이 체육수업이기 때문이다. 여학생의 경우, 남학생들에 비해 운동능력이 낮으며 이러한 이유로 남학생들을 기준으로 맞춰져온 기존의 체육수업에 어려움이 많을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사춘기 여학생들의 경우 외모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땀을 흘리고 헤어스타일이 망가지는 것 자체를 싫어하여 몸을 움직이는 체육활동을 기피하게 되는 것이다. 




최근 들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학생들의 특성을 반영하여 새로운 형태의 종목들이 수업시간에 도입되고 있다. 이는 성별의 차이에 기인한 신체능력의 차이를 고려하여 만들어진 스포츠들로, 신체접촉이 적거나 거의 없는 종목들과 경쟁 구도의 스포츠형태가 아닌 치어리딩과 같은 표현활동에 더 가까운 체육활동들이다. 이러한 특성화된 종목들은 여학생들이 체육시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아직 보편화 된 것이 아니며, 공식적으로 검증받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발전 방향을 지켜봐야 할 것이다. 결국 체육수업을 진행하는 체육선생님들의 수업개선에 관한 관심의 촉구가 요구되어진다고 볼 수 있다.

체육이라는 과목이 분명 입시 점수 자체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하지만, 꾸준히 체육을 할 경우에는 학생들이 공부하는 데 있어서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학생들이 고등학교에서 실시되는 수업시수에 맞춰서 규칙적으로 땀을 흘리며 체육활동을 하게 되면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이로운 점들이 많다.


그 첫 번째가 바로 집중력이다.

운동은 다른 신체부위의 건강도 가져다주지만 뇌 기능을 활성화 시키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 뇌가 감지하는 감각 가운데 가장 큰 것이 다리에서 온다. 즉 다리에서 오는 감각자극이 감각신경을 통해 뇌 활동을 각성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고등학생들이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피곤하다고 해서 엎드려 잠을 자거나 앉아서 쉬는 것보다 체육활동을 한다면 뇌 기능 활성화에 따라 공부하는데 있어서 집중력에 큰 도움을 얻게 될 것이다.


둘째, 수면과 스트레스 해소이다.


땀을 흘리는 운동은 스트레스와 긴장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하여 수면에 큰 도움을 준다. 규칙적인 운동으로 심장과 폐를 건강하게 하면 신경계와 내분비계를 활성화 시켜 신체성, 뇌길성 수면장애를 막을 수 있다. 또한 실제로 운동을 하게 되면 우리 몸 안의 엔돌핀 성분의 분비를 촉진시켜 행복감을 주고 마음을 편안하게 하여 스트레스를 해소시켜준다. 운동으로 발생하는 피로에 대해 걱정할 수 도 있겠지만 이는 숙면을 유도하는 기능을 해주며, 운동을 마친 후 2-4시간 뒤에는 체온이 떨어지는데 이 또한 숙면에 도움이 된다.

체육을 전공하는 많은 사람들이 체육은 지, 덕, 체 모두를 배우는 전인적인 학문이라고 말한다. 필자 역시 고등학교 시절 체육이라는 과목을 배우면서 친구들과도 친해지고, 체육시간에 배운 운동들을 규칙적으로 하면서 건강한 신체와 좋은 체력을 유지했다. 이는 곧 오랜 시간 공부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으며, 규칙적인 운동은 습관이 되어 지금의 대학생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체육의 이로운 점이 남학생들에게만 국한되는 것은 교육적인 문제일 뿐만 아니라 여학생들 개인적인 측면에서 큰 손해를 본다는 생각이 든다. 체육 수업이 잘 시행되지 않는 제도적 문제에 앞서 여학생들이 먼저 체육의 이로움을 깨닫게 체육수업에 열심히 참여하는 것이 물론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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