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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기쁘지만 안타까운 한국 남자 럭비팀의 선전!

                                                                                   글/김윤환(고려대학교 사범대학 체육교육과)

2010년 광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모든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된 팀이 있었으니 바로 한국의 여자 럭비 팀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비인기 종목에 속하는 럭비에서의 최초의 여자팀, 게다가 그 선수들은 전문적인 엘리트 스포츠 선수들이 아니라 일반인들이었다는 것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들의 목표는 국제 경기 1승을 거두는 것이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중국, 대만, 홍콩과의 경기에서 단 1점도 올리지 못하고 참패를 당했다. 하지만 패색이 짙었던 경기였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그녀들의 모습은 실로 아름다웠고, 이로 인해 국내팬들로 하여금 럭비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만든 것은 박수받을 만한 일이었다. 
                                 
국제 경기에서 큰 점수차로 질 만큼 약한 전력인 여자 럭비팀에 반해 남자 럭비팀은 국제 대회에서 강팀으로 평가 받는다. 남자 럭비팀은 1998년 2002년 아시안 게임 2회 연속 금메달, 2006년 도하 아시안 게임 은메달을 획득했고, 이번 2010년 광저우 아시안 게임에서는 동메달을 획득하며 강팀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그러나 이 같은 남자 럭비팀의 선전은 어쩌면 사상누각 일지 모른다.
                                               
현재 우리나라에 럭비팀은 포스코 건설, 한국 전력, 삼성 중공업 3개의 실업팀이 전부이다. 실업팀으로의 진출을 노리는 대학교 선수들은 1부리그에 고려대, 연세대, 경희대, 단국대, 충남대 등 5곳의 학교와 2부 리그에 6~7개의 대학교가 있다. 대학교 팀 수에 비해 실업팀의 수가 절대적으로 적을뿐더러 선수들에게 배정된 인원 또한 매년 있는 것이 아니라 기존 팀에 공석이 생길 때에만 선수를 충원하는 식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대학 선수들이 실업팀에 들어가기가 힘들다.


 
                               
그보다 앞서 고등학교에서 대학교로 진학하는 것도 또한 쉽지 않은 문제다. 고등학교에 있는 럭비팀은 전국적으로 약 25개 정도가 있는데 대학교는 1,2부를 합쳐 10개 정도 밖에 안 된다. 고등학교 때부터 선수들은 진로 고민과 갈등에 빠지는 것이다.

이웃나라 일본은 2003년에 Top-League가 출범하면서부터 그 실력과 수준이 급격하게 높아졌다. 일본은 프로 럭비 리그인 Top-League가 있고 그 밑으로 1부 프로 리그 팀이 있다. 또 그 밑으로는 동호회 형식의 사회인 리그가 있는데 사회인 리그의 체계와 시스템이 우리나라의 실업팀과 비슷할 정도로 그 완성도가 높다. 우리나라 럭비 선수들 중 뛰어난 실력을 보유한 선수들은 일본으로 스카우트되어 일본 리그에서 뛰기도 한다. 실제로 많은 한국 선수들이 국제 경기에서의 뛰어난 경기력을 선보여 일본 무대로 진출하고 있다. 좋은 실력을 가진 선수가 자국 리그에서 뛰지 못하고 외국으로 나가는 것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그들에게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그러나 선수들의 일본 진출마저도 요원해질 상황이다. 한국은 일본, 홍콩, 아라비안걸프, 카자흐스탄과 함께 참가한 ‘2010년 HSBC 아시아 5개국 대회’에서 4전 전패를 당했다. 다음 대회부터는 하위 리그인 디비전 1에서 뛰게 됐다. 국제 대회에서의 안 좋은 성적은 결국 선수의 해외 진출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국제 대회에서의 경쟁력 저하가 점점 더 진행된다는 것이다. 앞서 밝혔듯이 1998년과 2002년에는 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던 국가 대표 럭비팀은 2006년에는 은메달, 2010년에는 동메달을 획득하는 것에 그쳤다. 이번 아시아 5개국 대회에서도 처음으로 4전 전패를 당했다. 갈수록 하락해 가는 국제 대회에서의 성적은 결국 자국 럭비의 불안한 기반이 그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과 같은 어두움 현실이 계속 이어진다면 어쩌면 2016년 브라질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남자 럭비팀을 보는것이 불가능해질지도 모른다. 럭비를 살릴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서인수(23, 고려대) 군은 “럭비에 대한 홍보가 가장 많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럭비를 바라보는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 럭비가 생각보다 위험한 운동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굉장히 재미있다는 것을 알면 럭비의 저변이 확대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럭비의 인기가 확대되어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자연스레 실업팀도 많이 생겨나고 기업의 지원 또한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라며 의견을 밝혔다.

대한민국 스포츠 계에서 비(非)인기 종목의 설움과 어두운 현실은 비단 어제, 오늘 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러한 현실을 바꾸어 나가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꾸어 나가는 것에 있어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국민들의 관심일 것이다. 장차 대한민국 럭비를 이끌어 나갈 럭비 꿈나무들이 미래에 대한 걱정 없이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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