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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통신원

여가에서 엘리트스포츠가 나온다, 호주배구 시스템

                                                                                                  글 / 백진선 (호주배구연맹 인턴) 

보통 한국에서는 여가와 엘리트 스포츠를 보았을 때 이들은 독립적인 분야이며 성격이 다른 스포츠로 간주한다. 또한 둘 사이에 어떠한 연관성이 있을지 의구심을 갖으며 어떻게 아마추어 선수들이 국제대회에서 뛸 수 있을지 이러한 스포츠 시스템을 의아해 할 수 있다. 하지만 호주 배구 시스템은 이러한 편견을 깨뜨리고 여가 스포츠를 기반으로 시작하여 엘리트 스포츠로 올라가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주로 수행능력의 정도에 따라서 단계별로 진행되며 호주 클럽스포츠 문화를 활성화 시키고 엘리트 스포츠를 강화하는 데에 있어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과는 전혀 다른 호주배구 시스템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여가 스포츠에서 국제무대까지

호주배구의 이 시스템은 크게 클럽 배구, 지역대표 배구, 전국대표 배구, 국제대표 배구로 총 4단계로 나뉠 수 있다. 각 단계들은 상위단계로의 이행을 밑받침하고 있으며 단계를 거듭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참여자의 수와 폭은 줄어들고 실력은 더욱 숙련된 기술을 갖추며 선수들의 경쟁심과 참여도는 점점 강해진다. 이 그림은 이 시스템의 각 단계의 모습을 쉽게 도표화 한 것이다.





- 클럽배구

이 단계에서 특징은 참여자들이 배구를 하나에 진지한 여가로 생각하여 즐거움과 자기만족을 위하여 참여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팀의 승리에 초점을 두며 엘리트 스포츠를 강조하는 한국배구와는 달리 호주에서는 참여자들이 자기 학업 및 직장생활을 하고 이 본업 다음으로 배구활동을 하고 있다. 이 단계는 호주 배구의 기반이 되므로 어린이 클럽에서부터 어른 클럽 팀까지 가장 방대하게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렇기에 이 단계에서 배구 참여자가 가장 많으며 이를 위하여 호주배구연맹에서 직접 관리 하에 이뤄지는 '스파이크 존'이라는 어린이 배구프로그램을 계획하여 선수영재관리, 지속적인 참여자 증가, 그리고 폭 넓은 선수발굴을 위한 노력을 이 단계에서 이루고 있다. 흥미로운 것으로 호주에서는 한국 소수의 운동부개념과는 다르게 모든 클럽 팀이 호주 배구의 잠재적인 운동선수 팀이 되므로 여가와 엘리트 스포츠의 경계가 가장 모호한 단계가 바로 이 단계이다. 그럼 어떻게 클럽배구 선수들이 지역대표로서 활동할 수 있을까? 이를 위하여 호주는 비슷한 시기(매년 9월~12월)에 모든 클럽선수들이 각 지역배구협회에서 개최하는 대회를 참가하게 된다. 매년 참여클럽들의 수는 적게는 120개에서 많게는 170개의 팀들이 참여하고 시합 일정은 하루 14시간에 일주일을 거쳐 각 지역에서 대표 팀들을 뽑는다. 따라서 우승한 팀들이나 뛰어난 기량을 보여주는 선수들은 추천을 통하여 지역대표 배구시합에서 활동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이것이 호주 엘리트 배구의 시초가 되는 것이다.

- 지역대표배구

이렇게 다소 범위가 넓은 선별과정을 거친 지역 대표 팀들과 선수들은 한국의 전국체전과 같은 전국대회를 위하여 지역시합이 끝난 후 바로 훈련을 준비한다. 이 시기(2월~5월)에 각 지역배구협회들은 따로 지역대표 선수들을 대략 60명~70명 정도 선별 후 선수들과 함께 정기적인 훈련을 진행한다. 이 훈련을 코칭 클리닉이라고도 불리며 각 지역별로 이 훈련과정을 진행하게 된다. 이것은 클럽배구에서와는 달리 수준 있는 코칭을 통하여 효과적인 훈련을 도모하고 선수들에게 올바른 배구 및 숙련된 기술을 가르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훈련 막바지 과정에서는 이들 안에서 20~30명으로 지역대표선수들을 최종으로 선별하는 데, 이 선수들만이 전국대표 레벨 안에서 시합을 뛸 수 있다.

- 전국대표배구

이러한 중간 선별과정을 거치면 각 지역마다 200개의 팀들이 있던 클럽배구에서 각 지역의 뛰어난 선수들 20~30명으로 선수 폭이 좁아지며 엘리트 스포츠 경향이 짙게 나타난다. 이 과정 안에서는 선수들이 각 지역에서 대표가 된 후 전국대회에 참여할 뿐만 아니라 국제대표 배구를 위하여 여러 호주배구협회 프로그램을 참여한다. 이 프로그램들을 배구캠프라고 불리며 정기적으로 이뤄지는 단기간의 합숙훈련을 예를 들 수 있는데, 이 캠프에는 성별과 연령별로 총 50명의 호주배구협회에 의해 초청된 선수들이 전국에서 멜버른으로 모이게 된다. 이 기간에는 세계 주니어, 시니어 대회를 위한 선수를 선별하며 총 18명만이 최종으로 국제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게 된다.


                              국제대회를 위해 캠프에 참여한 각 지역에서 모인 선수들이다.


- 국제대표배구

이렇게 최종과정까지 오르게 된 선수들은 2가지 선택권이 주어진다. 하나는 본업을 하면서 배구시합 기간마다 합숙하여 국제시합에 참가하는 것이고 다른 것은 운동선수를 직업으로 하여 한국과 비슷한 환경에서 배구를 하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AIS (Australian Institute of Sport)배구 프로그램으로 오직 소수의 선별된 선수들만이 국비 지원을 받으며 이 프로그램을 참여하고 있다. 이 AIS 프로그램의 주요 조직은 캔버라와 애들레이드에 위치하고 있으며 오직 배구 및 비치발리볼을 위한 시설 안에서 더욱 전문적인 훈련과정을 진행한다. 또한 이 프로그램은 ASC(Australian Sports Commission : 한국의 대한체육회와 같은 협회)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며 회사의 사정에 따라 달라지는 프로팀의 불안정한 체제가 아닌 직접적인 정부 지원으로 보다 안정된 기반에서 배구를 하게 된다. 이렇게 선별된 선수들은 여가시간을 배구에만 초점을 두며 국제대회, AIS프로그램, 전지훈련 일정을 위주로 클럽배구와는 다른 특징을 나타내며 올림픽 및 아시안 대회 등 국제대회에 대표를 위하여 훈련을 진행한다.


AIS프로그램에 최종으로 선발된 선수들이며 국제대회 일정 및 AIS 프로그램에 관하여 미팅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한국에서 생소한 호주배구의 운영 체계를 살펴보았다. 이 체계는 아마추어 스포츠에서 엘리트 스포츠를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결과론적으로 효율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세계 랭킹 안에서 특히 호주 주니어 팀은 한국보다 7위가(2010.8 FIVB 사이트 기준) 앞서있을 정도로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또한 국가적으로 생활스포츠의 참여를 장려하고, 개인적으로는 선수들이 은퇴 후 문제점이 적다는 점에서 결과만을 중시하고 엘리트스포츠만 중요시 여기는 우리에게 한쪽으로 치우친 한국 스포츠 환경에 관하여 큰 시사점을 던져준다. 따라서 국가적으로 참여스포츠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선수들이 운동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체계를 갖춘다면 한국스포츠 분야는 더욱 방대하고 균형 있게 발달된 분야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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