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연(경희대학교 언론광고PR/방송영상 스피치)
너무 식상한 말이겠지만, 스포츠와 미디어는 뗄 수 없는 사이이다. 스포츠는 그 자체만으로 있을 때보다 미디어를 만났을 때 더 빛을 발하고, 미디어에게 스포츠는 아주 다양한 스토리를 제공해주는 좋은 재료이다. 대규모 스포츠이벤트에 우리나라 선수들의 활약은 미디어에서 적극 활용된다. 그리고 가끔씩 찾아오는 스포츠 '붐'에 잘 만든 스포츠 제작물은 스포츠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더불어 미디어도 영향을 받는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스포츠라는 재료로 좀 더 맛있는 요리를 하기 위해 다양한 매체에서 스포츠라는 컨텐츠를 어떻게 다루고 있고, 스포츠의 활용이 매체에 특성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보려고 한다.
- 텔레비전
(MBC스페셜 '당신은 박지성을 아는가(좌)', '추신수, 메이저리그를 치다(우)')
다양한 매체 중에서도 스포츠와 가장 친한 매체는 바로 TV일 것이다. 국내 경기부터 해외 경기까지, 공중파와 케이블을 넘나들며 스포츠를 폭넓게 다루는 것이 바로 TV라는 매체이다. 스포츠를 다루는 TV프로그램도 나름대로 분류를 하자면, 경기를 실시간 혹은 재방송으로 중계해주는 TV중계와 경기들을 한 데 모아 정리하는 하이라이트 프로그램, 이 밖에도 스포츠 이벤트나 스포츠 스타 등을 중점적으로 취재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등이 있다.
얼마 전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스포츠 빅 이벤트 중계권 문제가 스포츠 분야에서 뜨거운 화두였다. 결국 세 공중파 방송사가 함께 중계를 하는 방향으로 오랜 갈등이 끝났지만, 그만큼 TV 중계권은 스포츠의 큰 부가가치 산업이며 거대한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방송국의 스포츠PD도 이제 제작 뿐만 아니라 기획PD의 자질 또한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주로 한 주간의 스포츠 경기를 정리해서 보여주는 스포츠 하이라이트 프로그램도, 매니아 층에게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특히 요즘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의 추세는 단순히 정보 나열식이기 보다 '야구 읽어주는 남자' 처럼 특정 주제를 선정하거나 각자의 스타일을 살리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은 스포츠 특유의 감성적 코드와 다큐멘터리의 솔직하고 서사적인 구성이 잘 맞아떨어져서, 단편의 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큰 인기를 끌었다. MBC스페셜에서 방송된 '당신은 박지성을 아는가', '추신수, 메이저리그를 치다', '박찬호는 당신을 잊지 않았다' 등은 선수들의 일상 생활 속을 파고들어 그 안에서 이야기를 끌어오면서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다.
- 인터넷
(트위터 롯데자이언츠 팬 모임 (좌), 다음 인터넷 생중계 페이지 (우))
단순히 인터넷 매체와 스포츠의 결합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일주일을 새서 말해도 모자랄만큼, 인터넷 매체는 스포츠 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지대한 영향력을 미친다. 그 중에서도 스포츠의 즉시성과 가장 잘 매치되는 인터넷 매체를 고르자면 트위터와 인터넷 생중계이다. 인터넷의 발달은 엄청난 즉각성을 가져왔다. 그리고 이것은 스포츠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는 데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첫 번째는 TV가 없는 곳에서도 인터넷을 활용해서 중계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넷북 유저라면 다음이나 네이버의 HD급 화질의 실시간 생중계를 마음 놓고 즐길 수 있고, 또 스마트폰과 결합하면 트위터의 내 모임에서 팔로워들이 올려주는, 실제 중계보다 더 재밌는 우리 편의 편파 중계 실시간 문자 생중계를 볼 수 있다. 또 종목을 막론하고 스포츠는 함께 봐야 '맛'이다. 인터넷 매체의 매력은 단순히 경기를 보는 것 뿐만 아니라 채팅 창이나 트윗을 이용해서 다양한 의견을 주고 받을 수 있다는 데 있다.
(웹툰 작가 조석의 자율공상 축구탐구만화 (좌), 웹툰 작가 샤다라빠의 꼴데툰(우))
인터넷의 영향력은 단순히 즉각성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통해 전문적인 글쟁이나 그림쟁이가 아닌 사람들도 자유롭게 크리에이티브를 실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리고 이것은 스포츠에도 큰 영향력을 미친다. 스포츠라는 재료를 얼마나 재미있게 활용하는 가의 문제를 가장 신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 바로 스포츠 웹툰이다. 스포츠 웹툰은 스포츠 관련된 스토리나 정보를 전달할 뿐만 아니라, 재미로 웹툰을 보기 시작한 사람들에게 좀 더 알고 싶다, 궁금하다 라는 호기심을 자극시켜 스포츠 팬을 늘릴 수 있는 가능성을 넓힌다.
- 영화
(영화 킹콩을 들다, 국가대표, 코치카터)
영화는 기승전결이 중요하다. 때문에 스포츠에서 표현할 수 있는 극적인 효과들과 쉽게 연결될 수 있다. '열심히 하면 성공한다', 같은 구성은 스포츠가 갖고 있는 본연의 특성들과 잘 어울려, 때때로 사회적으로도 큰 화제가 되기도 한다. 스포츠 영화의 붐을 이끌었던 국가대표나 우리 생애 가장 행복한 순간과 같은 영화들은 선수들이 고된 훈련과 열악한 환경을 딛고 일어서 달콤한 열매를 맺는다는 스토리로 만들어졌다. 그 안에서 엿볼 수 있는 눈물겨운 노력과 성취가 스포츠 영화의 감동으로 이어진다. 이런 영화들은 실제 선수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서 더욱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 스포츠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도 영화라는 잘 만들어진 매체를 통해 스포츠에 보다 쉽고 재밌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 라디오
(라디오 프로그램, 아이러브 스포츠)
TV나 인터넷, 영화 등 다양한 매체들이 발전하면서 상대적으로 라디오의 파급력은 많이 하락했지만, 과거 라디오의 파워는 대단했다. 30-40년 전으로만 회귀해도 모든 스포츠 중계는 라디오를 통해 이루어졌고, 중요한 경기가 있는 날이면 사람들은 삼삼오오 라디오 앞으로 모여들었다. 라디오의 매체 파워 덕분에 과거에는 라디오 중계 중간 중간에도 광고를 했다고 한다. 한 번은 국가대표 축구 A매치 도중 두 골이 터졌는데, 두 골 모두 광고 중에 들어가서 청취자들의 원성을 샀다는 이야기도 있다.
과거 스포츠 중계의 주요 매체가 라디오였던 만큼 라디오 중계와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들도 많다. 라디오는 실제 경기 장면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캐스터의 목소리에만 의존해서 경기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75년도에 열린 배구 선수권 대회에서는 유난히 천정이 낮은 경기장에서 경기를 하게 되었는데, 우리 대표팀과 맞붙은 호주 대표팀이 너무 힘이 세서 스파이크를 넘기면 우리 선수들 손에 맞고 천장에 부딪혔다고 한다. (당시 장애물에 맞으면 무조건 마지막 손에 맞은 팀이 점수를 잃게 되는 규정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라디오로는 이 장면을 직접 보여줄 수가 없어서 스파이크 후 잠시 침묵이 흐르고 우리는 공격도 해보지 못한 채 점수를 내준 소식만 전해야 했다고 한다.
요즘에는 라디오의 매체 파워가 과거에 비해서는 많이 줄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추억을 되살리며 라디오를 듣는다. 아이러브 스포츠, 스포츠 와이드 등이 매일 스포츠 소식을 전해주는 대표적인 스포츠 프로그램이다.
- 드라마
(드라마 베스트극장- 태릉선수촌, 드라마 닥터챔프)
드라마는 영화에 비해 호흡이 길다. 때문에 빠른 전개가 핵심인 영화보다 천천히, 보다 디테일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영화가 화려한 장면 묘사와 큰 스케일, 빠른 전개가 매력 포인트라면 드라마는 좀 더 각각의 캐릭터에 중심을 두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다. 때문에 드라마에서 스포츠는 단순히 열심히 해서 승리한다는 전개를 넘어서 좌절하고 실패한 선수들의 모습, 그 가족들의 이야기, 태릉선수촌과 같이 선수들이 모여 사는 공간의 이야기, 사랑이야기 등을 세세하게 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드라마는 영화처럼 큰 파급력을 내기는 어렵지만, 대신 마니아 층을 확보해서 스포츠에 보다 깊은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다.
- 신문과 잡지
(잡지 스포츠 2.0, 풋볼 위클리)
스포츠 신문은 전파력이 뛰어난 매체이다. 굿데이스포츠, 스포츠월드, 스포츠서울, 스포츠조선, 스포츠칸, 스포츠한국, 스포츠투데이, 일간스포츠 등 다양한 스포츠 신문이 있는데, 특히 인터넷 신문으로 매체가 결합되어 스포츠 신문에 나오는 내용들이 사람들에게 금방 흡수되고 퍼지도록 만드는 힘이 있다.
스포츠 신문이 속도감이 생명이라면 잡지의 생명력은 얼마나 꼼꼼하고 재미 있는 심층 보도를 하는가에 달려 있다. 스포츠 잡지로는 베스트일레븐, 점프볼, 테니스코리아, 스포츠온, 포포투 등이 있는데 이들은 모두 각 분야의 스포츠 소식들을 하나하나 꼼꼼히 다룬다. 그래서 신문보다는 좀 더 깊은 논의를 할 수 있고 사건을 심층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잡지의 장점이다. 그러나 잡지들이 경영상의 어려움 때문에 잡지 출간을 그만두는 경우가 종종 있다. 스포츠 2.0, 풋볼 위클리 등 좋은 글들을 많이 담고 있던 잡지들이 부활했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스포츠와 관련된 미디어 매체들을 살펴보았다. 매체들마다 강한 흡입력을 갖고 스포츠와 어울어져 더욱 큰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아직까지 특정 종목들에 관심이 편중되어 있는 등 스포츠를 그려내는 데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그런 부분들을 고쳐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스포츠만이 갖고 있는 고유의 즐거움을 공유하려 한다면 스포츠와 미디어가 더욱 윈윈할 수 있는 사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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