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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곡괭이 싸커홀릭’ 저자 인터뷰

                                                                      글/한지연(경희대학교 언론광고PR/방송영상스피치)

지난 겨울 영국에 방문했을 때, 그들의 스포츠 문화 중 가장 부러웠던 것은 '서점마다 특색 있는 스포츠 서적들이 많다'는 사실이었다. 맨체스터나 런던처럼 빅 클럽이 있는 도시들은 물론이고 2부, 3부 리그가 있는 작은 도시들에서도 각 지역을 연고로 하는 클럽에 관한 책들, 전 유럽의 경기장 정보들이 상세히 담긴 책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과거에 비해 요즘 우리나라에도 스포츠에 관련된 다양한 서적들이 출판되고 있다. 이전에 '스포츠 서적'은 주로 스포츠 역사나 규칙에 관한 책이나, 학술적인 서적들, 선수들의 자서전 등이 대부분이었다면, 최근에는 스포츠 여행, 특정 구단들의 스토리, 여자를 위한 스포츠 가이드북 등 다양한 컨셉의 책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이런 추세는 독자들이 친근하게 스포츠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어서 '보다 즐거운 스포츠'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
 
2010 남아공 월드컵과 함께 세상의 빛을 본 '곡괭이 싸커홀릭' 역시 스포츠가 갖고 있는 즐거운 에너지를 마음껏 내뿜고 있는 책이다. 업계에서 유명한 디자이너인 저자 김선관 씨는 축구에 대한 열정만으로, 축구광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여행을 다녀왔다. '곡괭이 싸커홀릭'은 저자의 2009-2010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0개 구단 축구 투어를 담고 있다. 디자이너로서의 감각이 마구 느껴지는 사진들 역시 이 '축구 여행기'의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김선관 씨가 SENIOR VISUAL DESIGNER로 일하고 있는 Google Korea에서 지면에 다 담을 수 없었던 프리미어리그 축구투어 뒷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책은 재미있고 신선한 시도 였습니다. 어떻게 영국에 가기로 결심했고 이런 컨셉을 떠올리게 되셨나요.
" 예전부터 책을 쓰고 싶었고, 평범한 책들보다는 제가 좋아하는 축구, 디자인, 여행 같은 것들을 믹스한, 간직하고 싶은 책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예전부터 책의 컨셉에 대해 생각해왔어요. 축구, 프리미어리그를 무척 좋아하고, 제가 영국에 갈 당시만 해도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청용(볼튼), 설기현(레딩), 조원희(위건) 등 많은 한국 선수들이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었죠. "
 
- 축구에 빠져들게 된 계기가 있다면 무엇이셨나요.
" 2002 월드컵이 축구를 열정적으로 좋아하게 된 계기였죠. 그리고 현재 몸담고 있는 구글에서 일하기 전 야후에서 미디어 담당 디자인 팀장으로 있었는데, 2006년 독일 월드컵 당시에 일을 하면서 스포츠 채널들을 많이 접했어요. 또 박지성 선수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한 이후 박지성 선수 공식 홈페이지 디자인을 맡기도 했죠. 자연스럽게 정보를 많이 보고 듣고, 네트워크도 생기다보니 더 관심이 가더라구요. "
 
- 특별히 좋아하는 구단이나 선수가 있으신가요.
" K리그에서는 FC서울 좋아하구요. 프리미어리그에서는 물론 한국 선수들이 뛰고 있는 팀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지만, 사실 리버풀을 가장 좋아해요. 제일 좋아하는 선수는 토레스이고, 예전에는 베르바토프도 좋아했어요. "
 
 

 
- 영국에서 투어 중 인상 깊었던 점이나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다면.
" 영국을 여행하면서 느낀 점은 정말 이 나라 사람들의 대화에는 축구밖에 없다는 생각이었어요. 워낙 다들 축구에 빠져 있어서 좋은 구단도 많고 역사가 깊죠. 옛날에는 축구를 지역 별로 영역 싸움을 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지역끼리 라이벌 경쟁도 심하고 그만큼 자기 지역 연고 팀에 대한 애착감이 무척 크다는 것을 느꼈어요. 특이했던 점이라면 경기장 안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응원을 열심히 하지만, 영국 사람들은 몰입해서 선수들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관찰하며 경기를 보더라구요. 그래서 좌석도 맨 앞자리보다 약간 뒷 자리가 더 비싸요. 현지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는데, 큰 구단들에서는 저 같은 이방인이 어색하지 않은데, 도시를 벗어난 시골 구단에서는 신기하게 보시더라구요. 만났던 사람들과 나누었던 대화의 주요 키워드는 아무래도 '박지성'이었어요. 어딜가든 박지성 선수는 좋은 대화 소재가 되죠. 제가 갔을 당시까지만 해도(2009년 12월 경) 이청용 선수는 아직 그렇게까지 유명하진 않았지만 볼튼에서만큼은 이청용 선수가 신이었어요. (웃음) 경기장 들어가는 입구에 이청용 선수가 첫 골 넣었을 당시 사진이 크게 걸려 있고 메가 스토어에도 이청용 선수 관련된 물건들이 많더라구요. 경기 끝나고 나오는 데 제가 한국인 인걸 알아보고 사람들이 먼저 말을 걸기도 했구요."
 
 

 
- 책에 보면 구단의 엠블럼이나 유니폼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도 있던데요.
" 제가 축구에 전문적으로 지식이 있는 사람은 아니니까요. 유저로서, 팬으로서 잘 할 수 있는 내용들을 접목시켜 보려고 노력했어요. 역사나 그런 것들은 다른 전문 서적들이 많이 다루고 있으니까요. 제가 돌아다니면서 느낀 것들을 위주로 글을 쓰려고 했죠. 경기장을 돌면서 메가 스토어들도 많이 들렀는데, 기억에 남는 구단을 꼽아보자면 풀럼의 메가 스토어에 예쁜 것들이 많았요. 이번 시즌에 스폰서가 바뀌면서 많이 변했지만. 또 에버튼도 유니폼들이 아주 예쁘더라구요. 저도 쇼핑 좀 했어요. (웃음) 울버햄튼의 경우에는 엠블럼이 참 재밌거든요. 보통 축구 구단 엠블럼하면 용이나 호랑이 같은 것들이 그려 있는데 울버햄튼은 만화 캐릭터 같은 엠블럼이에요. 울버햄튼 역사관에 가보니까 아주 오래 전 유니폼에도 지금과 같은 엠블럼이 그려져 있더라구요. 과거에도 이런 심플한 디자인을 했다니 대단하죠. "
 
 

 
- 영국에 갔을 때, 서점에서 유럽 전 경기장 정보를 상세하게 담은 책들을 보고 정말 부러웠거든요. 단순히 책을 내는 것 이상으로 스포츠 문화 형성에 여러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해요.
" 개인적으로는 꿈꾸던 일을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즐겁게 작업했어요. 전문적으로 어떤 지식을 전달한다는 것보다는 축구를 좋아하시는 분들과 제가 경험한 즐거움을 나누자는 차원에서 책을 썼죠. 앞으로 영국으로 여행을 가는 분들께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좀 더 임팩트 있게 책을 만들고 싶었는데, 아쉬운 부분들도 많아요."
 
- 아쉬운 부분이라면 어떤 점들이 있나요.
" 여행 준비는 오랫동안 꼼꼼하게 해서 영국에서 스케줄이 틀어지거나 하는 적은 없었지만,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했어요. 영국은 겨울에 3시 반만 되면 벌써 어두워지거든요. 경기장만 돌아다니면 일정이 끝나서 그 점도 아쉬웠고 한 지역에서 오래 머물면서 관찰하지 못했던 것도 아쉽죠. 또 책 표지를 보시면 20개 구단의 팀 색깔 별로 디자인을 했어요. 이것도 처음에는 책 겉표지를 머플러 형식으로 펼칠 수 있도록 만들어 보려고 했는데 그 부분도 잘 안됐죠.  "
 
 

 
- 아쉬운 점들을 만회하는 '곡괭이 싸커홀릭2'를 내실 의향은 없으신지.
" 어렸을 때 이원복 선생님의 '먼 나라 이웃 나라'를 재밌게 읽었어요. '곡괭이 싸커홀릭'을 처음 구상할 때도 이원복 선생님처럼 시리즈물로 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죠. 다음 번에는 이탈리아 세리에A리그 구장투어를 해보고 싶어요. 세리에A에 아시아 선수들이 없는 게 좀 아쉽긴 하지만. 그밖에도 스페인, 독일, 프랑스 리그도 함께 시리즈로 만들면 재밌을 것 같아요. 노하우가 생기니까 부족한 점들을 보완해서 점점 더 좋은 책이 나오겠죠. 하지만 시간이 좀 오래 걸릴 것 같네요. "
 
- 정말 기대하고 있을게요. 꼭 2탄을 만들어주세요.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 사실 러브콜을 받고 9월 말에 미국 마운틴뷰에 있는 Google 본사로 갑니다. 본사에서는 Google의 비쥬얼 랭귀지를 만드는 일을 하구요. 비쥬얼 디자인부분총 책임을 맡게 되죠. 디자인에 관련된 책도 조금씩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있어요. "
 

 
 
- 축구에 대한 열정 뿐만 아니라 전공 분야에서도 정말 대단하시네요.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 저의 전공은 디자인이지만 디자이너로서 일을 잘하는 것 뿐만 아니라, 다양한 관심 분야에 대한 열정을 오히려 장점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일이 많이 있어요. 무엇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맞는 것 같아요. "
 

 
'곡괭이 싸커홀릭'의 감각적인 이미지들은 책 뿐만 아니라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만날 수 있다. (http://pickplus.co.kr/soccerholic/)

스포츠는 문화 현상이다. 스포츠를 단순히 그 자체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스포츠로 다양한 생산을 하고 그것들을 소비하면서 스포츠에 대한 즐거움이 배가 되고 스포츠 산업 자체에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 앞으로도 다양한 컨셉을 시도하는 스포츠 서적들이 출간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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