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체육교육과 1학년 학생들이 장애인 생활체육 현장에 처음으로 참여하면서 어리둥절해 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처음 특수체육현장에 배치되었을 때를 떠올리게 되었다. 휠체어레이싱선수들을 보조하는 역할이었는데 처음으로 휠체어를 탄 사람들을 보았을 때 너무나도 긴장했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머릿속에선 ‘어떤 말을 해야 할까?’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까?’ ‘특수체육개론 수업에서 장애인들에게 평등하게 대해야 한다고 배웠는데 도대체 어떻게 하는 것이 장애인들을 평등하게 대하는 걸까?’ 등의 오만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내가 생각한 평등은 그들을 동정하지 않는 것 이었다. 그래서 경사로를 힘겹게 휠체어를 타고 올라가는 선수를 보면서도 도와주지 않았고 그들이 불편한 손으로 휠체어를 조립할 때도 옆에서 바라보기만 했었다. 그때는 어리석게도 그들을 도와주는 것이 동정으로 비춰질까봐 그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 않는 것이 평등한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평등’ 장애인들에게 어떻게 해야 평등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10년 전 친구들과 함께 한 달 정도 캐나다 밴쿠버를 여행을 한 적이 있다. 첫날 밴쿠버 시내를 관광하면서 장애인들과 자주 마주치게 되었다. 처음엔 내가 특수체육을 전공하기 때문에 장애인들이 유독 눈에 많이 들어오겠거니 생각했었다. 하지만 둘째 날, 셋째 날에도 어김없이 하루 평균 8명 이상의 장애인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래서 그 당시 ‘밴쿠버에는 장애인들이 많이 사는 구나’ 정도의 생각을 했었다. 여행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와 생활하다가 문득 밴쿠버에 장애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이유를 깨닫게 되었다. 그 이유는 ‘평등’ 이었다.
사진출처: 대한장애인체육회
우리나라 인구의 10%정도가 장애인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하루에 한 명의 장애인도 만나기 쉽지 않다. 이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영향을 주는 한 가지는 장애인들의 이동권 문제일 것이다. 지금도 우리나라에서는 장애인들이 이동권 보장을 위하여 시위하는 것을 대중매체를 통하여 접하고 있다. 아직까지 국내 장애인들은 혼자서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수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들을 보며 안타깝게 생각하고 동정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이는 장애인 당사자에게 정말 힘들고 고통스러운 것이라고 생각된다.
밴쿠버에서는 환경적 평등이 있었다. 장애인이 많은 것이 아니라 장애인들이 타인의 도움 없이 어디든 스스로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거리에서 장애인을 많이 만날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곳의 대중교통인 버스는 대부분이 저상버스(low floor bus)로 휠체어 장애인들이 타인의 도움 없이 버스를 타고 내릴 수 있었고 대부분 건물에는 장애인 편의시설이 설치되어 혼자서 자신이 원하는 곳 어디든 편하게 다닐 수 있었던 것이다.
신체활동에서의 평등
장애인이 신체활동에 참여 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국내의 장애인 전용체육시설은 전국적으로 24곳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모든 장애인들이 전용체육시설을 이용하는 것은 역부족이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공공체육시설을 장애인들이 함께 사용하게 하기 위해서 장애인편의시설 리모델링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장애인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체육시설은 부족한 실정이다. 장애인체육에 있어서 ‘평등’은 그들이 하고 싶은 종목을 선택하여 자유롭게 할 수 있고 체육시설까지의 이동권이 보장되어 있으며 시설까지 어떠한 장애물 없이 이동하며 시설을 사용하는데 불편함이 없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또한 장애인을 지도할 수 있는 지도자들을 양성하기 위한 국가 자격제도도 하루빨리 시행 되어야 할 것이다.
장애인들에게 ‘신체활동은 신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좋은 영향을 주니 신체활동에 참여하라’는 식의 권유 보다는 장애인들이 불편함 없이 신체활동을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구성하고 그들이 스스로 운동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우리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할 과제라고 생각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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