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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체육이야기/[ 학교체육 ]

수영부 학생들의 24시, 서울체육고등학교(UCC)



수영장 문을 밀고 들어가자 정면에 한 가득 놓여있는 우승 트로피가 보였다.
“수영은 엄연히 개인 스포츠입니다. 개인 선수들의 트로피까지 포함하면
지금 보시는 것의 10배는 족히 넘습니다”
교육과 훈련의 조화로 주목 받고 있는 학교인 서울체육고등학교 수영부 이병호 감독의 말이다.

스포츠 전문 팀블로그 ‘스포츠둥지’의 첫 번째 현장탐방으로
운동을 하는 학생들에게 맞춤형 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서울체육고등학교 경영부’ 를 찾았다.



Q. 안녕하세요, 우선 서울체육고등학교 수영부에 대한 소개 부탁 드립니다.

서울체육고등학교의 수영부는 ‘다이빙’과 ‘경영부’ 두 개의 부로 나눠져 있으며,
총 42명의 학생이 재학중입니다.
지도 선생님으로는 감독인 저와, 중등부와 고등부에 각각 코치 1명씩 배치되어 있습니다.
특히 수영부는 서울체육고등학교가 개교한 1972년부터 이어져온 부서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수영은 엄연히 개인스포츠이기 때문에 학생의 1/3은 개인코치 시스템으로 훈련을 하고 있으며,
나머지 2/3는 학교의 전담 코치에 의해 훈련하고 있습니다.

Q. 서울체육고등학교 수영부의 대표적인 선수를 소개 부탁 드립니다.

수영부 학생 모두가 저희 수영부의 대표선수이기 때문에 별도로 말씀 드리기 어려운데요,
굳이 소개하자면,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국제 수영 대회 8강에 오른 정슬기 선수가 있으며,
아시안게임에서 집중 조명을 받았던 최혜라 선수가 있습니다.
이 외에도 현재 국가대표 선수 3~4명이 재학중에 있습니다.

Q. 서울체육고등학교는 학생들의 우수한 경기성적 외에도 학교 수업과 훈련간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유명합니다. 교육과정에 대해 설명 부탁 드립니다.


서울체육고등학교는 특수목적고등학교의 하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과정이 일반 학교와는 차별화되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차이는 일반 학교가 입시 위주의 교육이 대부분인 반면,
서울체육고등학교에서는 운동을 하는 학생들에 맞는 교육과정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즉, 학생들이 부담 없이 공부와 운동을 병행할 수 있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공부와 운동이 별개의 과정이 아니라, 운동도 하나의 수업이라는 생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



Q. 운동하는 학생에 맞는 교육과정이라는 것이 일반 학교를 다니는 학생, 교사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이러한 교육과 훈련 과정을 진행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지요?


서울체육고등학교의 가장 큰 목적은 훌륭한 운동선수를 양성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일반 학교의 경우에는 입시 위주의 교과과정이 진행되다 보니
운동을 하는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운동선수는 공부를 못한다’라는 잘못된 인식이 박혀 있는 것이죠.
‘이러한 폐단을 조금이나마 극복해보자’라는 목적으로 서울체육고등학교의 현재 교육/훈련 과정이
셋팅되었으며, 궁극적으로는 최소한의 지식을 보유한 운동선수를 배출하기 위해
서울체육고등학교만의 교육과정을 만들어냈습니다.

Q. 서울체육고등학교만의 독특한 교육과정의 가시적인 성과라고 한다면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요?


일반학교와 가장 쉽게 비교할 수 있는 부분이 ‘대학진학률’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수영부에서만 연 1~2명은 서울대로 진학하고 있으며, 운동을 하는 다른 학생들이 대부분
수시특기자로 진학을 하는 반면, 정시합격자가 많다는 것을 성과로 들 수 있을 듯 합니다.

실업팀으로 바로 옮기는 학생을 제외하면 대학진학률은 70~80%정도로 높은 진학률을 보이고 있죠.
하지만, 고등학교 졸업 후 실업팀으로 바로 옮겨가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대학진학률에 큰 의미를 두고 있지는 않습니다.

경기 성적으로 말씀 드리자면, 여고부의 경우에는 최근 3년간 우승을 놓친 적이 없으며,
남고부의 경우에도 경쟁상대인 경기체육고등학교 수영부와 박빙의 성적을 내고 있죠.

Q. 수영부 학생들의 일과는 어떤가요?

수영부 학생들은 모두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기상시간 후 4교시까지는 일반 수업을 듣고,
오후부터는 모든 학생들이 자신의 전공을 선택하여 훈련을 시작하게 됩니다.

좀 더 자세히 말씀을 드리면, 앞서 말씀 드렸듯이 수영부 전원이 기숙사생활을 하고 있으며,
6시에 기상을 하고 한 시간 정도 새벽훈련을 실시합니다.

8시에 아침식사를 하고, 8시 40분부터 12시 30분까지 교과수업 과정을 진행합니다.
점심식사 후에는 2시 30분부터 5시 30분까지 오후수업, 즉 훈련이 시작되며 저녁식사 후에는
공식적으로는 자유시간이지만 수영부의 경우에는 1시간 정도의 웨이트 트레이닝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9시부터는 기숙사 청소와 점호를 실시하고, 10시에는 취침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Q. 공식적인 수영대회는 거의 매달 개최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수영대회 출전이 혹시나 학생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을까 염려가 되는 것도 사실인데요,
학생들의 컨디션 조절은 어떻게 하고 있으며, 이곳 수영부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살짝 말씀해주세요.


수영은 개인 스포츠의 성격이 매우 강합니다.
컨디션이 좋다는 표현을 수영에서는 ‘물이 잘 잡힌다’라고 하는데요,
사실 모든 학생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는 다소 무리가 있습니다.

학생마다 개인의 바이오리듬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컨디션 조절은 학생들에게 맡기고 있으며,
시합을 앞두고 2주에서 한 달 정도의 기간 동안 테이퍼링, 즉 조정기를 거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때에는 평소보다 훈련량을 조금 낮추거나 식단을 가볍게 조정하여
학생들의 컨디션이 최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합니다.

Q. 학생들의 징크스 극복을 위한 감독님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수영 역시 스포츠이기 때문에 학생들마다 징크스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럴 경우에 저는 ‘마인드 컨트롤’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경쟁선수와 간발의 차이가 나는 경우라면, 이길 수 있다고 자기 예언을 하는 것이죠.

Q. 마지막으로 서울체육고등학교 수영부와 감독님의 비전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학생들이 대회에 나가 금메달을 획득하고, 최고 기록을 갱신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는 운동 이후의 생활, 즉 사회에 나가서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고 싶은 것이 저의 작은 소망입니다.
단기간의 성취 보다는 학생들의 중장기적인 비전을 바라보고, 지금의 훈련 과정이
그리고 저의 말 한마디가 학생들의 사회생활에 도움이 되는 교육을 계속해서 만들어내고자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도 서울체육고등학교처럼 학생들에게 맞는 교육과정을 진행하는 것이
학생들에게 그리고 사회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수영부의 한 학생의 인터뷰에서 운동선수로서의 기록 단축 보다는
우리나라 스포츠계를 꾸려나가는 전문 스포츠 경영인이 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러한 생각을 갖도록 배경을 만들어 준 것이 서울체육고등학교의 교육과 훈련의 결과라는 생각을
잠시 하게 되었다.
이상, 진정으로 학생들의 미래를 걱정하고, 발판을 마련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서울체육고등학교 수영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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