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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폴더/스포츠미디어

소셜 미디어(social media), 스포츠에 있어 위협인가 기회인가?

        

                                                                            글 / 김인준 (서울대 체육교육과 대학원 과정)


날이 갈수록 커져가는 지구촌 스포츠 축제

한국 팀 최초의 원정 16강, 부부젤라(남아공의 전통악기)의 소음, 심판의 오심, 족집게 점쟁이 문어 토마스 등 역대 치러진 다른 월드컵 이상으로 많은 화제를 낳았던 2010 남아공 월드컵이 스페인의 사상 첫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이제 월드컵은 단일 종목 대회로는 가장 많은 세계인들이 지켜보는 지구촌 최대 규모의 축제, 그야말로 메가 이벤트(mega-event)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실제로 2006 독일 월드컵 결승전의 전 세계 시청자가 약 7억 명이었다고 하니 그 규모가 얼마나 큰지 짐작해 볼 수 있다.

이렇게 월드컵의 대회규모가 날이 갈수록 커지면서, 대회를 주관하는 세계 축구 협회 FIFA는 월드컵을 중계할 수 있는 권리, 즉 방송 중계권을 세계 각국의 방송사들에게 갈수록 비싸게 팔아넘기고 있다. 이것은 우리도 예외가 아니며, 국내에서도 한 방송사가 단독으로 중계권을 계약하여 이것이 대회 시작 전부터 큰 이슈가 되기도 했다. 방송사들에게 스포츠는 시청자의 이목을 사로잡는 최고의 컨텐츠 중 하나이기에 월드컵이나 올림픽과 같은 메가 이벤트의 중계권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에 날개를 달아준 미디어

그렇다면 왜 매 대회마다 중계권료가 이처럼 천정부지로 치솟는 것일까? 방송 중계가 없는 월드컵을 한번 상상해 보기로 하자. 지금처럼 지구 반대편에서 열리는 경기를 TV 생방송으로 시청할 수 없을 것이고, 오직 경기장에서 관람하는 관중들만 경기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월드컵이나 올림픽은 지금과 같은 세계인의 축제가 될 수 없었을 것이고, 김연아 선수나 데이비드 베컴, 우사인 볼트 같은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들도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처럼 스포츠에 ‘날개’를 달아준 것이 바로 미디어였다. 미디어는 스포츠가 태생적으로 가진 시간적-지역적 제약성(스포츠는 경기가 열리는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볼 수 있을 때, 스포츠가 가진 역동성을 극대화시켜 사람들에게 흥미를 일으키지만, 시간과 장소를 놓쳐버리면 그 가치를 잃어버리게 되는)을 극복하게 하였고, 스포츠가 가진 다양한 장점들을 극대화 시켰다. 천문학적인 중계권료의 이면에 이와 같은 미디어의 힘이 스포츠를 주무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미디어가 가진 힘으로 인해 미디어는 지금까지 스포츠의 ‘주인 노릇’을 톡톡히 해 왔다. 스포츠 경기의 규칙이나 경기 일정뿐 만 아니라 경기의 복장, 심지어 경기의 용구에 이르기까지 미디어의 입맛에 맞게 바꾸어 놓았다. 선수들의 백넘버가 생긴 것도 TV 중계가 등장한 이후인데 똑같은 유니폼을 입은 선수 개개인을 식별하기 위함이었다. 이 뿐만 아니라 공격자 중심의 축구 규정 변화(더 많은 골이 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나 프로농구의 4쿼터제(더 많은 광고를 경기 중간에 끼워 넣기 위하여), 축구나 야구의 야간경기(퇴근시간 이후로 더 많은 시청자를 확보하기 위해) 등이 그것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도록 미디어는 스포츠를 바꾸어 놓았다.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

그렇다면 앞으로도 미디어는 스포츠의 ‘주인 노릇’을 하게 될까? 여전히 방송이나 신문과 같은 기존의 미디어들은 대중의 눈과 귀를 사로잡기 위한 다양한 컨텐츠를 생산하고, 월드컵이나 올림픽과 같은 메가 스포츠 이벤트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붓고 있는 가운데 최근, 미디어와 관련하여 재미있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작년 초, 미국 허드슨 강에 비행기가 불시착 했을 때, 이를 가장 먼저 알린 것을 뉴스 속보가 아닌 승객을 구조하러 가던 구조대원이었다. 그가 자신의 스마트 폰(smart phone)으로 올린 사고 현장의 사진과 소식이 인터넷을 통해 불과 몇 분 만에 미국 전역으로 퍼졌고, 오히려 TV 뉴스에서 거꾸로 이것을 바탕으로 사고 속보를 시청자들에게 전하기도 했다.

또, 국내에서는 지난 6월에 있었던 지방 선거에서 여러 대중 매체들이 실시한 출구 조사의 예측을 뒤엎는 선거 결과가 곳곳에서 나왔는데, 그 바탕에는 투표 마감 시간을 얼마 남기지 않고 스마트 폰을 이용해 쏟아진 투표 독려 메시지와 투표 관련 정보가 큰 힘을 발휘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 두 가지 사례의 공통점은 바로 ‘트위터(twitter)’라는 1인 미디어가 소셜 미디어(social media)로서 기능했다는 것이다. 특히, 지방 선거의 사례는 자신이 직접 고르고 선택(트위터에서는 특정 인물, 매체의 소식을 선택하여 구독하는 것을 팔로우-follow-라 한다)한 미디어가 주는 메시지가 얼마나 강력한 신뢰성과 설득력을 갖는지 잘 보여주었다.






소셜 미디어(social media)

이처럼 기존의 미디어, 대중 매체를 극복하는 혁명적인 미디어가 등장하고 있다. 소셜 미디어가 바로 그것이다. 소셜 미디어란 기존의 매스 미디어처럼 정보나 컨텐츠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웹 기반 기술을 통한 양방향 소통을 활용하여 많은 사람들이 정보와 컨텐츠를 소비하는 동시에 정보와 컨텐츠를 생산하고 유통시키는 미디어를 말한다. 이 소셜 미디어는 정보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각 주체들이 거미줄처럼 얽혀있기 때문에 정보의 접근이 아주 쉽고 또한 정보의 확장 속도도 아주 빠르다. 이미 우리의 일상생활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은 미니홈피, 블로그, UCC(사용자가 직접 제작한 컨텐츠), 마이크로 블로그라 불리는 트위터(twitter) 등이 모두 이 소셜 미디어의 기능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소셜 미디어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정보의 생산과 유통, 소비에 이르는 전 과정에 있어서 높은 수준의 신뢰성과 정확성, 신속성을 확보해 나가면서 지금까지 매스 미디어가 가지고 있던 독점적 지위를 위협하는 동시에 정보의 수용자, 혹은 소비자였던 개인을 정보의 생산자로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보가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것이 아니기에 잘못된 정보일지라도 많은 개개인들에 의해 수정되고 재생산과 유통의 과정을 통해 더욱 정확하고 정교해 질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것이 소셜 미디어만의 차별화되는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소셜 미디어는 기존의 미디어와 결합하여 더 새롭고 강력한 미디어를 만들어 내는 유연함까지 가지고 있다. 방송사를 비롯한 다양한 매체와 기관들이 앞 다투어 소셜 미디어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으며, 이를 통해 소셜 미디어에서도 개인들이 대중매체의 컨텐츠를 소비하고 재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이와 같은 미디어의 결합은 정보의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다양한 접점을 만들어 내면서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과거 명확히 구분되던 정보 생산자-정보 소비자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이와 같은 다양한 변화들은 그 시작에 불과하며, 소셜 미디어의 등장은 미디어의 판도를 바꾸어 놓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첨단 정보 통신의 발달과 스마트 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의 대중화는 이 현상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다.


소셜 미디어 - 스포츠에 있어 위협인가 기회인가?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소셜 미디어의 등장은 다른 분야뿐만 아니라 스포츠에 있어서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과거 방송 미디어가 스포츠가 가진 시간적, 지역적 제약을 극복하게하고 스포츠 고유의 가치를 극대화 시킨 것처럼, 스포츠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다줄 미디어가 등장하고 있다. 그렇지만 소셜 미디어가 기존의 매스 미디어를 대체한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중계권과 중계권료 수익, 스폰서 권리와 스폰서 수익처럼 여전히 스포츠 산업을 움직이는 동력, 즉 스포츠의 부가가치는 대부분 기존의 미디어로부터 파생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소셜 미디어의 등장은 기존의 미디어를 보완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과거 스포츠에 있어서 수동적 수용자이자 소비자였던 개인들이 앞으로는 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더욱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스포츠 컨텐츠의 소비와 유통, 그리고 재생산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스포츠 경기의 소식이나 동향에 대한 정보를 언제 어디서나 쉽고 빠르게 접근 할 수 있게 되어 스포츠를 즐기고 향유할 수 있는 수단이 더욱 다양해지고, 단순히 보는 스포츠가 아닌 보는 동시에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는 입체적 스포츠의 장이 열리게 될 것이다.

이처럼 미디어와 스포츠에서 일어나고 있는 많은 변화들은 결국 서로에게 다양한 선택의 폭이 생긴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만큼 많은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 스포츠와 미디어는 과거와 같은 고정적인 역할이 사라지고 각자 자신의 목적에 맞게 미디어는 스포츠를, 스포츠는 미디어를 활용하게 될 것이다. 고정되어있지 않고 다양한 가능성이 존재하는 스포츠와 미디어의 관계는 각각을 더욱 풍부하게, 그리고 서로를 더욱 이롭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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