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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남아공월드컵과 대한민국 스포츠 독점중계의 해법은?

                                                                                 글 / 김용만 (단국대학교 스포츠경영학과 교수)


SBS에서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을 독점 중계하자 KBS와 MBC가 맹공을 퍼부으며 바야흐로 대한민국
에도 중계방송 전쟁에 대한 서곡이 울렸다. 형님 격인 KBS와 MBC 두 방송사에서 막내 격인 SBS에 화가
잔뜩 난 것은 올림픽 중계방송을 하지 못한 것도 있지만 그보다 월드컵을 중계하지 못하게 된 것에
대한 상한 자존심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두 방송사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하는 것은 광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좋은 콘텐츠를 빼앗겼다는 계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절대로 주도권을 빼앗길 수 없다고
배수진을 친 SBS와 융단폭격을 해서라도 자존심 회복과 광고수익을 얻으려는 두 방송사 간에 치열한
법적 다툼을 벌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닌가 싶다. 대한민국에서도 스포츠를 놓고 독점중계를
하려고 방송사 간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는 것을 보니 스포츠의 가치가 높아진 것이 사실인가 보다.


                                              콘텐츠출처: 오픈애즈(http://www.open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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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 어떤 전쟁이 시작되었나?

과거 대한민국의 국제 스포츠이벤트에 대한 방송중계 협상은 KBS·MBC·SBS 등 지상파 3사로 구성된
스포츠중계권 협의체인 ‘코리아풀(Korea Pool)’에서 결정하였다. 엄밀히 말하면 담합을 통해서
중계권료를 싸게 지불하고 사이 좋게 나누어 방송을 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MBC가 박찬호가
맹활약할 당시 메이저리그야구를 독점 계약하여 방송 3사의 ‘합동방송시행세칙’을 어기면서 다툼이
촉발되었다. MBC가 약속을 위반하자 곧 바로 KBS는 국내 프로스포츠 중계권을 독점계약 하면서
MBC에 보복을 가해 실질적으로 방송 3사 간 ‘합동방송시행세칙’은 파기되었다. 이로써 오랜 동안
국제스포츠 중계협상 시 대한민국의 광고시장이 협소하다는 핑계로 방송 3사의 ‘코리아풀’을 통해 저렴
하게 중계권을 획득했던 구조는 깨지고 말았다. 그리고 2010밴쿠버동계올림픽 때부터는 대한민국에
독점중계를 둘러싼 방송사 간 총성 없는 새로운 전쟁이 시작되었다.


왜 방송중계권 쟁탈전인가?

그렇다면 SBS는 왜 일부 여론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독점중계를 고집하는 것이며, KBS는 법적 소송을
불사하며 SBS의 독점중계를 저지하려 하는 것일까? 합리적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한 근거들을 제시하며
여론전을 벌이며 본질을 숨기려 하지만 핵심은 간단하다. 올림픽이나 월드컵과 같은 스포츠이벤트
만큼 더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방송사들마다 케이블과 위성 등 뉴미디어 분야에
진출하면서 이에 필요한 콘텐츠를 확보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중계권 쟁탈전은 어쩌면 피할 수 없는
외나무다리일 수밖에 없다.


독점중계권은 잘못된 것일까?

경제수준이 높은 스포츠선진국은 이미 오래 전부터 독점중계권 형태가 정착되었다. 방송사 간 치열한
물밑 쟁탈전은 있겠지만 일단 주관방송사가 결정되면 국민들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시 말해서 독점중계 형태는 어쩌면 세계에서 기준으로 통용되는 규범인
글로벌 스탠더드(global standard)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의미에서의 독점중계는 대한민국처럼 하나의 방송사만이 독점적으로 중계를 하는 형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독점중계권이란 중계방송에 대한 독자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하는 것으로 자국 내 타 방송사에 재판매 할 수 있는 권리를 포함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독점
중계권 프로그램은 외국에서는 일반화 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여론에 의한
본질의 호도 때문인지 아직은 개운치 않은 면이 남아 있는 것 같다.


대한민국 독점중계의 해법은 무엇인가?

이제 과거 담합형태의 중계권 협상으로 값싸게 스포츠중계권을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되었다.
방송사간 담합 룰인 ‘합동방송시행세칙’이 깨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제 대한민국의 경제적 수준
이나 국제 스포츠의 위상 정도에 비추어 볼 때 IOC나 FIFA에서 대한민국에 값싸게 중계권을 줄 리 만무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한민국에서도 독점중계권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그 구조를 이해
하는 것이 더 이상의 불필요한 갈등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앞서 언급했지만 각 방송사 간 갈등의 핵심은 서로 입장에 차이는 있지만 모두 월드컵을 비즈니스의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오히려 비즈니스 구조 혹은 시장경제논리로 이해함이
옳을 듯싶다. 독점중계권 프로그램은 본질적으로 국민들의 보편적 시청권을 침해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왜냐하면 다른 방송사는 권리를 가지고 있는 주관방송사로부터 구매를 하여 방송중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설령 SBS만이 월드컵 중계를 한다 하더라도 축구를 좋아하는 시청자는 SBS를 보면
되고 축구를 싫어하는 시청자는 다른 채널을 선택하면 되는 것이다. SBS 방송사가 싫기 때문에 다른
방송사에 방송중계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것은 국제스포츠계의 독점중계권 프로그램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렇다면 오히려 스포츠 비즈니스 차원에서 독점권을 가지고 있는
SBS로부터 KBS와 MBC가 중계권을 구매하여 중계도록 요구하는 것이 오히려 옳은 것이 아닌가 싶다.

대한민국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실패의 위험을 무릅쓰고 위험천만하게
독점중계권 계약을 한 것은 SBS의 사업적 성과이다. KBS와 MBC가 SBS의 노력을 인정하고 남은
2012런던올림픽과 2014브라질월드컵 중계권 협상에 전향적인 자세로 임하는 것이 이상적인 해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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