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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우즈의 위기대처전략에 주목한다.

                                                                           글 / 김기한 (서울대학교 체육교육과 조교수)



● 타이거 우즈와 위기관리론(Crisis Management)

천하의 타이거 우즈가 한방 맞았다. 자업자득이니 누구를 원망할 일도 없다. 연쇄적으로 터지는
새로운 "소식"에 거칠 것 없어 보이던 우즈도 무방비 상태로 끌려가는 것처럼 보인다.

대충 이야기가 이렇다. 지난 11월 27일(현지시각) 새벽 2시가 넘은 시간에 우즈가 손수 운전하던
차량이 소화전과 가로수를 들이받는 교통사고를 낸다. 도대체 무슨 이유에서 새벽 2시가 넘은
시간에 운전을 했으며, 어디를 가는 것이었을까. 그리고 사고당시 함께 있지 않았다가 뒤늦게
현장으로 나와 우즈를 차 밖으로 꺼내준 부인 앨린. 경찰서에서 사고 경위에 관한 진술을 거부한
우즈. 이런 저런 의문점들에 기자들은 사건을 파기 시작했고, 결국 사건 발생 3일 후 우즈는 불륜
사실을 사실상 인정한다. 그럼에도 사건은 진정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지금까지 14명의
"우즈녀"가 수면위에 드러난 상태이다.





우즈는 이번 사건으로 복구불능의 상태가 될 것 인가.

아직 그렇다고 속단하기는 이르다. 우즈가 누구인가. 34세의 나이로 메이저 대회 14승을
포함해 총 82승을 거두고 있는 슈퍼스타이자, 스포츠 선수로는 처음으로 10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는 움직이는 일인 기업 아닌가. 모든 기업에 기업PR 전문가가 있듯, 우즈 역시 전문
홍보인력이 대거 투입돼 주워진 상황에서 최선의 대처방법을 찾고 있을 것임이 틀림없다.

이와 같이, 기업 또는 개인이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과정을 PR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위기관리"(crisis management)
라고 한다. 한편, 위기에 대처하는 개인 또는 조직의
구체적인 대처 방식을 "위기대처전략"(crisis response strategy)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우즈의 현재까지 위기관리 전략은 어떠했으며, 앞으로 어떻게 전개 될 것인가. 또
그 결과는 어떻게 나타날 것인가. 이러한 점들이 이번 타이거 우즈 사건을 바라보는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아닐까 한다.


● 위기대처전략¹) (Crisis Response Strategy)

PR의 관점에서 위기(crisis)라 함은 예고 없이 찾아오는 개인 또는 조직에 해를 입힐 수 있는
사건 또는 상황을 말 한다. 이러한 위기상황에 대한 대처전략, 즉 위기대처전략(crisis response
strategy)은 위기의 종류와 위기에 처한 개인과 조직의 내적/외적 변수들을 고려하여 맞춤형으로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 PR전문가들의 상식이다.

위기의 종류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위기 상황에 대한 "책임의 정도"에 따라
루머(rumor), 자연재해(natural disasters), 타인에 의한 악의적 행동(malevolence), 사고(accidence),
법적/윤리적 위반행위(transgression)로 나눌 수 있다. 즉, "루머"에서 "위반행위"로 이동 할 수록
위기에 연루된 개인 또는 조직의 책임이 커짐을 의미한다.

이와 같이 다양한 유형의 위기상황에 대한 대처전략은 위기상황 부정(denial), 위기에 대한
책임의 극소화(execuse), 위기에 처한 조직/개인의 피해인식 최소화(justification), 공중의 동의
및 선처 요구(ingratiation), 위기상황 복구 작업(corrective action), 사죄(full apology)의 6가지
형태로 구분할 수 있다.

이러한 6가지의 위기대처전략을 찬찬히 살펴보면, 위기상황 자체를 부정하는 "매우 방어적
(defensive)인 태도"에서 사죄를 하며 어떠한 벌도 달게 받겠다는 "매우 순응적(accommodative)인
태도"로 다양한 접근 방식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위기 대처전략은 상황에 따라 극단적으로
방어적이거나 반대로 매우 순응적일 수  있다. 가령 악의적 루머가 퍼진 경우, 루머가 진실이
아니라는 점을 적극 알림으로 위기 자체를 부정(denial)하는 방식을 택할 수 있으며, 이는 가장
방어적인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위기에 연루된 개인이나 조직의 책임이 커지면 커질
수록, 예를 들어, 위반행위(transgression)에 가담한 사실이 명백할 경우, 방어적이기 보다는 좀더
순응적인 전략을 적용하는 것이 위기관리의 정석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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¹) W. Timothy Coombs (2000), "Designing Post-Crisis Messages: Lessons for Crisis Response
Strategy," Review of Business, 21(fall), 37-41.




● 타이거 우즈의 전략

무수히 많은 기사에도 불구하고, 사건 발생 이후, 우즈 측의 공식 대응은 그의 웹 사이트를
통해 발표된 3번의 공식 성명에 불과하다. 이 3번의 공식 성명을 분석해보면 우즈 측이 바라보는
위기인식의 변화와 그에 따른 발 빠른 대처 전략을 쉽게 읽을 수 있다.

첫 번째 공식성명

사건발생 3일후(11월 29일) 침묵하던 우즈는 자신의 공식 웹 사이트를 통해 첫 번째 성명을
발표한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이 상황은 내 잘 못이고, 나와 내 가족에겐 분명히 당혹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내 가족에
대한 많은 소문은 모두 거짓이고 무책임한 것이다."

이는 명백하게 위기상황 부정(denial)전략에 해당하며, 이러한 전략을 통해 항간에 떠돌던
불륜 설을 단순 루머, 즉 사실이 아닌 유언비어로 평가절하 하여, 위기상황 자체를 부정하려고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전략 수립의 대전제는 물론 떠도는 소문이 "루머"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사실이 아닌 유언비어에 대한 대처방식으로 위기상황 부정(denial)전략이 효과적일 수 
있으나, 명백한 증거를 가지고 있는 "사실에 바탕을 둔 소문"에 대해서는 오히려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많다. 따라서 우즈 측이 최초에 실행 했던 위기상황 부정(denial)전략은 우즈의
불륜을 뒷받침 할 증거물이 없을 것임을 가정한 대처방안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1차 성명 발표이후 불과 3일만에 우즈의 불륜을 밝혀줄 증거가 보도되었고, 우즈 측의
위기대처 전략은 가장 방어적인 위기상황 부정(denial)에서 가장 순응적인 사죄(full apology)
전략으로 급선회 하게 된다.


두 번째 공식 성명

우즈의 첫 번째 공식 성명이 발표 된지 정확히 3일만 인 12월 2일(현지시간) 두 번째 성명이
발표된다. 우즈는 두 번째 성명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다.

"나는 내 가족을 실망 시켰으며 나의 위반행위(transgression)를 온 마음으로 후회 한다"

이는 그간 언론에 보도된 불륜 설을 위반행위(transgression)란 단어를 사용하며 사실상 시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불륜 설에 대한 반박보다는 사죄의 말을 전하는데 주력하였으며, 이는
우즈 측의 위기대처전략이 위기상황부정(denial)에서 사죄(full apology)로 전환되었음을 의미한다.

한가지 주목 할 만한 점은 우즈의 내연녀로 지목된 한 여성이 US Weekly를 통해 우즈와 주고받았던
문자 메시지를 불륜을 입증할 "증거"로 제시 한 직후(일부 언론에 의하면 3시간 이후) 우즈의 2차
성명이 발표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황으로 미루어 볼 때, 위기상황 부정(denial)에서 사죄
(full apology)로의 전략수정은 반박하기 힘든 증거가 보도되었기 때문으로 풀이되며, 이러한 전략
수정은 PR의 관점에서 볼 때 적절했다고 볼 수 있다.


세 번째 공식 성명

사건 발생 2주가 지난 12월 12일 우즈는 세 번째 공식 성명을 발표한다.

"더 나은 남편, 더 나은 아빠, 더 나은 인간이 되는데 집중하기 위해 프로 골프 생활을 무기한
쉬기로 결심했다"는 내용이다. 이날 성명에서 우즈는 사건 발생이후 최초로 불륜(infidelity)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자신의 잘못을 시인했다.

얼핏 보면 단순 사죄(full apology)의 성명으로 들리나, 이보다는 2차 성명을 통해 전달한 사죄의
메시지를 뒷받침 하는 위기상황복구(corrective action)전략으로 해석하는 것이 정확 할 것이다.
위기상황복구 전략(corrective action)이란 위기로 야기된 피해를 어떻게든 원상태로 복구하고자
하는 전략으로 유조선 사고로 인한 기름유출 위기상황에서 적극적인 해양 정화작업을 실시함으로써
사고 이전상태로 수질을 되돌리고자 하는 노력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우즈의 위기상황에서 피해상황은 단연 "가정의 파탄"이며, 우즈의 3번째 성명에서 밝힌 내용은 파탄
난 가정을 최선을 다해 "복구" 해보겠다는 의지의 피력으로 해석 할 수 있다. 사실 우즈가 앞으로
영원히 골프를 하지 않을 것 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보다는 지나 2차
성명에서 밝힌 사죄(full apology)이후 위기상황 복구(corrective action)전략을 추가한 위기대처
전략(crisis response strategy)으로 풀이된다.


● 앞으로의 타이거 우즈

우즈가 취하고 있는 위기대처전략(Crisis Response Strategy)은 PR원칙을 아주 충실히 따르는
교과서적 대처라 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전략으로 우즈에게 타격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엄청난
이미지 실추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현재로선 얼마나 더 큰 이미지 실추가 이루어질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순차적인 위기관리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사실 이제까지의 위기대처전략보다는 앞으로의 대처가 더욱 중요 할 것 이다. 아직까지 우즈
사건은 대중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유발하는 "뜨거운 감자"이다. 대중들의 집중적인 관심이
어느 정도 누그러진 다음 우즈는 추가적인 위기관리 시스템을 가동 할 것이다.
아마도 추가적인 대처는 동의 및 선처 요구(ingratiation)전략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선행을
배품으로, 또는 과거에 행한 선행을 부각시킴으로서 실추된 이미지를 만회하고자 하는 전략으로,
사죄(full apology)와 위기상황 복구(corrective action)전략과 더불어 순응적인(accommodative)
전략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타이거 우즈가 앞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 이상
기존의 "바른생활 사나이"이미지로 대중들에게 어필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어떠한 이미지를
개발해야 할 지는 앞으로 우즈의 홍보수석이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프로 데뷔 후 10년간 좋았으니 이제 어려운 날도 있나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미지가
실추되었다 회복한 유명인의 경우가 적지 않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여비서와의 부적절한
관계이후 바닥에 떨어졌던 명성이 어느새 다시 좋아지지 않았는가).
우즈의 앞으로의 PR전략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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