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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체육이야기/[ 전문체육 ]

만들어지는 스타! 누구의 프로젝트인가?

글 / 이근모(부산대학교 체육교육학 교수)


 
스타는 후기 근대성이 낳은 쌍둥이 담론,
즉 신자유민주주의와 소비자본주의의 체현으로 대중매체를 자양분으로 삼는다.
오늘날의 문화가 과거와 다른 점이 있다면, 지난 4세기에 걸쳐 이루어진 대중 매체 테크놀로지의
확산과 발전에 의해 다양한 유명인이 일상생활의 모든 측면을 주입하고 알리는 규모와 범위일 것이다.

공식초상화, 활판 인쇄술, 신문, 사진, 잡지, 영화, 라디오, 인터넷들은 문화적 영역 내에서
인간의 집합적 이미지를 확대, 강화해왔다.
특히 지난 한 세기 동안 매체를 통해 매개된 공인은 1950년대 이후,
텔레비전의 급속한 보급과 함께 더욱 바른 속도로 양산되었다.
놀랄 만큼 짧은 시간에 보급률이 임계치를 돌파하면서, 텔레비전은 신문, 라디오, 영화 등을 제치고
가장 영향력 있는 대중 매체의 자리에 올랐다.

“매체는 메시지이다”라는 맥루언(1964)의 견해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텔레비전은 동일시하기에 적합한 그리고 수용자들로부터
가상의 친밀감을 가지도록 조장하는 타입의 대상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일반 수용자들 사이에 외모의 묘사 또는 외모에 대한 기대와 관련된 어휘를 늘리는 대중매체로 떠올랐다. 특히 매체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스타덤과 명사로서의 지위를 흥행시키는 역할 또한 커진다.

새로운 “텔레비전 문화”의 개별화된 생산 미학이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면서
공인의 발굴, 양성, 현시, 찬사/혹평 등을 통해 모든 사람들은 명사를 생산하거나 소비하게 되어 있다.
실제로 스타산업(스타의 정체성을 만드는 일을 맡은 제도 및 개인)은 다면적이고 통합적이며
고도로 합리적인 현상으로 진화해 왔고,
이를 통해 사람들은 분야를 막론하고 스타로서 생산되고 마케팅 될 수 있다.

이러한 스타산업의 최적의 목표는 개인 혹은 그 대리인(에이전트)이 문화 생산의 다양한
산업적 측면들을 적절히 조율하여 일관성 있고 가시도 높은 스타다운 정체성을 만들어 내는 데 있다.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각종 대중매체가 스타의 재현을 위해 선택하는 방식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서로 모순된 메시지가 유통되는 일이 잦다는 것
이다.


2004년 탤런트 이승연이 "종군위안부"를 테마로 한 누드 영상 프로젝트 추진 방침을 밝힌 데 대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 관련 단체가 이에 반발하고 나섰으며,
이러한 예는 서로 모순된 메세지가 유통된 결과로써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한
업적 목적으로 의도된 바와는 달리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모욕과 수치심을 민족적 자존심을 자극하는 계
기가 되었다.

또한 문화생산자가 가장 세심하게 세운 계획마저도 아직 생산과정에 있는 스타들이 저지른,
예기치 않았거나 의도하지 않았거나 물의를 빚을 만한 행동으로 인해 물거품이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러한 행동은 기업 스폰서와 체결한 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경우부터
마약복용, 폭력행위, 성추행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데, 특히 후자의 경우는
문화적으로나 상업적으로 가장 확실한 기반을 잡은 스타의 위상을 치명적으로 훼손시킬 수 있다.

스타에 사로잡힌 오늘날의 문화에서 스포츠 선수는 최고의 유명세를 누리는 시대적 명사에 해당한다.
사람들은 스포츠 스타의 경기력 이외에 무엇을 입고 마시고, 어느 차를 타는지부터 시작하여,
애정생활, 경제적 능력 등에 매혹되며, 매스미디어는 이러한 부분을 조명하고 확대화 함으로써
오늘날의 미디어문화를 주도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많은 스포츠 스타가 다른 문화 영역의 상상된 체현물들과 구별되는
다양한 특질을 갖고 있다는 것은 스포츠는 기본적으로 실력본위의 분야로 간주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스포츠 스타는 수행상의 우수성에 따른 당연한 보상을 받는 것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신자유주의적 분위기 속에서 스포츠 명사 대열에 오르는 문제가
습관적으로 타고난 재능, 노력, 행운 등의 개인적인 자질 문제로 환원됨으로써
스포츠 스타라는 지위 또한 대중의 상상계 내에서 성공을 향한 헌신에 다른
당연한 보상으로 여겨지게 된다.
특히 스포츠라는 실제가 갖고 있는 외견상의 생생하고 드라마틱한 직접성 덕분에
스포츠 스타는 진정성이라는 중요한 허울
을 쓰게 되며,
이로써 상대적으로 훨씬 공공연하게 가공되는 다른 문화 영역의 스타와 차별화된다.

덧붙여 세계화(globalism)에 따른 국가적 경계를 넘나드는 초국가적 스타들은
글로벌 기업자본주의의 작동에 힘입어 지구를 가로지르며 의미 있는 효과를 발휘한다.
세계적인 브랜드 나이키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지성 선수를 모델로 be the legend(전설이 되어라)라는 캠페인 광고를 통해
세계적으로 자랑스런 한국인 박지성 선수에게 힘을 불어넣고,
한국 축구의 어린 꿈나무들에게 할 수 있다는 꿈과 희망을 전한다고  그 취지를 밝혔었다.
이러한 광고는 박지성 선수가 스포츠 선수로서 훌륭한 경기력과
실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오히려 나이키에 의해 선택된 그는
그의 스타성을 공고히 하는 기회로 나이키에 감사해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 스포츠둥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