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김혁출 (국민생활체육회 전략기획실장)
선진 스포츠시스템 ‘스포츠클럽’이란?
스포츠선진국으로 도약하려면 스포츠시스템의 선진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스포츠시스템의 선진화란, ‘인위적으로 선수를 육성하여 메달을 따는 방식’이 아니라, ‘생활체육의 큰 틀에서 우수선수들이 발굴되는 시스템’을 말한다.
스포츠클럽은 스포츠시스템의 선진화를 이루기 위한 필수과제다. 스포츠클럽은 특정 종목 중심의 동호회가 아니다. 공공체육시설을 기반으로 3대가 어우러지고, 다양한 종목이 공존하는 지역 스포츠활동 자치조직이다.
어린이는 멋진 미래를 꿈꾸고, 중장년층은 삶의 에너지를 충전하고, 어르신들은 건강한 노후를 영위하는 스포츠 7330 실천 현장이자 지역 사랑방이다. 때문에 스포츠클럽은 스포츠동아리가 아니라 문화공간으로 해석해야 하며, 국민복지 수단으로 인식․육성해야 마땅하다.
그런 점에서 스포츠클럽의 교과서로 불리는 독일의 시스템은 우리가 추구하는 선진 스포츠시스템의 방향성을 가르쳐주는 중요한 사례가 될 것이다.
독일에선 스포츠클럽이 법적 보호받아
독일 스포츠의 기초는 스포츠클럽이다. 스포츠클럽을 통해 국민들은 삶을 살찌우고 행복한 미래를 논한다. 스포츠클럽이 국민건강을 증진하는 주요 수단이 되고 있으며, 청소년 선도기능과 세대간 갈등해소 기능도 맡고 있다.
올림픽에서 우수성적을 거두는 선수들도 모두 스포츠클럽에서 생활체육을 즐기다가 엘리트선수로 발전했다. 우수선수들이 은퇴하면 다시 돌아오는 곳도 스포츠클럽이다.
독일에서 스포츠클럽이 활성화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가장 중요한 요인은, 스포츠클럽에 가입하면 누구나 저렴한 비용으로 자신이 원하는 종목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자신의 수준에 맞는 파트너를 구해 탁구나 배드민턴도 할 수 있다. 체조나 펜싱도 하고 농구나 핸드볼도 함께 즐긴다. 초보자들을 위해 클럽소속의 자원봉사자들이 자세히 가르쳐준다.
그리 먼 곳까지 가지 않아도 스포츠클럽은 존재한다. 독일의 유명한 생활체육 정책인 골든플랜(Der Goldene Plan)에 의해, 걸어서 10분 이내의 거리에 다양하고 편리한 체육시설이 확충돼 있고, 이를 기반으로 스포츠클럽이 조직돼 있다.
직장인들은 오후 3~4시에 퇴근하면 곧장 스포츠클럽으로 간다. 운동도 하고 이웃들과 가볍게 맥주도 즐기는 사랑방이다. 이런 환경 덕분에 전체인구의 40%에 육박하는 3,000여 만 명이 9만여 개의 스포츠클럽에서 활동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스포츠클럽을 조직하기가 쉽다. 일곱 명만 모이면 만들 수 있다. 독일기본법(헌법)과 민법에 의해 설립근거가 마련되며 법적 보호를 받는다. 때문에 최소 몇 십 명으로부터 많게는 1만 명이 넘는 회원을 가진 클럽까지 그 규모가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300여 명의 회원을 가진 작은 클럽이 많다.
이들 클럽은 클럽간 연령별 리그를 치르며 수준에 따라 지역리그-주리그-분데스리그에도 참가한다. 아동, 성인, 어르신이 어우러져 있고, 장애인, 외국 노동자 및 재활환자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다.
국가에서 다양한 지원을 통해 스포츠클럽 육성
독일의 스포츠클럽은 원칙적으로 자립적 성격을 가진 조직이다. 회원들이 회비를 내서 운영한다. 실제 재무구조를 보면 회비(54.7%), 사업이익금(24.8%), 국가보조(10.7%), 기부금(7.3%), 기타(2.5%) 순이다.
회비의 비중이 매우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포츠클럽은 재정적으로 곤란을 겪지 않는다. 무급 자원봉사들이 코치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큰 힘이 된다. 무엇보다 국가에서 보이지 않게 지원해 주는 것들이 많다.
즉, 스포츠클럽은 전형적인 비영리법인이지만 공익단체로 여러 가지 혜택이 주어진다. 공공체육시설을 저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고 청소년이 회원의 20% 이상이면 체육시설 이용은 무료다.
다양한 조세혜택도 있다. 부가세와 법인세를 면제받으며 기부금은 세금공제(기부금의 40%)의 대상이 된다. 다만 이들 혜택을 받기위해서는 반드시 독일체육회와 종목별 경기단체에 회원으로 가입해야 한다.
150년 전 동호인조직에서 시작된 독일 스포츠클럽이 정착하기까지는 정부의 생활체육참여 캠페인이 큰 역할을 했다. 1970년부터, 우리로 말하면 스포츠 7330 캠페인 격인 트림캠페인(Trimm Aktionen)을 집중 전개했다.
‘스포츠는 곧 경쟁’이라는 전통적 스포츠개념을 ‘스포츠 = 놀이, 재미’라는 인식의 전환을 위해 지원․투자된 캠페인 비용은 우리 돈으로 매년 100억 원 정도로 막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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