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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스포츠영화를 보고 싶게 하는 3가지 제안

                                                                                글 : 김민정(연세대학교 대학원 스포츠레저학과)
 

매주 다가오는 주말 오후. 우리는 항상 친구들과 혹은 애인과 ‘메뉴 정하기’ 다음으로 하는 고민이
있다. 그건 바로 ‘무슨 영화를 볼까?’라는 것이다. 멜로? 액션? 로맨틱 코미디? 공포? 곰곰이 생각해
보니 속이 답답할 때 ‘전쟁영화’는 골라본 적이 있어도 단 한번도 ‘스포츠 영화’를 단번에 고른 적은
없었다. 그렇게 ‘스포츠’라고 하면 내가 빠져서는 안 될 분야처럼 보임에도 불구하고 막상 극장에서
8~9천원을 주고 보려고 하면 아까운 장르 중에 하나다.

아마도 뻔한 주인공의 성공 스토리와 고난과 역경을 승리로 이끌어 내며 영웅이 되는 신데렐라적
권선징악의 이야기가 예상되기 때문일 것이다. 경쟁을 기반으로 하여 경기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현장에서의 스포츠와는 달리 스포츠 영화는 결말을 알고 경기장(극장)에 입장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400만 관중 돌파), ‘국가대표’(850만 돌파)는 흥행순위 상위권에
안착하며 스포츠 영화의 붐을 일으키기도 했다. 관객이 이런 스포츠 영화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언제 스포츠 영화를 관람하기에 적당할까? 다음 세 가지의 제안을 읽어본다면 아마 지금 당장 스포츠
관련 영화를 보러 갈 수도 있을 것이다.

 1. 당당하게 울고 싶다면?

눈물에는 두 가지 종류의 눈물이 있다. 슬프고 속상함에 흘리는 눈물과 환희와 감동으로 흘리는 눈물.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누구나 후자의 그 짜릿한 눈물을 원할 것이다. 어두컴컴한 조명,
100분 이상의 집중할 수 있는 시간, 옆에는 제일 친한 친구 혹은 애인까지. 극장은 눈물을 흘리기 위한
최적의 장소가 아닐까? 2002년 월드컵. 우리는 시청 앞 광장에서 모르는 사람과도 얼싸 안고 승리를
만끽하며 눈물을 흘렸었다. 집에서 드라마를 보며 가족 몰래 눈물을 흘리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아닐까? 예정되어 있던 결말에도 선수들의 훈련 영상과 눈물, 그리고 주제가까지 울려 퍼질 때면,
코끝은 물론 가슴까지도 찡해온다. 당당하게 박수치며 눈물을 훔치고 웃을 수 있는 영화, 스포츠
영화만한 것이 또 있을까.


2. 영화는 모두 허상이라고 생각된다면?

중국의 액션영화, 판타지 영화는 동서를 막론하고 세기에 걸쳐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허상인
줄 알고 보았음에도 우리는 꼭 극장을 나오며 한 마디씩 하곤 한다. “너무 티나지 않았어? 그게 말이
돼?”라며 말이다. 하지만 스포츠 영화는 대부분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스포츠라는 소재만큼 그 자체가
극적이고 경쟁적이며 드라마틱한 것도 없으니 말이다. 최근에 친구들의 추천으로 ‘블라인드 사이드’
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주인공 ‘마이클 오어’는 약물 중독에 걸린 엄마와 강제로 헤어진 후 여러
가정을 전전하며 살았다. 하지만 남다른 체격과 운동 신경 덕택에 상류 사립학교로 진학했고, 추운
겨울날 반팔 차림의 마이클 오어를 발견한 ‘리앤’은 그를 불쌍히 여겨 잠자리도 제공하고 가족으로
그를 받아들였다. 가족의 도움으로 마이클 오어는 미시시피 대학 진학은 물론 미국 역사에 남는
선수가 된다는 내용이었다. 영화내용이 실화이었던 것을 알아서였는지 그 감동은 배가 되었고,
자막 전에 나오는 실제 그의 사진들이 영사될 때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실화라고 생각되었다. 실제
이야기이기에 꾸밈없고 세세하게 주인공의 감정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경쟁 상황에서의
긴장, 그리고 극적인 역전, 스포츠에서의 실화만큼 더 짜릿한 것이 있을까?

 

                                [영화 속 마이클 오어 가족]              [실제 마이클 오어 가족]


3. 삶이 너무 불공평하다고 느껴진다면?

우리는 항상 누구와 비교하고 자신의 처지를 탓하며 한숨을 내쉰다. 세상은 참 불공평하다며 커다란
사회 속에서 점점 작아지기 마련이다. 그럴 때마다 주위의 사람들은 세상에는 더 불쌍한 사람들이
존재한다며 용기를 북돋아 주곤 한다. 그래서 우리는 고난과 역경을 딛고 자수성가한 주인공이 나오는
드라마나 경기 하나로 세상을 다 가진듯한 스포츠 스타의 영화에 열광한다. 이런 스포츠 영화의 제작
의도도 분명 그러 했을 것이다. 운동선수가 아니어도 용기가 필요한 자에게 용기를 주고, 자신감을
불어넣는 그야말로 지친 현대인들에게 영화의 주인공이 되어 100분이라도 세상을 가져보라는 것이다.
부족한 자신에게 자극을 받으려고만 하지 말고, 노력으로 정상에 우뚝 선 선수들의 이야기를 감상하며
다시금 에너지를 충족시켜보는 방법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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