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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짐승남 VS 초식남, 당신의 선택은?


                                                                              글/ 김민정(연세대학교 대학원 스포츠 레저학과)

요즘 트렌드에 따라 생긴 질문 하나가 있다. “당신은 짐승남과 초식남 중에 어떤 스타일을  좋아
하십니까?” 누구나 한번쯤은 그 질문에 신중하게 생각해 보았을 것이다. 강인함의 대명사 짐승남
(혹은 육식남). 그리고 부드러움의 대명사 초식남. 패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며 연예계에서
급성장한 두 단어는 사람을 나누는 또 하나의 기준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남자의 유형 뿐 아니라
스포츠계에도 짐승남과 초식남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가?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인공이라 일컫는 우리의 든든한 거스 히딩크 감독! 그리고 2010년 벤쿠버의 차가운
빙판을 뜨겁게 달궈준 김연아 선수의 코치이자 아빠 미소의 소유자, 브라이언 오서 코치! 이름만
들어도 누가 짐승남이고 누가 초식남인지 구별이 되지 않는가?

                                          
유명한 선수들 뒤에는 든든한 그들의 지도자들이 있기 마련이다. 합숙훈련, 경기분석 등으로 실질적
으로 부모님보다도 오히려 선수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선수들에게 세세한 관심을 쏟는 사람이다.
언제 부터인가 선수들만큼이나 감독이나 코치진이 매스미디어에 노출되는 횟수도 늘어났고, 선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수록 그 선수를 관리하고 팀을 이끌어 성과를 내는 지도자의 리더십에도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짐승남, 거스 히딩크 감독

2002년 한∙일 월드컵의 4강 신화의 중심에는 누가 뭐래도 히딩크 감독이 있었고, 그의 리더십은 팀
스포츠라는 특성에 맞추어 특유의 카리스마로 무장하여 짧은 기간 내에 성적을 끌어올렸다. 월드컵
이후에는 그의 리더십을 대기업 CEO들이 경영현장에 접목시키려는 붐까지 일어났었다. 일명
VICTORY 경영이라 불리며, Vision(비전제시), Intelligence(지능, 분석), Consideration(배려),
Trust(신뢰), Outlook(직관력), Resolution(결단력), Yearning(승부욕)이라는 7가지 요소가 제시
되었다. 끊임없이 선수들에게 채찍질을 가했던 그가 비난보다 찬사를 받았던 이유는 선수들을 알기
위한 정보수집과 다른 팀에 대한 분석 능력, 그리고 선수 개개인에게 심어주었던 믿음 등이
수반되었기 때문이다. 2002년 월드컵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골을 넣고 히딩크 품에 안긴 박지성
선수는 “히딩크 감독은 축구 인생의 전환점을 만드신 분"이라며 한국말도 잘 못하는 히딩크 감독이
한국 축구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끼쳤는지 다시 한 번 실감나게 해 주었다. 



 초식남, 브라이언 오서 코치

2010년 벤쿠버 동계올림픽, 우리의 기억 속에는 김연아 선수의 경기 장면이 제일 기억에 남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경기를 펼칠 때 경기장 밖에서 기술이 성공할 때마다 박수를 치던 사람, 김연아 선수와
점수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던 사람, 바로 브라이언 오서 코치가 있었다. “나는 김연아 선수가 자기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하는 사람일 뿐”이라고 말한 그는 다그치기 보다는 항상 칭찬으로 김연아
선수를 대했고, 훈련의 궁극적인 목표는 김연아 선수를 행복한 스케이터로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언급하며 성과에 연연하기보다 선수의 행복을 우선시해 준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였다. 개인
종목이라 가능했을지도 모르지만 선수의 특성에 맞게 조력자로써의 역할 수행은 올림픽 세계
신기록 수립이라는 대단한 업적을 가져온 원동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당신이 스포츠 선수라면?

만약 당신이 선수로 지도자의 유형을 선택할 수 있다면 어느 쪽을 선택하겠는가? 어느 옷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우리 개개인에게는 어울리는 옷이 있는 것처럼, 선수 개개인에게도 자신에게
적합한 지도자가 있을 것이다. 학벌, 명예, 돈을 쫓아 자신의 진로를 선택하기 보다는 자신을 제일
잘 알고 있는, 그리고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이끌어 내 줄 수 있는 지도자를 선택하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지도자는 선수를 위해 존재하고, 선수가 존재함으로써 존재하는 사람이다.다양한 종목의
많은 선수들이 자신에게 맞는 지도자를 선택하여 잠재된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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