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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체육이야기/[ 전문체육 ]

스포츠는 종교의 사회통합기능을 대신하는가?


                                                                                          글 / 임수원 (경북대학교 체육교육과 교수)


인간은 생존과 더 나은 삶을 위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삶의 환경을 통제하고 예측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그러나 인간 생명의 한계성이나 제한된 능력으로 인해 그러한 노력은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자신의 초월적인 생존적 상황을 극복하거나 그것에 순응하기 위한 구원방법을
찾게 되면서 나타난 것이 바로 종교이다.

그러면 종교는 인간의 삶에 어떠한 기능을 할까? 아마 두 가지로 대변할 수 있을 것이다. 그 하나는
인간의 죽음에 대한 불안을 해소시키는 구원제로서의 기능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구성원들을
결속시켜주는 사회통합 기능일 것이다. 전자는 인간의 삶에 희망을 불어 넣어주고, 후자는 종교가
주는 가치와 신념을 공유함으로써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하게 한다.

두 가지 기능 중에서도 사회 구성원을 결속시키고 사회통합에 이바지 한다는 점은 스포츠가 지니는
사회통합 기능과 유사한 특성이 있다. 일찍이 종교의 사회적 기능에 주목하였던 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밀 뒤르켕은 "종교란 한 사회를 단일한 도덕적 공동체로 결속시키는 성스러운 상징체계"라고
하였다. 말하자면 종교는 사람들로 하여금 사회질서에 순응하게 하고, 사회의 가치와 규범을 사회화
시키는 방식을 통해서 사회통합 기능을 수행한다고 했다. 스포츠 또한 사회통합 기능을 수행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스포츠 활동은 사회화의 한 형태로서 개인을 집단 속으로 집단을 문화의 형태
속으로 통합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익히 아는바와 같이 2002년 한‧일 월드컵 축구에서 우리 국민
모두가 길거리 응원으로 하나가 되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사례나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때 우리선수들이 선전하는 모습을 TV를 통해 지켜보면서 국민들이 보여주었던 공동체적 연대감
형성은 스포츠가 사회통합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그러면 스포츠에서의 사회통합 메커니즘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뒤르켕의 종교분석에서
사용된 개념적 틀을 스포츠 상황에 적용시키면 유용하게 설명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그에
따르면 종교의 구성요소로서 집합표상(collective representation)과 집합의례(collective ritual),
집단의식(collective consciousness)을 들고 있다. 이들 구성요소들이 지니고 있는 의미와 특성은
스포츠 환경에서도 유사하게 드러나고 있다.

집합표상이란 그 집단을 대표하는 상징물로서 스포츠 환경에서는 선수들의 유니폼, 팀 로그,
응원가, 마스코트, 깃발, 응원도구와 같은 것들이 이에 속한다. 또 집합의례란 집단 행사의 절차 즉
과정을 의미한다. 이는 국민의례, 개회식, 폐회식, 선수들끼리의 인사, 치어리드의 응원전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집합의례를 진행하는 동안에 참여하는 성원 모두는 자기 자신의 개성을 잃어버리고
집단무의식의 상태에 들어간다. 이 상태에서 각 개인은 ‘나는 이 구단의 일원’ 이라는 집합의식 즉
집단정체성을 갖게 되는데 그 상태가 바로 집단의식이다. 시합에서 이겨서 헹가래 치는 것, 각종
세레머니 등은 집단의식의 한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그 팀의 선수들은 물론 경기장에서 응원하던
응원단 나아가서는 TV를 통해서 국제간의 경기를 관람하던 관람객들을 포함하는 모든 구성원들은
결속과 통합의 경지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의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결승전이나 김연아와 일본의 아사다 마오 두 여자
피겨선수의 경기를 지켜보았던 우리 국민들은 동일화 의식과 연대의식으로 결속과 통합을
경험하였다. 

그러면 스포츠를 통한 사회통합은 종교에서의 결속과 통합 기능을 대신할 수 있을까? 오늘날
국 ․ 내외에서 종교간 혹은 종교 내에서의 갈등과 분쟁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종교가 진정한 사회통합 기능을 수행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스포츠는 일시적이긴 하나 성,
사회경제적 지위, 신분, 출신성분, 교육정도 및 종교가 이질적인 개인들로 구성된 사회를 한 마음 한
뜻으로 결속시켜 사회적 연대의식을 창출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말하자면 종교가 수행했던
사회통합 기능을 스포츠가 더 명확하게 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1998년 IMF 위기상황에서 박세리,
박찬호 두 스포츠 영웅이 우리 국민들에게 보여주었던 불굴의 정신은 스포츠가 종교보다도
더 이상의 사회적 결속과 통합기능을 지녔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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