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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체육이야기/[ 전문체육 ]

신체의 재해석: 총체적 신체(Whole-linked-body)- 우파니샤드를 중심으로


                                                                                          글 / 김량희 (전남대학교 강사) 

신체 개념은 哲學史(철학사)에서 많은 변화를 겪었다. 형이상학적 관점에서 플라톤의 신체
개념은 정신과 물질로 나누어, 정신이 우월하므로 인간의 신체는 정신보다 열등하다고 파악
하였으며 서양의 형이상학적 철학의 발달과 함께 기독교 정신이 지배하던 중세에 이르기까지
몸을 천시하고 학대하는 풍조가 심해졌다. 그러한 형이상학적 관점이 중세를 거쳐 데카르트를
넘어오면서 정신과 신체는 더욱 이원화되고 몸에 대한 경시 풍조가 심해지는 가운데 근대 식민
정치와 산업 혁명이 만나 유래 없는 거대한 물질의 홍수를 경험하고 물질에 대한 집착이 커졌지만
상대적으로 물질의 가치 인식은 떨어져 갔다.

근대 서구에서는 풍부한 물질적 삶을 영위하면서 경험론이 등장하고 훗설의 현상학과 실존
주의가 결합한 실존적 현상학을 통해 인간의 신체를 기존과 다르게 바라보기 시작한다. 즉
딜타이의 해석학, 니체의 철학 그리고 훗설의 현상학과 메를로퐁티의 지각의 현상학을 통해
신체의 개념이 재정립되고 신체는 인식주체적 존재로 취급되기 시작하였으며 그것은 심신일체
(心身一體)적 개념인 소매틱(Somatic) 개념의 바탕이 되었다.


따라서 현재에는 신체 개념을 더욱 영적이고 혼적인 주체의 입장에 서서 본질적 차원으로 접근하여
해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새로운 신체 개념의 정립은 지금까지 인식해온 신체 차원을 확장시키는
것이며, 그러한 확장된 개념을 통해 물질 가치에 집중되어 한정된 인식 안의 신체가 갖는 부정적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반성할 수 있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유연하고 차원이 높은 신체 개념은 개인적
으로나 사회적으로 보다 폭 넓은 신체 교육의 바탕이 되어 미래를 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모색해
나갈 수 있는 바탕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한다.

세계 각지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우로보로스(Ouroboros) 신화는 生死, 주체와 객체, 질서와
혼돈과 같은 이분법적 사고에 의해 구분되는 개념 이전의 상태를 의미하며 고대에는 몸에 대한
개념 또한 이와 같았을 것이다. 즉 몸은 인식의 객체인 동시에 주체이며 더 나아가 인식의 내용이
몸과 함께 하였다. 따라서 고대에 인식되었던 몸에 대한 개념은 우주와 연결되는 총화(總和)된
신체 개념이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B.C. 600~1200년으로 추정되는 고대 베다의 이해로부터 시작해서 B.C. 600년을 전후로 나타난
우파니샤드에 제시된 고대인도 철학의 몸에 대한 이해는 인간의 역사가 투쟁과 분열로 치달아
오면서 극단적 이분법의 개념으로 점철되며 정립되어 온 신체 개념을 극복하는 실마리를 제공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베다의 끝이라는 의미의 베단타 철학의 꽃으로서 우파니샤드는 후기
인도의 철학 사상에서 가장 영향력을 크게 끼쳤으며 아트만이라는 개별적 신성을 인정하는 범아
일여(梵我一如)사상을 내포하여 각각의 개체를 모두 절대적인 존재로 여긴다. 우파니샤드의 관심은
우주적 전 세계와 인간의 내면적 자아에 있다. 우리가 경험하는 세상의 모든 것들은 그 근저에
존재하는 아트만에서 비롯되었으며 따라서 아트만은 모든 존재의 근본이다. 따라서 이 사상을
우주적 현상과 인간의 관계로 표현한다면 자신의 실체가 곧 우주의 실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따이뜨리아 우파니샤드 2장 2편에서 5편까지 나타난 인간의 몸 즉 신체에 대한 개념을 살펴보면
‘음식으로 이루어진 것(육신) 안에 숨으로 이루어진 아트만이 있으니 숨으로 이루어진 육신이
음식으로 이루어진 육신을 채우고 있도다. 또한 음식으로 이루어진 육신이 사람의 형상을 한 것처럼
이 숨으로 이루어진 육신도 사람의 모양을 하고 있으며 마찬가지로 사람의 형상을 한 마음으로
이루어진 아트만이 숨으로 이루어진 육신 안에 있으며 그 안에 지성으로 이루어진 육신과 더 안에
영혼의 속성인 환희로 이루어진 육신이 사람 형상을 하고 채우고 있다’고 기술되어 있다.

이와 같이 따이뜨리야 우파니샤드는 다섯 가지 몸이 마치 양파껍질처럼 겹겹이 이루어져 있고
각각 그 몸들은 물질, 즉 양분으로 이루어진 몸(annamaya kosa)과 그 안에 숨으로 이루어진
몸(pranamaya  kosa), 그리고 그 안에 마음으로 이루어진 몸(manomaya kosa), 더 안에 지성으로
이루어진 몸(vijnanamaya kosa), 그리고 가장 깊숙한 곳에 희열 즉 영혼으로 이루어진 몸(annan
damaya kosa)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것은 거친 에너지에서 안으로 들어갈수록 세밀한 에너지로
이루어진 몸으로 이루어져 있다. 즉 몸은 양분으로 이루어진 육체(肉體)만이 아니고 이 세계를
이루는 유일한 존재인 브라흐만 즉 아트만의 속성인 영혼의 성질인 희열 즉 환희가 우리 몸을
이루는 요소임을 시사하고 있다.

이렇게 고대의 본질적 신체 개념은 우주를 이루는 모든 섬세한 에너지가 집약된 신체다.


총체적인 신체(Whole-linked-body)

인간에게 있어 몸은 자신의 존재를 느끼는 가장 직접적인 실체이며 몸에 이상이 왔을 때는
굳건하던 정신조차도 약해지는 것을 대부분 체험하게 된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인간에게 몸은 막연히 알고 있는 지식에 의한 중요성보다는 그 실체에 있어 훨씬 중요한 자리에
있음도 또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몸이라는 것이 의외로 물질적인 요소보다는
심리적이고 정신적인 요소와 직접 관련되어 있음을 스트레스를 받거나 정신적인 문제가 일어
났을 때 나타나는 신체 반응을 통해 대체로 경험하는 것이다.



즉, 우리의 몸은 마음이나 정신적 상태와 직결된 것으로서 끓임 없이 변하고 달라진다. 그리고
우파니샤드에서 제시한 신체개념 또한 물질로 보였던 신체가 마음 뿐 아니라 호흡, 정신과 관련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같이 신체는 단속적인 존재라기보다는 합리주의의 이성보다도 전체적이고
유기적인 존재인 것이다.

우리는 현재 발달된 의학 기구들을 통해 몸 안에 수 없이 많은 것들이 생겼다 사라지는 것들을
목격한다. 그리고 몸이 시간에 따라 질서 있게 작용하지만 가끔은 질서에 상관없이 작용하는 것을
목격한다. 생리학적으로 몸의 세포는 한 달 이전에 존재하던 세포가 거의 없다는 것이 정설이며
특수 기능을 하는 신경세포와 면역세포들은 스스로 겪은 경험들을 바탕으로 변해가기도 한다. 즉
어제의 몸이 오늘의 몸과 같지 않다.

그러나 각 개체가 사라질 때까지 그 특성을 나타내듯이 한 순간의 몸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담고 있다. 타이트리야 우파니샤드를 비롯해 인도 철학 전반에 나타나는 신체는 각 신체들의 지엽적
특성 뿐 아니라 인간성 전체와 관련된 신체의 개념으로 그것들은 단편적으로 따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고 함께 공통으로 존재하며 삶 전체에 연결된 자양분을 섭취하고 살고 있다.

물질로 된 신체(안나마야코샤, Annamaya kosa)가 물질로 된 양분을 통해 성장하듯이 호흡으로 된
신체(프라나마야코샤, Pranamaya kosa)는 양질의 호흡을 필요로 할 것이다. 지각과 마음으로
이루어진 신체(마노마야코샤, Manomaya kosa)는 지각하고 운동하며 마음을 나누는 과정을 통해
성장하며 지성으로 이루어진 신체(비즈나마야코샤, Vijnanamaya kosa)는 지성적인 교류와 지성의
발전을 통해 그것이 존재하는 의미를 지닐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주적 본질이며 신의 속성을 지닌
환희체(아난다마야코샤, Anandamaya kosa)도 자양분을 필요로 할 것이다.

인간의 기본적 속성 중에 종교적 성향이 있다. 루돌프 오토(Ludolf otto,  1869~1937)는 그의 저서 ‘
성스러움의 의미’에서 “종교는 스스로 존재한다. 바로 우리 안에 경험 이전의 그 무엇으로!” 라고
하였으며 성스러움에 대해 후천적 경험이 구축해 놓은 구성물도 아니고, 경험 이전에 우리 안에
선험적으로 이미 주어져 있는 특정한 속성일 따름이라고 피력한다.

인간의 역사가 이념이나 기본적인 욕구 충족에 대한 문제보다도 종교적인 문제에 의한 잔인한
투쟁이 그 크기로 보면 클 것이다. 어쩌면 인간이 가진 환희체적 자양분이 보편성을 잃었을 때
인간의 영혼은 갈피를 잡을 길 없이 방황하며 엉뚱한 길로 들어서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되돌아
보아야 하며 이 시점에서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신체의 평화를 위해 인간의 속성인 보편적인
영체(靈體)를 인정하는 알맞은 교육이 필요함을 느낀다.

따라서 인도 철학을 통해 나타난 신체의 개념들, 엄밀히 말하면 우주 전체의 에너지에 관련된
신체 개념을 통해 신체를 재해석할 필요가 있으며 우리는 그러한 신체를 새로운 용어로 명명해야
할 것이다. 즉 물질과 호흡과 마음을 통한 지각활동과 정신 그리고 영적인 모든 요소를 포함하는
총체적-신체(Whole-linked-body)로서 명명(命名)을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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